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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하우스(39)] 마음이 따뜻했던 날들
김봉주 (자유기고가) | 승인 2020.01.16 11:53
순천만 정원

"새해에는 당신의 뜻하신 아름다운 꿈들이 모두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라는 글귀가 적힌 연하장 위로 작년 가을 100일간의 고국 방문 길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세계 6위의 면적을 자랑하는 호주 섬대륙(770만 평방 km)은 한국(남한) 영토의 76배에 달한다. 작은 한국이 호주보다 더 커 보이는 착시(?) 현상 속에서 고국산하를 둘러보는 여행을 다녔다.

필자는 이민 오기 전 서울 중앙지인 D일보에 근무할 때 <전통 시장을 찾아서>라는 기획 기사를 연재하면서 남한 각 도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을 순례, 취재했던 경험을 더듬어 그때 그곳을 찾아 나섰다.

전 세계적인 추세인 대형 슈퍼마켓의 희생양이 된 듯 그 당시의 인정과 정감이 넘치던 재래시장은 사라지고 현대화를 흉내낸 건물들이 엉성하게 들어서 있어 그저 비슷비슷한 시설들이 널브러진 광경에 실망했다. 마치 철도 간이역 대합실에 놓인 낡은 의자처럼 연민을 자아냈다.

한국에 산업화가 시작될 무렵, 대규모 공업 단지가 영남에 치우쳐서 한때 ‘호남 푸대접’으로 설움을 호소하던 전남 지방이 이제는 청정 지역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니 전화위복(?)이라 해야 할까? 해맑은 공기, 풍부한 농산물과 해산물, 사통팔달의 교통망으로 순천과 담양에만 각각 연간 5백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모여 들고 있다고 한다.

고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시, 군이 운영하는 시티 투어 무공해 전기 버스를 운행 하고 있어 관광객들의 환영을 받는다. 불과 2천원(약 $3)으로 하루 종일 이 버스를 타고 내리며 관광 명소를 둘러 볼 수 있다.

여러 곳의 방문지 중에서 자연을 살리고 가꾸어서 관광지로서 성공한 사례 중에서 순천과 담양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겠다.

대나무 숲과 대나무 공예품으로 유명한 담양은 <죽녹원>과 <메타스퀘어 가로수 길>이 인상적이었다. 9만 3천평의 죽녹원은 대나무 산책로가 2.2km나 이어져 있어 청신한 공기를 제공한다.

메타세쿼이아(metaseqouia) 나무는 1억2천만년 전에 이파리와 열매가 공룡의 먹이였는데 4천만년 전 지구상에서 사라진 멸종 식물로 여겨졌다. 그런데 1946년 기적적으로 중국 양자강 상류에서 딱 한그루가 발견되어
그 한그루의 나무에서 시작하여 이제는 담양을 비롯해서 남한 전국에서 잘 자라고 있는 가장 키 큰 화석식믈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반도의 포항지역에서 이 나무 화석이 발견되었다니 한반도가 원산지라 해도 이의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코리언들이 이 나무를 닮아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것이 아닐까?

대표적인 청정 고을 <순천>은 인근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 지리산의 산나물, 비닐하우스의 원조답게 풍부한 채소가 어우러져 먹거리가 기억난다. 무엇보다 수자원이 넉넉하고 물맛이 좋아 예로부터 막걸리와 간장이 유명하다고 한다.
가업 잇기가 어려운 한국의 현실에서 3대에 걸쳐 80년을 이어져 오고 있다는 고국의 소도시 순천의 <매일 간장>이 중국에까지 널리 알려져 있다니 맛에는 국경이 없나 보다.

<순천만 습지>와 <순천만 국제 정원>으로 알려진 순천은 고을 전체가 공원으로 착각할 정도로 맑은 인상을 주었다. 갈대밭으로 유명한 순천만 습지에는 해마다 흑두루미를 비롯, 철새 10종에 6만여 마리가 방문한다.
이곳이 안전한 서식지로서 갯벌의 환경이 좋고 풍부한 먹이가 있기도 하지만 시청에서 직영으로 논 3마지기(600평)에 벼를 심어 철새들의 먹이로 제공하고 있으니 모여들 수 밖에..  새나 짐승이나 사람까지도 먹을거리가 있어야 모여 든다는 평범한 진리가 스쳐간다.

우리 모두는 삶이라는 책의 작가라고 한다. 삶의 첫 장인 초, 중, 고교시절의 친구들이 더욱 그립고 보고픈 것은 성장 과정을 함께 살면서 자랐기 때문이리라.

이번 고국 방문에서 고향 친구들의 마음으로부터의 환대에 우정의 깊이를 실감했다. 특히 재경 동창회 P 회장의 성의와 배려에 마음이 훈훈해졌다.
가을 정기 동창회에 참석한 해외에서 온 친구를 위하여 새벽 노량진 수산 시장에가서 소년 시절에 고향 밥상에 자주 올랐던 생 쭈꾸미와 생 새우를 사다가 그날 참석하는 동창의 숫자대로 30명분으로 나누어 1인분씩 비닐 포장을 하여 가평 레스토랑에서 샤브샤브 요리에 덤으로 냄비에 데쳐 먹었던 기억은 오래토록 추억의 보관소에 넣어 두고 생일 카드처럼 꺼내 보려 한다.

P 회장은 사람을 움직이는 3가지 힘인 공포심과 이기심 그리고 사랑 중에서 사랑을 실천하고 있었다. 병이라는 이름의 불청객도 움직인다는 증거를 보이는 듯 수년전의 병고에서 벗어나 건강한 모습을 보였다. 사람의 마음은 에너지 형태를 띠고 있어서 생물체 특히 면역 세포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학자의 연구 결과에 수긍이 간다.

"오랜 벗들은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고통의 그 많은 추억, 함께 당한 괴로운 시간, 그 많은 불화와 화해, 이런 우정들을 다시 만들어 내지 못한다.
참나무를 심자마자 그 그늘 밑에 쉬기를 바라는 것과 같이 헛된 일이다."
프랑스 소설가 생텍쥐페리가 술회했다.

정다운 친구와 마주 앉아 허물없이 대화를 즐기는 시간이 인생의 즐거운 시간으로 내 마음을 훈훈하게 해 주었던 날들이 그리움으로 다가 온다.

여행이란 무엇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서 수많은 나를 만나는 일이라는 옛 사람의 가르침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김봉주 (자유기고가)  bjk194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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