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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엽서] 남반구의 알프스 마운트 쿡.. 3724m NZ 최고봉뉴질랜드 여행기(14): 마운트 쿡 국립공원(Mount Cook National Park)
이강진 (자유기고가, 전 호주 연방 공무원) | 승인 2019.07.11 15:19
날씨가 흐려서 일까,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기분을 자아내는 남반구의 알프스 산맥, 마운트 쿡 국립공원(Mount Cook National Park)

뉴질랜드에는 아름다운 해안이 많다. 그러나 해안 못지않게 관광객을 유혹하는 높은 산도 쉽게 만날 수 있다. 특히 남반구의 알프스라 불리는 마운트 쿡 국립공원(Mount Cook National Park)은 대표적인 관광지다. 이곳에는 2,000m가 넘는 산봉우리가 140개 이상 있다고 한다. 그중에 대표적인 아오라키/마운트 쿡(Aoraki/Mount Cook)은 3,724m의 높이를 자랑한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아침 일찍 뉴질랜드에서 가장 높은 산을 찾아 떠난다. 하늘에는 구름이 낮게 깔려 있다. 비가 올 것 같은 찌푸린 날씨다. 청록색을 띤 호수를 지나 산 깊숙이 들어간다. 멀리 보이는 높은 산 정상은 구름에 가려져 있다. 그러나 구름 아래로 보이는 산 중턱에는 만년설이 있다. 흐린 날씨 때문일까,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도로에는 관광버스를 비롯해 캠핑카가 많이 보인다.

차가운 날씨와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아름답게 구현한다.

국립공원 관광안내소를 찾았다. 그러나 주차장에 빈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돌고 돌아 간신히 한 자리 발견했다. 관광안내소는 산악지대에 걸맞게 통나무를 많이 사용한 현대식 건물이다. 이른 아침이지만 젊은이들로 북적인다. 산악 장비가 있어야 하는 전문적인 험한 등산로에 대한 안내도 있다. 옆에는 등산할 때 지켜야 할 안전수칙 포스터가 각국어로 번역되어 붙어 있다. 한국어로 된 포스터도 있다. 요즈음은 관광지에서 한국어를 보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관광안내소 아래층에는 전시관이 있다.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동식물에 대한 정보를 비롯해 다양한 정보가 많다. 이곳을 찾았던 산악인들의 유품도 전시되어 있다. 모든 정보를 읽어보려면 하루는 걸릴 것이다. 

뉴질랜드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관광 수입, 각국에서 온 관광객으로 붐빈다.

안내소에서 알아낸 짧은 등산로를 택해 걷는다. 등산 장비 없이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산책로에 가깝다.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물을 건너기도 하면서 산 깊숙이 들어선다. 모퉁이를 돌아서는데 싸늘한 골짜기 바람이 심하게 분다. 고개를 똑바로 들을 수 없을 정도다. 점퍼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추위와 바람을 이겨내며 한 걸음씩 옮긴다. 이러한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주위에는 추위와 비바람을 이겨낸 화사한 꽃이 만발하다.

등산로가 끝나는 곳에 도착했다. 정상이 구름으로 뒤덮인 높은 산이 앞을 가로막는다. 구름을 벗어난 산 중턱은 만년설로 뒤덮여 있다. 주위에는 한가하게 둘러보는 사람, 사진 찍기에 바쁜 사람 그리고 벤치에 앉아 가쁜 숨을 고르는 사람 등으로 붐빈다. 구름에 가려 산봉우리를 사진에 담지 못했으나 구름과 어울린 만년설이 인상적이다.

구름 사이로 어렵게 찍은 만년설이 뒤덮인 정상

산을 내려오니 조금 떨어진 곳에 리조트가 보인다. 만년설이 가득한 산들을 배경으로 운치 있는 모양을 한 건물이다. 사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알프스산맥을 배경으로 한 건물이 연상된다. 차가운 그러나 신선한 바람이 온몸을 감싼다. 따뜻한 커피 생각이 날 수밖에 없다. 리조트 카페에 앉아 커피 향을 음미하며 한 모금 마신다. 좋다.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멀리 보이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높다는 산봉우리 주위를 뭉게구름이 오가고 있다. 구름과 구름 사이로 잠깐씩 산 정상이 모습을 나타낸다. 카메라 줌을 최대한 끌어당겨 순간을 포착한다. 사진을 많이 찍었다. 그러나 쓸 만한 사진은 한두 장밖에 없을 것이다.  

커피와 함께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빙하가 있다는 호수를 찾아 나섰다. 여느 주차장과 마찬가지로 관광버스, 캠핑카 그리고 렌트한 자동차가 빼곡하다.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대부분이다. 영어로 말하는 사람을 만나기 어려울 정도다. 관광 수입이 뉴질랜드의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하나의 조각품을 연상시키는 빙하가 호수에 떠 있다.

작은 산등성이를 따라 호수가 있는 곳까지 올라갔다. 빙하가 녹아 만든 호수가 깊은 계곡에 자리 잡고 있다. 얼음 조각들이 호수에 떠 있다. 특이한 모양의 얼음 조각도 보인다. 안내판에는 1890년부터 빙하의 규모가 심하게 줄어든 도표가 있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이곳에서 빙하를 보기 어려울 것이다.

남반구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국립공원을 대강 둘러보고 떠난다. 산속을 벗어나면서 웅장한 호수와 넓은 초원을 다시 만난다. 올 때는 지나쳤던 전망대에도 들리며 자주 뒤를 돌아본다. 깊은 인상이 남는 좋은 곳이다. 떠나기 싫다. 그러나 아쉬움을 뒤로하고 숙소로 향한다.

삶도 되돌아보면 깊은 인상이 남는 때가 있다. 그러나 안주할 수 없는 것이 삶이다. 또 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 좋아하는 문구가 떠오른다. ‘Past is approved, Future is open', 지난 것은 지나간 대로, 앞을 바라보는 삶을 즐긴다. 

이강진 (자유기고가, 전 호주 연방 공무원)  kanglee6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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