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 시티 보타닉가든으로 들어서서 강변길을 따라 굿윌브릿지(Goodwill Bridge)위를 15분 정도 걸어가면 사우스뱅크가 나온다.  눈부신 조명을 내뿜으며 둥글게 돌아가는 페리휠과 더불어 브리즈번 시내의 야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최고의 장소이다. 무료 시승할 수 있는 호프인 이라는 배가 강 건너편을 수시로 다니고 있고, 시속 70노트 이상의 속도를 내며 물살을 가르는 유료 페리 시티캣(City Cat)도 강위에서 멋진 한 장면을 연출해낸다. 강둑 위에는 멋진 식당들이 즐비하고 모래비치와 수영장이 있으며, 주말 벼룩시장이 열리는 시민공원 – 사우스뱅크 - 에는 퀸스랜드 주민의 자랑인 퀸스랜드 공연예술극장(QPAC)건물도 자리 잡고 있다. 연말이 되면서 예술극장의 벽에는 정말 다양한 프로그램의 광고 포스터가 전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 포스터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레며 어떤 공연을 선택할지 기대감에 들뜨게 된다.  나는 딸과 음악 취향이 비슷해서 뮤직 콘서트나 뮤지컬을 함께 가는 경우가 많다.  

퀸스랜드의 다양한 다민족 문화를 대중에게 알리는 프로그램을 11월의 문화 예술로 정하고 딸과 함께 특별한 한 공연을 보고 왔다.  이 공연의 목적은 “우리는 다함께 다민족들의 풍요와 다양성을 모으고, 축하하며 퀸스랜드의 문화적 경관을 형성하며 목소리가 담당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존중합니다. 사랑과 상실, 웃음과 삶을 축하하는 매력적인 퍼스트 네이션 작품에 도전하고 자신을 몰입 시켜 보세요.”라고 안내 브로셔에서 밝히고 있다.  정부가 다민족 문화를 양성하고 후원해주는 문화 예술정책의 일환으로 만든 공연 프로그램 중의 하나라고 여겨진다.  

호주의 떠오르는 가수, 모조 주주(Mojo JuJu)의 “모국어(Native Tongue)” 라는 제목의 공연을 보았다. 평일 날 저녁이었지만 좌석은 관중들로 가득 채워졌었다. 어둑한 실내에는 신비한 분위기를 띠우며 연기가 피어오르고 무대 위에는 전자기타와 작은 드럼 하나가 관중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조는 “모국어”라는 제목의 싱글앨범으로 2019년 ARIA 음악시상식에서 베스트 인디펜던트 싱글 부문을 수상했었다. 기타와 피아노를 연주하고 싱어송 라이터로 Soul, R&B, 힙합 같은 여러 장르의 음악을 만든 호주가수로 이미 잘 알려진 음악인이다. 그녀의 겉모습은 목소리, 말하는 태도, 의상, 거기에 거뭇한 콧수염까지 길러서 남자로 착각하게 된다. 자신은 필리핀인이며 동성애자임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밝히면서 파트너에 대한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털어놓았다. 

모조(Mojo)의 공연은 청중과 대화를 나누듯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무대 한편 벽에는 작은 슬라이드 화면 창이 떠있었다. 노래를 시작하기 전에 내레이터를 통해서 자신의 배경에 대한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첫 슬라이드 영상은 아버지의 내레이터로 시작했으며 필리핀 이민자로서 아버지가 겪었던 경험들을 들려주는 내용이었다. “나는 필리핀에서 태어났고 미국으로 갔다가 다시 호주로 이민을 와서 멜버른에 정착했다. 나의 위대한 할아버지는 위라주라이(Wiradjuri)였다.” 

모조는 세 번째 솔로 앨범인 모국어( Native tongue)의 가사에 현재 호주사회에서 살아가는 그녀의 정체성, 이민자로서 살아가는 일, 삶 등 어려움을 담아내었다. 노래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청중들에게 담담하게 때로는 울먹이듯 젖은 목소리로 들려주기도 했다. 그리고 전자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고 또 다시 대화를 이어가며 ‘노래와 이야기가 있는 토크 송 ’으로 두 시간에 걸친 공연을 잘 마무리했다. 그녀는 소울, R&B 그리고 힙합의 음률이 묘하게 어울리는 노래를 매력적이고 깔끔한 음색으로 불렀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하는 주제 의식을 노래 가사에 담아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았다.  나 자신 또한 호주에서 이민자라는 같은 신분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그녀와 그 부모들이 겪었던 아픔에 공감이 갔다. 모국어(Native Tongue) 노래의 가사 앞부분을 일부 소개해본다. 

I don't speak my father's native tongue.
(나는 아버지의 모국어를 말하지 못해요)
I was born under the Southern sun
(나는 남반부 태양 아래에서 태어났어요.)
I don't know where I belong
(내가 어디에 속해 있는지 모르겠어요)
I don't know where I belong
(내가 어디에 속해 있는지 모르겠어요)
My great granddaddy was Wiradjuri
(나의 증조할아버지는 위라주라이였어요)
My father came here from the Philippine
( 내 아버지는 필리핀에서 여기에 왔어요)
It's where I live, it's where I wanna be
(내가 사는 곳, 내가 원하는 곳이에요)
Ooh, but you make me feel so ill at ease 
( 우~~하지만 당신은 나를 너무 아프게 느끼게 해요)

*Wiradjuri: 뉴사우스 웨일즈 지역의 호주 원주민부족을 말하며 가족과 친척간의 유대가 아주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이 노래의 가사는 이민자의 외로움을 느끼게 만든다. 음악은 세상을 하나로 그리고 사람을 하나로 묶어주는 강렬한 힘을 가지고 있다. 슬픔이나 우울이라는 단어를 떠 올리게 하는 노래보다는 차라리 용기를 주고 밝은 내용의 가사로 이민 생활의 고단함을 다독여 주는 노래를 많이 불러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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