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의 한인 밀집지역인 이스트우드에는 중국 커뮤니티가 비영어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 커뮤니티를 대변하는 2개의 단체가 활동을 한다. 흥화중국어학교와 이스트우드중국노인회가 그것이다. 

흥화중국어학교는 이스트우드 초등학교에서 주말에 운영된다. 공식 명칭은 ‘Australian Chinese Community Association of NSW  Chinese Language School(NSW의 호주 중국커뮤니티협회 중국어학교)’이다. 올해 개교 43년이 되며 등록 학생이 1천명을 넘을 정도로 지원자가 많다. 

만다린과 칸토니즈를 가르치는데 학생들 중 호주, 유럽계, 한국계 등 비중국계 학생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이 학교는 교육부 소속이 아닌 커뮤니티 자체 언어 교육기관이란 점에서 중국 정부의 대외 중국어 및 문화 홍보 기관인 공자학원과는 다르다. 최근 NSW 교육부가 공립학교에서 공자학원을 전격 폐지하고 자체 중국어 교육으로 대체한다고 결정했다.

그 배경은 쉽게 짐작하는 것처럼 중국의 대외 영향력 행사와 이로 인한 호주-중국의 불편한 외교관계 때문이다. 또 홍콩에서 석달째 진행 중인 송환법 반대 시위 사태도 간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프랑스(알랑스 프랑세즈), 독일(괴테 인스티튜트), 한국(세종학당), 중국(공자학원), 미국(미국문화원), 일본(일본문화원) 등 여러 나라들이 자국 언어와 문화 홍보를 목적으로 문화원 활동을 전개한다. 여기에는 언어 교육도 물론 포함된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나친 역사교육(내셔날리즘), 정치 이데올로기 선전이 개입되는 순간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중국은 약 30여년 전부터 호주 대학에 공자학원을 설립하고 국가 예산으로 중국학 붐을 조성했다. 중국어 교육과 문화 전파는 주로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했다. 

국가 예산이 지원되는 만큼 중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고 호주의 중국계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직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시드니와 멜번의 중국계 커뮤니티를 상대하는 중국어 매체(신문, 방송) 중 상당수가 중국 정부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에 비협조적이거나 친대만, 홍콩 독립/민주화에 우호적인 논조를 보이는 경우 때론 위협, 회유 등 상당한 방해를 각오해야한다. 이에 맞서려면 큰 용기와 조직력이 있어야 할텐데 어느 정도 반중 세력이 힘을 발휘할지 의문이다.  

이런 상황 전개를 보면서 필자가 한인들과 친분이 있는 이스트우드 주변의 중국 커뮤니티 관계자들에게 현 홍콩 사태에 대한 의견을 질문했지만 거의 대부분 답변을 사양했다. 

이유는 “솔직하게 속내를 드러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중 정서를 드러낼 경우, 홍콩이나 중국 본토에 있는 가족, 친척들이 당할 수 있는 불이익을 걱정하는 측면이 강했다. 

“홍콩을 떠난 지 오래돼 내가 홍콩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면서 노코멘트의 명분을 둘러대는 경우도 있다. 극소수는 익명을 전제로 또 보도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조심스럽게 개인적 의견을 전달했다. 

라이드 시의회에서도 한바탕 이 문제로 소란을 겪었다. 몇 주 전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자는 결의안이 제안됐지만 시의원들이 격론 끝에 결의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상당한 이견으로 시의원들이 반목 양상을 드러내기까지 했다.  
8월 27일 시의회에서 한 시의원(자유당)은 일부 시의원들이 ‘정치화 시도’를 했다면서 상대방을 공격했다. 

이 이슈는 시의회나 지역사회 차원에서 다루기 너무 복잡하고 골치 아픈 사안일 수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묵살과 회피를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중국 커뮤니티도 경제적인, 문화적인 욕구가 충족되면 그 다름은 중국 정부를 향해 인권, 민주화를 요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를 무시한 ‘제스추어 라이프’ 시늉을 하며 지낼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은 정치사회적 동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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