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주  전(10월 11일자) 본 난에 ‘서울로 가는 길’이란 제목으로 쓴 칼럼의 연장선에 있다. 그래서 ‘서울로 가는 길, No. 2’이다. 
 
• 서울로 가는 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적어도 9시간을 타야 하는 비행기 여행이다. 10월 3일 시드니에서 탄 KAL 비행기 여행은 내 잘 못이었지만 ‘Very unlucky', 아주 운이 없었다.’ 비행기에 들어갈 때 탑승 카드 하나면 되는데 카드와 호주 여권을 함께 손에 쥐고  있던 게 화근이었다.  입구에 진열된 신문 몇 부를 집어 들면서 여권을 그만 옆에 놓아둔 채 자리로 향한 것이다.
 
깜짝 놀라 입구 쪽으로 급히 뛰어갔다. 그 자리에 서 있던 남자 사무장과 여승무원들이 근처를 뒤졌으나 찾지 못했다. 비행기가 이륙한 후 사무장이 “승객 중 여권을 분실한 분이 게십니다. 보신 분은 승무원에게 즉시 알려주십시오”라는 기내 방송을 우리말과 영어로 내보냈다. 아무런 소식이 없어 나는 여간 속이 타는 게 아니었다. 
 
도착 다음날 호주 대사관으로 뛰어가 분실 신고를 하고  새 여권 신청을 해야 할지, 신청을 하면 2주반 전에  발급받을 수 있을지.. 어차피 비행기를 타면 잠을 못 자지만 이번에는 안절부절 제정신이 아니었다.  
  
인천공항에 가까워지면서 나는 사무장에게 다시 방송을 해주되 이번에는 여권이 승객 각자의 주변에 우연히 굴러 떨어져 있을지 모르니 잘 살펴달라고 간곡히 말해달라고 애원하였다. 사무장은 친근하고 좋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방송 내용은 첫 번 째와 같은 되풀이었다. 나중 왜 그렇게 해야 되나 물었더니 그렇게 안 하면 규정 위반이라는 대답이었다.  
 
만원인 승객의 아마도 8-90프로는 한국인이었다. 방송을 듣고 속으로는 몰라도 아래를 살펴본다든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모두 무표정이다. 착륙 30분 전 되었을까. 사무장이 여권을 찾았다며 가지고 왔다. 너무  기쁘고 감사해서 어디에서 나왔는지 묻지 않고 고맙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승객 한 사람이 자기 자리 슬리퍼 밑에서 발견했다는 건데 거기는 입구가 아니다. 
 
복수국적자의 두 여권
복수국적 한국인은 출국 때는 거주국  여권으로, 한국에 입국할 때는 한국 여권으로  수속을 마쳐야 한다.  그래서 한국 여행은 두 여권을 지참해야 한다. 그간 우리는 한국 공항 입국장에서는 두 가지를 모두 제시해왔다. 그리고 그래야 맞다고 들어왔다. 
 
이번에는 그 문제를 확인하려고 별로 기뻐하지 않는 입국장 한국 직원에게 어렵사리 물어 봤다. 직원 왈 자기들 관심은 한국 여권이지 다른 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출국할 때 항공사 카운터에서 한국 여권만을 보이니 복수국적임을 알고 외국 여권을  보자고 한다. 이에 대한 법무부 출입국 관리국이 정한 세칙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호주에서의 공항 출입국은 호주 여권 하나면 된다.    
 
• 제브라 크로싱(Zebra crossing)을 구글에서 검색해보면 다음과 같은 영어 설명이 되어 있다. “A zebra crossing is a type of pedestrian crossing used in many places around the world. Its distinguishing feature is alternating dark and light stripes on the road surface, resembling the coat of a zebra. A zebra crossing typically gives priority to pedestrians.”
 
우리말 번역은 “얼룩말 교차점은 전 세계 여러 곳에서 사용되는 횡단보도 유형입니다. 그 특징은 노면의 어둡고 밝은 줄무늬가 번갈아 가며 얼룩말의 외투와 비슷합니다. 얼룩말 교차점은 일반적으로 보행자에게 우선권을 줍니다”라고 되어 있다. 
 
나는 40년 전 호주에 와 운전면허를 받기 위해 운전 규칙 안내서를 읽고 도로에 나가 교습을 받으면서 이 얼룩말 횡단보도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 여기 보행자 우선은 절대적이다. 그간 운전을 하면서와 거기를 건너면서  그저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단 3, 40년 전과는 달리 이민자가 늘면서 보행자 우선을 깡그리 무시하고 달려오는 불법 운전자가 많아졌다는 사실에 주목할 뿐이었다. 
 
위 구글 설명이 알려주는 대로 얼룩말 횡단보도는 호주만의 제도가 아니다. 많은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다. 그간 해외여행을 하면서도 눈 여겨 보지 않았다. 이에 대하여 새삼스럽게 관심을 갖게 된 건 지난번 글에서 운을 뗀 대로 이번 한국 여행 중 그 보도를  건너다가 큰 일 날뻔한 후다. 서울과 한국의 중소도시의 큰 길 횡단보도 바닥은 얼룩말 무늬 표시로 되어 있고 그와 함께 양쪽에는 신호등이 있다.    
 
돌아와 호주의 횡단보도를 점검해 봤다. 신호등이 있는 건널목에는 얼룩말 무늬 표시가 없다. 보도의 넓이를 알려주는 흰 선이 그려져 있거나 아니면 아무 것도 없다. 보행자는 신호만 보면 된다. 
 
나 같이 호주의 보행자 우선 얼룩말 횡단보도에 익숙한 사은이  신호등은 보지 않고 바닥만 보고 건너려는 실수를 할 가능성은 크다. 신호등과 얼룩말 무늬가 함께 공존하는 횡단보도는 4차선, 6차선이 많은 서울 시가와 일부 중소 도시의 넓은 도로에 있다. 그나마 신호등이 없는 얼룩말 건널목은 언제나 보행자가 우선이지만,  그렇게 믿고 마음 놓고 건너다가는 사고 당하기 딱이다. 대부분 운전자들은 보행자가 죽지 않으려면 알아서 하라는듯 막 달려온다. 

안산과 같이 녹지가 많고 길이 넓은 곳 일부 횡단보도는 신호등이 2단계로 되어 있다. 가까운 쪽 빨간 신호를 잘 못 본 채 먼 쪽 청신호만 보고 건너려다가 위험에 처한 때도 있었다. 한국에 계속 사는 사람은 괜찮겠으나 갑자기 고국에 도착해 움직여야 하는 교포들은 사전 주의가 필요하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에서 교통사고 사망자 중 36%가 노인이라는데 이런 혼란스런  장치와 성급한 운전 매너가 상당 부분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 

2단계 신호등 
다른 건 몰라도 신호등을 설치한 횡단보도에 그려져 있는 얼룩말 무늬는 제거되어야 한다.. 박원순 서울 시장은 서방 선진국의 관행을 들여야 와 이 메가 도시를 많이 발전시켰는데 이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 지난 번 글에서 딸이 한국의 한 은행 구좌에서 약간의 돈을 찾는데 통장, 비밀 번호, 도장과 소지한 호주 여권을 제시했으나 여권 번호가 예금 때와 다르다는 이유로 거의 반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지점장 왈 금융감독원 지시란다. 나는 호주로 돌아와 내가 보관하고 있는 과거 여권들을 일일이 검토해봤다. 한국과 호주 여권 모두 번호가 매번 다르다. 여권은 주민등록증과 다른 게 분명하다.  
 
내 이야기는 조금도 가감이 없는 사실임을   밝힌다. 은행 이름을 대라면 댈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죽으라면 죽을 것인가? 기내 방송을 하면서 정해놓은 문구 외에 몇 마디 필요에 따라 부연하는 건 왜 불가능할까? 대부분  공직자가 합리성은보다  보신만을 위하는 건 그들만의 책임은 아닐 것 같다.
 
• 해외에 나와 있는 대한민국 공관은 외교, 정보 수집, 자국민보호 등 전통적 업무 말고도 재외동포정책 수행이라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 공관장 회의에서는 고국에 대한 동포사회의 목소리도 전달할 수 있어야 하는 데 고국을 둘로 갈라놓은 보수와 진보를 따라  하는 찬반 논쟁을 빼놓고는 목소리를 내는 현지 한인 단체, 매체, 집단이 없으니 전달할 목소리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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