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일보에 ‘디아스포라의 여정’을 연재 중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이승하 교수가 호주의 안작데이를 맞아 시를 1편 보내왔습니다. 한국전쟁 중 가평전투에서 전사한 호주 군인의 모습을 2017년 1월에 멜버른 전쟁기념관에 와서 보고 잊히지 않아서 이 시를 썼다고 합니다. 
 

약 1만 7,000명의 호주 병사들이 한국전쟁에서 싸웠으며 이 가운데 340명이 전사하였다. 앞 사진의 주인공은 그 340명 중 한 사람. 호주 멜버른의 전쟁기념관에서 촬영.

그대 왜 하필 대한민국 가평에서
―안작데이(ANZAC Day)에 바침 

이승하

이제 막, 영원히, 잠의 세계로 그대 떠났다* 
왜 하필 그 나이에, 그 북쪽 추운 나라에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알고는 있었는가?
8,000km 북쪽으로 배를 타고 간 호주군 3대대 소속인 그대

경기도 가평이라는 곳에서 숨 거두었다
갓 스물을 넘긴 오스트레일리아 청년 

배에 실려 운송중인 호주 전투기. 밑의 사진 또한 멜버른의 전쟁기념관에서 촬영.

이 땅의 아이들은 그대 나라가 보낸 전투기를 보고
“야! 호줏기다! 저기 호줏기 간다!” 외치곤 했었는데**

그대 그 말 들어보지 못했겠지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몰랐겠지 
누군가의 무덤 앞에서 엎드려 잠든 그대
그대 생의 마지막이 숲 속 낙엽 위 한국인의 무덤 앞 

왜 참전했는지 알고 있었는지? 
누구의 자유를 위하여? 얼마 동안의 휴전을 위하여?

한국 청년들, 20년 뒤 베트남에서 5천 명이 숨 거둔다
왜 하필 그 나이에, 그 남쪽 더운 나라에서 

한국과 호주와 베트남의 젊은이들
축구장에서 공을 찬다 월드컵 예선전 

가평에서 잠든 젊은이, 짜빈동에서 잠든 젊은이
이국의 하늘 아래 공 차는 소리 대신에 총성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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