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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호주의 아시아계 리더들 ‘뱀부 실링 혁파’에도 앞장서야
고직순 편집인 | 승인 2019.09.19 16:07

아시아계 호주인은 호주 전체 인구 중 약 12%를 점유하지만 리더십 위치에서는 4% 미만에 불과하다. 이는 호주 사회에서 아시아계 호주인들은 그동안 정치-사회적 대표성이 부족했고(under-represented), 과소 평가됐다(under-appreciated)는 의미다. 

호주 사회 각계에서 ‘뱀부 실링(bamboo ceiling)'은 어느 정도일까? 연방 의회에서 하원 151명, 상원 76명 총 227명 중 4명(1.7%)이 아시아계다. 하원의 이안 구디너프(싱가폴계)와 글래디스 리우(홍콩계), 데이브 샤마(인도계) 3명, 상원에 페니 웡(말레이시아-호주계) 1명이다. 

5년 전(2014년) 통계에 따르면 연방 정부 기관에서 실질적인 실무 책임자급(departmental secretaries and deputy secretaries) 81명 중 3명(3.8%)만이 아시아계였다.  

대학도 비슷했다. 8개 주요대학(Group of Eight) 부총장급(vice-chancellor, provost, deputy vice-chancellor and pro-vice chancellor levels) 49명 중 2명(3%)만이 아시아계였다. 

법조계는 2015년 전국적으로 1,057명의 판사 중 8명이 아시아계였다. 작년 12월 중국계인 윌리람 라이(William Lye)와 베트남계인 캄 트루옹(Cam Truong) 법정변호사들(barristers)이 빅토리아주에서 퀸즈 카운슬(Queen’s Counsel)에 임명됐다. 호주 법조계 200년 역사 중 첫 아시아계 QC가 2018년 탄생했다. 민간 영역도 별로 높지 못했다. 임원급 매니저(executive managers)의 1.9%, 이사(directors)의 4.2% 정도가 아시아계로 추산된다.  

아시아계 학생들은 거의 모든 호주 학교에서 성적으로는 두각을 나타내지만 아쉽게도 사회에 나와서는 지도층에 제대로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에서 공부 잘 하고 준법정신이 강한 아시아계가 사회 지도층에서는 왜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할까? 호주 사회의 고질적인 인종차별, 무의식적인 편견(unconscious bias) 또는 고정관념(stereotyping) 때문일까?

호주 출생인 중국계 작가 겸 방송인 벤자민 로우(Benjamin Law)는 “호주 모든 커뮤니티에 백인 수문장들(white gatekeepers)이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호주 재계, 미디어, 정계, 문화계의 지도층을 보면 항상 앵글로계 배경을 가졌고 역사적으로 상당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이런 위치에 올라가려면 조정(interventions)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정은 타겟 및 기한 설정, 전략 및 프로그램 등 인위적인 개입을 의미한다. 주류사회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에 앞으로 지난한 싸움이 있어야 할 것이다. 

바로 이런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하고 방법론을 모색하기위해 12, 13일 멜번의 빅토리아주립도서관에서 ‘제 1회 아시아계 호주인 리더십 서밋(first Asian-Australian Leadership Summit: AALS)’이 열렸다. 멜번대 아시아링크(Asialink), PwC(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즈), 호주국립대(ANU)의 이니셔티브로 출범한 이 컨퍼런스의 주목적은 호주 사회 지도층에서 ‘과소평가된’ 아시아계 호주인들의 불균형(imbalance) 문제를 개선하자는 취지다. 다양성 증진 전략을 식별하고 아시아계 호주인이 향후 아시아와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도 목적이다. 

호주 직장에서 여성의 승진에 ‘글라스실링(glass ceiling, 유리 천정)이란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처럼 이제 사회 각계에서 아시아계를 차별하는 이른바 ’뱀부실링(bamboo ceiling, 대나무 천정)‘을 격파하는 문제가 사회 이슈가 되고 있다. ’뱀부실링 깨기‘는 제도와 더불어 오랜 사회적 관습, 선입견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한 예로 TV 프로그램 중 뉴스나 토크쇼는 물론이고 더 블록(the Block), 하우스 룰(House Rules) 등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나 네이버(Neighbours), 홈 앤 어웨이(Home and Away)같은 드라마에 아시안 배우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이런 부재 현상은 아시안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지속시킨다. 아시아인들은 얌전하고 법을 잘 지키며 공부 잘하는 ‘모범적 소수집단(model minority)’이란 고정관념을 만들면서 그 이면에서는 “그들은 사회현상에 대한 무관심(passivity), 묵인(acquiescence), 복종(subservience)에 익숙해 있다”는 부정적인 편견이 만들어 진다.  

아시아계 호주인들의 차별에 대한 반응은 “직장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고(less outspoken) 덜 공격적이며(less aggressive) 차별이 별로 없는 직종을 선택한다”는 것이었다.  

“아시아계 호주인들은 리더십 위치를 갈망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위치에 없다”는 주장마저 제기될 수 있다. 

아시아계 호주인들은 고학력이고 표면적으로 의욕이 넘치지만 사회의 리더십으로부터 영구적으로 배제되는 ‘새로운 전문직 노동자층’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주류 사회 각계를 향한 거침 없는 도전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호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40세 미만의 아시아계 호주인 40인’이 이런 뱀부 실링 혁파에서도 앞장서야 할 것이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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