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10일간의 수업이었다. 선생님들은 열정적이었고, 37명의 학생들은 치열했다.
‘시드니 문예창작 아카데미 운영위원회’가 주관하고 ‘한호일보사’와 '한국문예창작학회’가 공동으로 후원한 문예창작 강좌를 마친 소감이다.
 
벌써 4회가 되었다. 감회가 남다르다. 2017년 ‘한국문예창작학회’의 시드니 방문이 계기가 되어 시작한 후, 다음 해부터는 우리가 뜻을 모아 자발적으로 진행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기  때문이다. 
강좌 개설을 위해 시드니에서 활동하는 김오 시인,  유금란 수필가, 윤희경 시인, 그리고 필자를 포함 4명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을 때는 과연 우리 힘으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었다. 고국에 있는 문학 전문가들을 모시고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열망이 여기저기에서 보였으나 누가 선뜻 나서주지 않는 상황이었다. 고국 강사를 초빙해서 창작교실을 계속 하는 것이 타당한지, 아닌 지에 대한 확신조차 불분명한 때였다.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도 없었다.
발족인으로 모였던 4명은 모국어로 시드니에서 글을 조금 먼저 시작한 선배로서 좋은 기회를 마련하자는 데는 흔쾌히 동의를 했다. 각자 함께 이 일을 추진할 문인들을 찾기로 하고, 가까운 문우들을 만나 의사를 타진 헸다. 반응은 고국의 문인들을 초청하여 창작교실을 운영해야 한다는 쪽과, 시드니 문인 중에서 강사를 선발해서 스스로 창작교실을 운영해야 한다는 쪽으로 갈리었다. 양쪽 모두 타당한 논리이므로 누가 맞고 그르다는 성격이 아닌 개인 선택의 문제가 되었다.
 
문학 단체와의 협의는 그동안의 배경들이 있어 어려웠고, 개인적으로 만나 의견을  나누는 가운데 10명의 문인들이 모아져 ‘2020년 문예 창작 아카데미 후원회’를 결성하게 되었다. 후원회는 1년 단위로 새로 결성하기로 하고, 이번 해에는 두 분의 문예창작학과 교수(시와 산문)를 선정했다. 수강료를 받아서 강사 항공료를 포함 부대비용을 지불하기로 했으나 수강료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계획했던 대로 운영위원 10명이 매월 50불씩, 년 600불의 회비를 내서 부족분을 메우고 다음 강좌를 위해 준비금을 모아두기로 했다.
 
박덕규 교수와 이승하 교수를 초빙하기로 결정하고 일이 진행되었다. 강의실을 구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동안 장소를 후원해 주었던 한호일보 강당을 쓸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한인회관에서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교통편이 너무 좋지 않아 등록 예정 수강생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우여곡절 끝에 맥콰리에 있는 몰링 컬리지 강의실을 임대하게 되었다. 광고는 한호일보에서 후원하였다. 강사 숙소는 후원회 한 분이 자신의 집을 강의기간 동안 통째로 제공하였다.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모두가 합심하여 일을 나누어 하니 순조로웠다. 다만 산불 때문에 개강 며칠 전까지 분위기가 가라앉아 내심 걱정을 했다. 다행이도 강의가 시작될 때쯤에는 산불도 누그러지고 수강생들도 속속히 등록을 했다.
 
개강 일에 박덕규 교수, 이승하 교수 두 분이 서울에서 날아왔고, 수강생들이 모여 들었다. 하루 4시간씩 10일간 진행되는 창작교실의 강의는 첫날부터 진지했고 활기찼다. 수강생 중, 반 정도는 안면이 있는 문인들이었다. 강의도 강의지만 1년 만에 보는 문우들이 반가워 서로 인사를 나누느라 강의실이 떠들썩했다. 이번에도  30대 유학생에서부터 80대의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나이는 물론, 하는 일도 제각기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오로지 모국어로 글을 지어보겠다는 일념이었다. 열흘 간 이어진 수업은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이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학생들의 열망은 저녁밥을 같이 나누면서 주경야독의 여름밤을 더 뜨겁게 만들었다.
 
강의 마지막 날인 금요일 마지막 시간에  시, 수필 낭송의 밤을 가지면서 ‘2020 시드니 문예 창작 아카데미’의 공식적인 강의 일정을 마칠 수 있었다.
다음 날, 우리는 가까운 클락스 포인트 팍 으로 소풍을 나갔다. 시드니 앞 바다가 훤히 바라보이는 공원에서 모두 어린 학생이 되었다. 먹고 마시며 노래와 시를 햇볕에 실어 보내며 내년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합동 카톡을 통해 계속 연락하기로 하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헤어졌다.
 
저녁에 뒤풀이 자리에서 두 분 강사와 운영위원들은 호주 한인 종합 문예지발간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한국에서의 최초 문예지는 1919년 2월 1일 창간한 <창조>이고, 해외 최초 교민 종합문예지는 1982년 창간한 계간 <미주 문학>이다
<미주 문학>은 2022년에 100호가 발행 될 예정이라고 한다.
호주는 약 15만 명의 교민이 있다. 이 중 시드니에서 문학 활동을 하는 사람은 어림잡아 150여 명 쯤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각 문학회 별로 동인지는 발간되고 있으나 호주 한인 문인들을 아우르는 종합 문예지는 아직 없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호주 한인 종합 문예지를 시드니 문예 창작 아카데미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처음에는 년 1회, 그 다음에는 년 2회, 그리고 결국은 계간지로 발전시키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번에 뜻을 함께한 시드니 문예 창작 아카데미 후원회 회원은 중간에 1명이 추가되어 11명(김오, 김인옥, 백경, 송운석, 양오승, 유금란, 윤희경,  장석재, 테레사 리, 최옥자, 홍순) 이다. 이 밖에도 물심양면으로 수강생들의 지원이 끊이질 않았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뜻이 합쳐져 먼 훗날 타국에서 모국어를 곱게 지키는 이들에게 아름다운 결실이 있길 바랄 뿐이다.
 

장석재/수필가
제14회 재외동포 문학상 대상(수필부문)수상
수필집(둥근달 속의 캥거루)
그림책(고목나무가 살아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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