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여성 중 유일한 신분 공개자로 ‘일본군 만행 고발’

잰 러프 오헌 할머니가 19일 타계했다

백인 위안부 피해 여성 중 유일하게 컴잉 아웃(coming out)을 하며 일본군의 만행을 국제적으로 고발한 잰 러프 오헌(Jan Ruff—O’Herne) 할머니가 19일(월) 오전 남호주의 애들레이드 자택에서 타계했다. 고인은 1923년생으로 향년 96세였다.
 
국제평화상(International Peace Prize) 수상자인 오헌 할머니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네덜란드령 동인도(Dutch East Indies, 현재의 인도네시아)를 점령한 일본군의 위안소에서 성노예로 고초를 당했다.   

오헌 할머니의 자서전 ‘50년의 침묵’

오헌 할머니는 종전 후 영국 남성과 결혼해 호주로 이주해 살면서 비밀을 간직해 오다가 1992년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인 김학순 할머니가 최초로 TV에서 공개 증언을 한 것에 충격을 받고 일본 토쿄를 방문해 아픈 개인사를 공개하면서 일본 정부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서양 여성 중 컴잉 아웃 사례는 오헌 할머니가 최초이고 유일하다.  

20일 비키 채프만(Vickie Chapman) 남호주 법무장관은 고인을 애도하며 “그녀는 미래 세대를 위해 그녀의 고통을 세계에 알렸다”면서 “남호주인들은 오헌 할머니의 스토리를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her story is never forgotten)”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할머니의 생존 스토리는 그녀의 강인함과 불굴의 용기에 대한 증거다. 오헌 할머니는 남호주는 물론 세계적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추모했다. 

오헌 할머니는 호주 사회에 기여한 공로로 2002년 호주국민훈장(OM)을 받았고 2004년 존 하워드 총리로부터 100주년 메달(Centenary medal)을 받았다. 

지난 10일 시드니한국문화원에서 시소추(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실천 추진위원회) 주최로 열린 위안부 기림일 영화제에서 할머니의 손녀인 루비 챌린저 감독의 ‘데일리 브레드’가 상영됐다. 

오헌 할머니가 다른 위안부 피해자들을 만났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