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만으로 불충분, 미디어 책임 강조 필요”

폴린 핸슨 연방 상원의원.

호주 정치인들은 인종차별정당과 거리를 두는 수준에서 벗어나 정면으로 대적해야 할 필요가 있다. 28일자 가디안지 호주판은 NSW 선거 논평을 통해 원내이션당의 상승세에 주목하면서 호주 정계 전반이 인종차별주의 흐름에 대한 ‘세계관적 전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기고자 알렉스 맥키논(Alex McKinnon) 슈바르츠 미디어 편집장은 2016년 연방 상원 선거를 통해 보수적인 군소 정당들이 4석을 확보하면서 이들의 NSW 선거 참여는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호주 미디어들이 마치 이러한 흐름을 피할 수 없는 트렌드처럼 취급하며 이들에게 너무 많은 미디어 노출 기회를 선사했다”고 비난했다. 

예를 들어 아침 TV 뉴스쇼에 극우성향인 폴린 핸슨 원내이션 당대표(연방 상원의원)을 정기적으로 등장시킨다든지 여러 토크 라디오쇼에서 관련자들을 정치평론가처럼 등장시킴으로서 일시적 거품을 마치 정상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정책 제안으로 둔갑시켰다는 지적이다.

NSW 상원으로 당선된 원내이션 1순위 마크 레이섬(Mark Latham) 전 연방 노동당(야당) 대표의 등장은 극우정치세력에 대한 대중들의 체념적 반응을 조장하는 것 같다. 그러나 20년 전 원내이션당이 처음 등장했을 때 지금보다도 더 큰 지지를 받았다. 이에 대한 주류 정치권의 적극적 대처로 이들의 상승세는 꺾였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선거결과를 분석한 맥키논은 “원내이션당의 성공은 과거보다 훨씬 규모가 작으며 이미 그 상승세가 꺾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1998년 상하 양원 투표에서 각각 약 백만명의 지지자를 끌어냈고, 실제로 상원 1석을 당선시켜 당시 제 3당이었던 민주당을 압도했다. 

이보다 4개월 전의 퀸즐랜드 주선거에서는 무려 22.86%의 기록적 지지율을 얻어 11석을 확보하는 기염을 토했다. 1999년 NSW 주선거에서는 6.5%를 얻어 데이비드 올드필드를 상원의원으로 만들었다. 2001년 서호주에서도 약 1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가디언지는 “그러나 2019년 NSW 선거는 마치 은퇴하는 가수의 마지막 콘서트 투어같은 분위기에 더 가깝다"고 주장했다. 원내이션은 2017년 퀸즐랜드 주선거에서 13.73%밖에 지지를 얻지 못했고, 서호주에서도 5%정도 지지를 얻었을 뿐이다. 2019년 NSW 선거에서 얻은 5.85%도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기엔 크게 부족한 지지율이다.  

이 신문은 “호주정치사에서 특이한 기존 정치체계에 대한 반동적으로 군소 정당들은 자주 등장했지만 결국 의회안에서 입장을 옮겨 다니는 과정(crossbench)을 통해 독특성을 잃어버렸다. 이런 점 때문에 국민 일부의 인종차별적 경향이 그대로 의회에 반영되기는 힘들었다”고 지적했다.

원내이션당의 정책이나 정당화는 자력으로 이뤄지기 보다는 기존 정치권이 이들의 정책을 받아들임으로서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존 하워드 전 총리는 폴린 핸슨의 반난민정책을 적극적으로 자유당 정책에 반영시켰다.

가디언지는 최근 크라이스트처치 총기 테러, 알 자지라가 보도한 ‘원내이션당 당직자들의 미국총기협회(NRA) 로비자금 지원요청’ 파문은 기존 원내이션 지지자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내이션에 거부감이 적었던 연립당 내부에서 최근 사건들을 통해 이들과의 거리를 분명히 더 둘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폴린 핸슨이 자주 등장했던 채널 7의 아침 뉴스쇼 선라이즈에서 핸슨의 하차도 그런 맥락이다.

가디언지는 반인종차별주의 지지자들은 호주 미디어들이 이런 군소 정당이나 정치인들에게 부여하는 비중에 대해서 좀 더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이 소수민족이나 원주민들에게 제기하는 시비들에 대해, 꼼꼼히 반박, 혹은 법적 책임을 물어서 인종차별주의의 대가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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