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ntain,1950 (replica of 1917 original), Porcelain urinal

5, 6월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 한국어 안내
정확히 말하자면 남성용 소변기였다. 1917년 프랑스 아티스트 뒤샹은 뉴욕의 독립미술가협회 초대전에 자신의 전시작품 ‘샘(Fountain)’을 보낸다. 그것은 깜찍하게도, 뉴욕 5번가 배관가게에서 구입한 소변기였다. 협회 커미티에서는 접수는 받았지만 천박하다는 이유로 전시하지 않았다. 제아무리 뉴욕이라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모네를 그리워하고, 피카소의 큐비즘 작품을 어려워할 때였다. 미술은 곧 회화라는 오랜 관습적 사고를 버릴 각오가 되어있는 얼리 어답터라 하더라도, 작가 스스로 제작하지도 않은 흉물스런 화장실 부품을 미술관에서 보는 것은 원하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위대한 갯츠비 시대의 뉴욕은 결국 이 작품을 코너스톤으로 삼아 역동의 기류에 놓인 미술사를 크게 둘로 구분하게 된다. ‘샘(Fountain)’ 이전의 미술과 ‘샘(Fountain)’ 이후의 미술로 말이다.

뒤샹의 그 변기를 드디어 시드니에서 보게 됐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역사상 가장 유명한 변기. 원래 변기로 태어났으나 본래의 용도로 전혀 쓰여지지 않고 직무유기 상태에 있는, 아니,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은...

이른바 레디메이드 예술(Readymade Arts)이다. 일상적인 오브제에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고 전시함으로서 예술품으로 거듭나는 과정. 20세기 개념미술의 선구자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1887~1968)은 권위적이고 타협하기 싫어하는 기존의 제도권 미술을 향해 특유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호소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가벼움 안에 녹아있는 무제한의 열린 개념으로 초대되었다.

Nude Descending a Staircase No2, 1912 Oil on Canvas

1912년 스물다섯의 청년 뒤샹은 작가로서 새로운 표현방법을 구현하며 붓을 꺾는다. 다시말해 전통적인 의미의 ‘회화’를 거부하고 개념 미술의 세계를 개척하였다. 이는 미술의 영역을 무제한으로 확장해 놓은 것으로 정치로 치면 의회민주주의의 시작과 맞먹는, 미술사에 있어 가히 혁명적인 일이었다.

뉴사우스웨일스 주립미술관(Art Gallery of NSW)은 뒤샹에 한해 세계 최대의 컬렉션을 자랑하는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온 작품 125점을 전시하고 있다. ‘The essential Duchamp’ 타이틀의 이 전시는 모네와 세잔을 연상시키는 그의 청년시절 작품들로 시작한다. 햇살아래 빛나는 서정적인 교회의 모습을 뒤샹의 작품으로 보는 것은 매우 신선하다. 곧이어 야수파, 입체파, 미래파 등 당대 주요 사조들을 모두 아우르는 그의 마지막 회화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는 ‘레디메이드’ 작품들, 사진, 영상, 아카이브 등 뒤샹의 삶을 시대 순으로 따라가며 작업의 변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해 놓았다. 전시제목 그대로 핵심적인 뒤샹작품들로 구성된, 간추린 요약 참고서같은 전시이다. 뒤샹 사후 50주년을 기념하며 기획된 이 전시는 오는 8월 11일까지 계속되며 한국어 안내는 5월과 6월 매수 수요일 오전 11시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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