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가 자랑하는 선진 제도 중 하나는 메디케어(전국민무상 의료제도)다. 지난 주 국민들의 애도 속에 국장(추모식)을 엄수한 봅 호크 총리(노동당, 1983-1991년)가 1984년 2월 도입해 약 35년동안 시행되고 있다.

초기에는 모든 근로자의 수입에서 1%를 공제한 금액(부담금, medicare levy)으로 운영됐고 1.5%로 올랐고 자금부족의 심각성을 인식해 작년 8월부터 2%를 공제하고 있다.

호주도 인구고령화로 모든 질병이 과거와는 달리 고혈압, 당뇨로 인한 만성 성인병이거나 심장병, 암이 주된 질병으로 변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는 일반 가정의(GP) 단계를 지나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고가의 첨단의료장비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도 늘어난다. 

전문의가 되려면 상당한 노력이 수반되기 때문에 이들의 의료비 요구가 커질 수 밖에 없다. 근로자의 작은 부담을 모아 운영되는 메디케어 예산으로는 의료진이 요구하는 충분한 금액을 지불하기 어려운 실정이 됐다. 

메디케어는 의료비를 정부가 제정하는 일종의 ‘사회주의 방식의 의료제도’라는 속성 때문에 시장 경제를 중요시하는 자유당 정부는  이 제도 유지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가급적이면 대다수 국민들이 개인의료 보험을 가입하기를 원한다. 

개인의료 보험사들은 의사 비용을 충분히 보장하며 환자들이 메디케어(공립병원)처럼 기다림 없이 즉시 시술을 받을 수 있고 의사 도 환자가 좋은 의사를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한다.  

반면 메디케어는 의사 선택을 정부가 결정한다. 의료진 입장에서 돈을 버는 데는 메디케어 환자보다 개인의료보험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유리하다.

한 예로 무릎 수술비용이 개인의료보험은 2만8천 달러인데 메디케어는 2만천895달러를 지불한다. 메디케어 환자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개인보험도 가입자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의사가 요구하는 금액을 충분히 지불하지 않아 의사들은 수술 후 ‘차액 지불(Gap-Pay)’이라는 제도를 통해 개인이 일정 부분을 더 부담하는 방식을 취한다. 작년 한해 1,810억 달러의 의료비를 지불했는데 개인 부담금이 320억 달러였다. 약 19%가 개인 호주머니에서 나간 셈이다. 

고령 인구가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날로 오르는 의료비 때문에 가구의 부담이 점차 커진다. 의료비 논란으로 미디어에도 알려진  호주의 유명 신경외과 전문의 찰리 테오(Dr Charlie Teo, 61)는 수술비가 12만 달러 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료보험에서는 6만 달러만을 지불하기 때문에 누군가 6만 달러의 차액을 부담해야 한다. 가난한 사람은 감당치 못할 금액이다. 
닥터 테오는 “12만달러 중 병원 기구(병실 비용 포함) 사용비로 8만 달러 소요되며 의사의 순수입은 8천 달러에 불과하다”고 볼 멘 소리를 냈다.  

문제는 개인의료보험 없이 메디케어에 의존하면서 병을 고치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퀸즐랜드의 노인연금 수혜자인 질리안 아테웰(77, Gillian Attewell)은 왼쪽 눈의 백내장 수술을 3년 기다렸다. 오른쪽도 해야 하는데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모른다.  

호주보건복지연구소(AIHW)에 따르면 2017-18년 전국적으로 메디케어에 수술을 기다리는 환자가  87.400명이다. 절반은 40일을 기다린 뒤 수술을 했고  나머지 절반의  90%는 268일을 기다렸다. 8천여 명은 기다리다 숨졌거나 연락 두절 상태다. 
큰 수술 환자의 90%가  평균 268일 이상 기다려야 한다. 인구가 가장 많은 NSW의 대기일이 가장 길다. 
가장 오래 기다리는 분야는 환자는 이비인후과 수술 환자로 354일이다. 눈 수술 환자는 90%가 39일 이상 걸린다. 가장 빠른 것은 심장질환 수술로 절반이 3주 안에 수술을 받는다. 

호주의 개업 중인 GP(일반의)는 2001년 32.000명에서 2011년  43.400명으로 매년 3.1% 증가했다. 전문의는 2001년 15.900명에서 2011년 25.400명으로 4.8%씩 늘었다. 간호사는 19만1천100명 (RN)에서 25만7천 200명으로 3.0%씩 증가했다.
GP 중 여성의 비율은 43%, 여성 전문의는 34%를 차지했다. GP 중 65세 이상이 14%다. 

주당 소득은 남자 GP는 평균 $3.015, 여성은 $2.644, 남자 간호사(10%)는 $1,759, 여성은 $1,611이었다.  

2012년 통계에 따르면 호주의 의료비 지출은 국내총생산액(GDP)의 9.1%로 OECD 평균보다 약간 낮은 편이다. 의료비 부담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미국은 16.9%였고 네델란드(12.1%), 프랑스(11.6%) 순이다. 영국(9.3%), 캐나다(10.1%), 뉴질랜드(10%)도 호주보다 약간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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