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순간까지 결백 주장.. 가족들 “부끄럽다”

호주 최악의 백패커 연쇄살인범 이반 밀랏(Ivan Milat)이 74세의 나이로 감옥에서 사망했다.
앤서니 로버츠 NSW 대테러 교정부(Counter Terrorism and Corrections) 장관은 투병 중인 밀랏이 27일(일) 새벽 4시경 시드니 롱베이 교도소 병동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1989-92년 사이에 백패커 7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후 암매장한 범죄행각으로 호주 전역을 경악케 한 밀랏은 1996년 종신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었다.

피살자 7인과 이반 밀랏

올 초 식도암 및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아 프린스 오브 웨일스 병원 중환자실에 중경호를 받으며 입원해있다가 사망이 임박해지자 22일 교도소로 재이송됐다.

로버츠 장관은 “밀랏은 자신이 저지른 무참하고 잔혹한 살인 범죄에 한치의 양심의 가책도 보이지 않았다. 그의 죽음에 자비는 없다”고 말했다.

형 보리스 밀랏(77)은 동생의 사망에 대해 “호주에서 가장 악명 높은 연쇄살인범 중 한 명이 제거돼 정말 다행(big relief)”이라며 “동생이 끝까지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지 않아 매우 부끄럽다”고 말했다.

밀랏이 살해한 백패커들은 독일인 3명, 영국인 2명, 호주인 2명으로 시드니 근교 도로변에서 히치하이킹을 하던 이들을 납치해 강간, 총격, 교살 등으로 살해한 후 시신을 토막 내 암매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1992-94년 베랑글로 주립공원(Belanglo State Forest)에서 이들의 유해가 발견되면서 시작된 경찰 수사로 밀랏은 1994년 5월에 체포됐다. 

피살자에게서 발견된 탄흔과 일치하는 소총과 엽총, 희생자를 찍은 사진, 이들의 캠핑 장비와 옷가지들이 자택에서 발견되는 등 유죄에 대한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그는 기소돼 종신형을 선고받는 순간까지 결백을 주장했다.

경찰은 유골이 발견된 7명 외에도 밝혀지지 않은 희생자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측근에 따르면 그가 살해한 사람이 30명은 족히 넘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크로아티아인 아버지와 호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14명의 자녀 중 다섯째인 밀랏은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폭행에 시달렸다. 14세에 가출해 가택 침입, 차량 절도, 마약 등으로 소년원을 여러 번 드나들었다. 1974년에는 10대 소녀를 살해 협박 및 강간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

그는 어릴 적부터 총기에 대한 집착증 및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보였다. 백패커 살해 혐의로 수감된 후에는 면도칼이나 날카로운 물질을 삼키는 등 여러 자해 소동을 벌이며 탈출 시도를 감행했다. 2009년에는 플라스틱 칼로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자르기도 했다.  

한편, 희대의 살인 행각으로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준 그를 모티브로 한 영화 울프 크릭(Wolf Creek)이 2005년과 2013년 1, 2편으로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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