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사회의 변화와 이민자들의 아픔이 담긴 밀크바의 변천사

호주의 ‘밀크바(Milkbar)’를 보면 한국의 옛 구멍가게가 연상된다. 

한국에서 구멍가게 물건으로 회상마케팅을 한다는 소식이 들렸는데 마침 호주 공영 ABC방송이 21일 호주의 사라져가는 밀크바의 추억을 보도했다. 

이 기사는 밀크바의 변천사 속에 있는 호주사회의 변화와 이민자들의 아픔을 설명했다. 집에서 우유나 식빵을 급하게 구하느라 달려간 곳, 배달할 신문을 받으로 가는 곳, 혹은 학교를  오가며 사탕을 구할 수 있는 곳으로 밀크바, 혹은 동네 델리들이 존재해 왔다. 

호주에서도 보편화 되고있는 인터넷 주문과 가정배달(택배), 대형 수퍼마켓 증가, 편의점의 24시간 영업 등으로 밀크바는 이제 많은 지역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호주의 밀크바에 대한 책을 낸 이몬 도넬리(Eamon Donnelly)는 “이 현상은 지난 40년간 꾸준했지만 최근들어 사라지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졌다”고 지적했다. 치솟는 임대비와 고객이 줄면서, 매주마다 밀크바 매매 광고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도넬리는 “밀크바야 말로 호주의 성장통과 추억이 담긴 보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밀크바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독립(사업기회)을 처음으로 맛보게 해주었다. 자기만의 뭔가를 가지게 되는 첫 기회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밀크바의 역사는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스계 이민자 믹 아담스(Mick Adams)가 시드니 시티의 마틴플레이스에 미국식 거리식당 개념으로 가게를 열고 ‘밀크바’란 새 이름을 달았다. 이곳에서 밀크쉐이크와 파이를 사먹으며 할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을 흉내 냈다. 

도넬리에 따르면 호주의 밀크바는 특히 이민자들의 삶이 가장 많이 배여있는 곳이다. “밀크바에서 이민자들의 음식문화가 호주로 소개됐다.. 밀크바 등장 이전에는 그리스 이민자들은 올리브 오일을 사기위해 약국에 가야했다. 그러나 밀크바에서는 환전도 되고, 드라이 클리닝까지 가능했다, 간판도 다른 언어들로 꾸며졌다”

1932년 호주 최초로 마틴 플레이스에 문을 연 호주 최초의 밀크 바 모습.

이전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밀크바는 매년 86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는 호주의 큰 산업이다. 그러나 이 액수는 주로 주유소에 붙어있는 소매점포에서 벌어드리는 돈이다. 실제로 변화무쌍한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도록 계속해서 내부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하고 새로운 세일 품목을 가져다 놓는 일은 이들 밖에는 하지 못한다. 

호주 밀크바협회 (Australasian Association of Convenience Stores)의 제프 로컷(Jeff Rogut) 회장은 최근들어 우버이츠(Uber Eats) 같은 인터넷 서비스가 더 큰 위협이라고 지적한다. 한밤중에도 배달이 가능한 이 서비스는 밀크바의 마지막 영역인 ‘접근 편의성’까지 빼앗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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