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 시간으로 지난 주일 저녁,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상을 4개나 거머쥐었다. 그 잔칫상에 내 숟가락을 하나 더 얹는다. 뭘 한 게 있어서 그러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한다. 같은 한국인이고, 돈을 내고 ‘기생충’ 영화를 두 번이나 봤다고. 그것도 호주의 가장 큰 도시 시드니에서 한번, 뉴질랜드의 수도 웰링턴에서 또 한번. 그 뿐인가? 그의 전작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옥자, 마더’도 봤으니 그 정도면 백만분의 일 정도의 지분은 충분하다.

상 한 개 정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4개라니.. 이건 누구도 기대하지 못했던 기적이다. 상을 주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 외에는 누구도 몰랐다. 그들 역시 축제다. 땅은 크지만 폐쇄적이던 미국 영화계가 드디어 세계를 향해 문을 열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만났기 때문이다. “매우 시의 적절했다”. 모두에게 윈윈이다. 

2.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지만 사실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한국적인 정서를 서양적 영화기법 틀 위에 올려 놓았더니 대박을 치지 않았는가? 원래 세계는 하나였다. 그러나 크나큰 지구가 인간으로 충만해지기 위해서는 일단 흩어져야 했다. 국경선이 그려지고, 민족주의, 국가주의, 가족주의, 개인주의로 치닫으며 약육강식의 무한경쟁이 극을 달하게 되어, 결국 모두가 숨막히는 블랙홀에 빠지게 되었는데, 다시 빅뱅의 시대가 도래했다. 
IT혁명이라는 수단을 만나, 온 세상이 지구촌화 된다. 국경이 사라지고, 인종 구분이 희미해 지면서 로컬 뉴스가 온 세상에 알려지는데 단 1초도 안 걸린다. 이젠 온 세상이 다시 하나다. 혼자 문을 닫아 걸고는 도무지 살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폐쇄적인 중국이 자유경쟁체제의 미국을 도무지 따라 잡을 수 없는 이유다. 남의 문화를 존중하지 못하는 이기적 문화는 소멸될 수 밖에 없다. 그런 시류를 좆아 서울의 대림동에는 조선족이 들어와 한중문화의 해방구가 되었고, 스트라스필드와 이스트우드에서는 호주와 한국을 융합시킨다.

3. 호주는 요새 좋은 일이 별로 없다. 온 세상이 호주를 불쌍히 여긴다. 불과 물의 역습으로 새까맣게 태워지다가 이제는 축축하게 젖어 바다로 쓸려 내려간다.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이번 호주 블랙코미디의 끝판왕은 시드니 북쪽 동네의 ‘나라빈’ 호수로 넘어 들어온 상어다. 이틀 동안 400mm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호수와 바다의 경계가 무너졌다. 갈 곳을 잃은 상어가 호수로 넘어왔고, 배가 고파 오리를 잡아먹고 있다. 오래전 일이다. 변변한 낚시 선생이 없어, 낚시가 될 리 없는 대낮에 그곳으로 갔었다. 하루 종일 사제 떡밥을 끼어 던졌지만, 피라미 한 마리도 못 잡았던 그 곳에 거대한 상어라니, 정말 웃기지도 않는다. 그런데 그런 ‘조스’ 상어도 한국인 손을 거치니 세계화된다. ‘핑크퐁’이 올린 ‘상어가족’ 영어 버전 동영상은 지난 1월 현재 44억의 조회수를 달성했다. 

“베이비 샤크 뚜 루루 뚜루, 귀여운 뚜 루루 뚜루, 바닷속 뚜 루루 뚜루, 살았다 뚜 루루 뚜루, 신난다 뚜 루루 뚜루, 춤을 춰 뚜 루루 뚜루, 오 예” 

4. 한국인의 예능 감각은 정말 뛰어나다. 봉준호 감독이 말한다. “방탄소년단의 파워는 나의 3,000배.” 한국인들이여, 절대 자신을 비하하지 말라. 전쟁의 잿더미 위에서 장미를 피워냈고, 강남의 논두렁 위에 뉴욕 맨해튼보다 더 넓고 깨끗한 테헤란로를 만들어내지 않았는가? 당신들의 젊은이들이 이제는 세계를 주름잡는다. 기성세대들이여, 젊은 세대를 격려하지는 못할 망정, 그들이 가려는 길을 가로막지는 말지어다. 그대들이 10대였을 때, 40 넘은 자들을 사람으로나 여겼던가? 그러던 당신들이 이제는 기성세대가 되었다고, 젊은이들을 ‘시급인생’으로 묶어 두려는가? 도대체 당신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기생충인가?

5.한국인이 세계로 뻗어 나가면서 가장 잘하는 것이 있다. 교회를 세우는 일이다. 그곳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며 예능감각을 일깨웠던 젊은이들이, 호주의 예능프로그램 엑스팩터를 주름잡고, 세계를 들었다 놓는 블랙핑크 단원이 되었다. 우리들의 젊은이들은 기생충이라기 보다는 곰팡이(누룩)다. 가는 곳 마다 새로운 문화와 시장을 만들고, 애국을 한다. 나는 바란다. 우리 젊은이들이 결국 동충하초같이 되기를. 작디작은 곰팡이 포자로 내려 앉는 그 곳 속으로 깊이 스며 들어가, ‘거룩한 약초’를 만드는 일에 쓰임 받기를 마음 깊이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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