서부호주 상어만.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인디언고속도로에서 상어만 쪽으로 빠져나가면 바로 볼 수 있다. 하멜린풀 바깥쪽에 발달한 얕은 모래톱 때문에 해수의 순환이 제한되어 염분이 높아진다.

생명이 존재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물? 산소? 그렇다면 산소는 처음부터 지구에 있었을까? 없었다면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 지구 최초의 생명은 언제 어느 곳에서 존재했을까? 본 칼럼은 원시지구 최초 생명의 비밀을 두 차례에 걸쳐 간단히 소개하려 한다. 이 내용은 지난 3월 18일(월) <한호일보 인문학 콘서트>에서 했던 강연 내용 중 일부를 요약한 것이다. 

이 제목이 생소한 분들이 많을 것 같다. 박테리아하면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니까. 특히 어떤 항생제도 듣지 않는다는 슈퍼 박테리아가 공포의 대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유산균같이 음식 발효에 필수적인 고마운 박테리아도 많다. 인간은 이 친구들과 오랜 기간동안 적과 동지의 관계를 맺어왔다. 

박테리아가 우리가 사는 지구의 터줏 대감이라면 쉽게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더구나 이렇게 하찮은 생물이 생물 진화의 시발점이라면? 이 모든 것을 시작한 생물이 호주로부터 퍼져나갔을지도 모른다면? 이 친구들이 서로 돕고 사는 ‘공생’의 모범생이라면? 생물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이는 철광석을 만든 주역이라면? 이 모든 의문을 꿰어 맞추는데 가장 알맞은 장소가 있다. 바로 서부 호주다.

하멜린풀에 징검다리처럼 놓인 검은 돌이 스트로마톨라이트이다

호주는 아주 오래된 대륙이다. 약 2억 년 전에는 ‘곤드와나랜드(Gondwanaland)’의 일원으로서 남극에 붙어있었다. 그 후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인도 등이 떨어져 나가고 최후로 약 5500만 년 전에 호주가 분가하게 된다. 중국 속담 ‘순망치한(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가 바로 이 상황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마지막 자식을 떠나보낸 남극대륙은 그 때부터 혹독한 추위에 시달리게 된다. 그간 그 큰 덩치로 해류의 흐름을 막아 주었던 호주가 사라진 후 남극주변을 순환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해류인 ‘남극 순환류(Antarctic Circumpolar Current)’가 발달하여 남극의 냉기를 가두는 역할을 하게 된다. 어쨌거나 부모의 운명과는 관계없이 북상하는(현재도 이동 중이므로) 호주는 추위에서 벗어나 열대부터 온대 해역을 두루 갖춘 지금의 아름답고 멋진 해안선을 가지게 되는 축복을 받게 된다.

호주가 오래된 대륙이라는 것은 지질학적 자료가 입증하고 있다. 서부호주에는 무려 43억 년이 된 암석과 35억 년이 된 생물화석이 있는데 모두 현존 가장 오래된 암석과 화석으로 보고되어 있다. 물론 앞으로도 다른 곳에서 새로운 기록이 나올 가능성은 있다. 지구 나이는 46억 살이니까. 

오늘 이야기의 무대인 서부호주 샤크만(Shark Bay)은 퍼스에서 인도양을 왼쪽으로 끼고 약 900km 북상하면 나타나는데 만의 입구에 위치한 하멜린 풀(Hamelin Pool)에 박테리아가 산소를 열심히 생산하고 있는 산소 공장이 있다. 이 곳은 유네스코 자연유산 지역이기도 하다. 구글 맵을 보면 왜 풀(pool)이라고 명명했는지 이해가 간다. 이 곳은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서 해수면이 올라오면서 주변에서 운반된 모래가 물밑에 얕은 턱을 만든 곳이다. 덕분에 외해와 순환이 제한되어 염분농도가 일반해수의 2배가 넘는 고염의 거대한 웅덩이로 발전했다(그림 1).

이 곳 바닷가에 제주도 현무암처럼 보이는 검은 색 돌들이 잔뜩 있는데 실은 현무암이 아니고 석회암 성분이다(그림 2). 이 돌을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라고 하는데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라는 광합성을 하는 박테리아가 만들었다. 당장 의문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아니 박테리아가 광합성을 하고 게다가 돌도 만들어?” 
모두 사실이다. 시아노박테리아는 광합성을 하는 능력으로 원시지구에 산소를 공급하기 시작한 최초의 생물이다. 광합성은 육지에 있는 식물이나 바다에 사는 식물 플랑크톤이 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지만 이 친구들은 원시 지구에는 없었다. 아니 그 상황에서는 살 수가 없었다. 여기저기에서 마그마가 활동하고 강한 비가 대지를 식혀 웅덩이를 만들고 대기에는 생물에 해로운 메탄, 암모니아가 가득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가 바로 이런 미생물이었던 것이다. 이런 최악의 환경에 적응한 시아노박테리아는 열심히 산소를 생산하여 약 20억 년 전부터 지구상에 산소가 증가하기 시작하는 소위 ‘산소 혁명(oxygen revolution)’의 기폭제가 된다. 오늘날 식물 광합성 작용의 핵심인 엽록체는 바로 이 박테리아가 진화한 것이다.

일부는 진화해서 엽록체가 되었지만 시아노박테리아는 아직도 열심히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곳이 상어만의 하멜린 풀이다. 이곳은 해양학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서부호주에는 이 곳 말고도 서반테스(Servantes), 로트네스트 섬(Rottnest Island) 등에서도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발견된다. 과거에는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상어만처럼 고염, 강한 햇빛, 그리고 조용한 바다 환경에서만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최근 연구 결과는 일반적인 바다 환경에서도 만들어지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바로 서반테스나 로트네스트 섬 등이 좋은 예이다. 

스트로마톨라이트 단면도. 얇고 평행하게 발달한 지층이 이 돌이 해를 향해 위로 성장해서 만들어진 것임을 짐작케 한다.

발음하기도 힘든 스트로마톨라이트는 그리스어 지층(stroma)과 암석(lithos)의 합성어인데 20세기 초에 독일 드레스텐 대학의 칼코브스키라는 교수가 독일에서 최초로 발견했다. 이 돌의 단면을 보면 얇은 층으로 이루어져 마치 나무의 나이테처럼 시간에 따라 서서히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림 3). 이곳 상어만은 아니지만 서부호주에서 발견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35억 살의 생물화석이 바로 시아노박테리아라는 것을 알고 나면 대충 퍼즐이 맞는다. 물론 이 친구는 실제로는 35억 년 이전에 지구에 출현했을 것이다. 원시 지구의 오래된 대부분의 암석이 풍화나 침식 등으로 사라지고 없어져서 영광의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최근의 연구결과는 지구 생명의 출현을 40억 년 이전으로 보는 견해도 많다. 

마지막으로 앞에서 언급한 공생으로 이 박테리아가 왜 어떻게 돌로 변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시아노박테리아는 돌을 만들지 않는다. 대신 산소를 생산하기 때문에 생태계가 활성화되어 다른 미생물들이 부착하게 된다. 이 친구들은 조류 매트(algal mat)을 만드는 능력이 있는데 이 매트에 물 속의 조그만 모래 입자나 해수에 녹아있는 탄산칼슘 성분이 흡착되어 굳어져서 석회암이라는 돌이 된다. 시아노박테리아는 산소를 생산하고 자신이 살 수 있는 튼튼한 집을 확보하게 되고 다른 생명체는 귀중한 산소를 얻게 되는 공생구조가 원시지구부터 시작되어 왔다. 우리나라에는 상어만처럼 현재 활동 중인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없지만 과거 얕은 바다였던 강원도 석회암 지대에 화석으로 남아있다. 즉 시아노박테리아는 호주만이 아닌 전 세계가 활동무대였던 셈이다. 
다음 편에서는 좀 더 깊은 바다로 들어가서 지구 생명 기원의 열쇠를 쥐고 있는 또 다른 생태계를 소개할 예정이다. 

김대철 교수
- 서울대 해양학과와 하와이대 박사
- 전 부경대 교수
- 한국 해양학회장과 한국 수로 학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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