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잘 쓴 글, 평론, 기사 등 글쓰기 방식이 다르더라도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은 일기에 불과하다.”

문학계 기류가 달라지고 있음을 뜻하는 요즈음 말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웹소설은 최근 가장 ‘핫한’ 글 문화가 됐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연재되는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통칭하는 웹소설이 콘텐츠 산업에서 대세가 된 것. <치즈 인 더 트랩> <타인은 지옥이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구르미 그린 달빛> <해를 품은 달>같은 웹소설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릴뿐더러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됐다.
최근 호주를 배경으로 펼쳐진 로맨스 이야기의 웹소설이 리디북스, YES 24, 원스토어북스 등 대표적 인터넷 서점을 통해 전자책으로 출간됐다. <그를 미치게 하는 아가씨의 유혹>의 김수경 작가를 만났다. 

웹소설 작가 도전 
웹소설 작가가 되려면 공모전에 당선되거나, 무료 연재 또는 출판사에 작품을 투고하는 방식으로 도전할 수 있다. 김 작가의 경우는 네이버 웹소설에 ‘챌린지리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네이버 웹소설의 경우 정식으로 연재하는 작가가 되기 위해선 크게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 첫째는 자유연재로 불리는 ‘챌린지리그’다. 누구나 연재가 가능하며 여기서 좋은 반응을 얻은 작품은 ‘베스트리그’로 승격돼 정식 연재 심사 대상이 된다. 이때 책 표지가 제공된다. 여기서 또 한 번 선정되면 ‘오늘의 웹소설’ 코너를 통해 정식 연재 작가로 데뷔하게 된다. 연재 작가에겐 원고료(대략 편당 100~200만원 정도)가 지급된다.” 
하지만, 작가가 되는 길이 마냥 꽃 길은 아니다. ‘챌린지 리그’ 누적 작품수는 약 100만개에 이르지만 정식 연재 작품은 0.1%도 안되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베스트리그’로 오를 정도로의 인기를 얻었지만 전자책으로 출판되기까지는 또 많은 여정이 남아있다. 
김수경 작가는 네이버 ‘챌린지리그’에 첫 작품 <그를 미치게 하는 아가씨의 유혹> 연재 도중 리디북스에서 전자책 계약 요청을 받았다. 

‘웹소설 트렌드’를 읽어내다
<그를 미치게 하는 아가씨의 유혹>은 시드니 검찰청 소속 마약 전담반 검사 인간 마약견이라 불리우는 공포의 백상아리 ‘최강타’가 천상천하, 유아독존 그의 천적 ‘진소라’를 만나 설계에 없던 사랑에 불시착(?)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호주 마약계의 대부이자 권력의 정점인 연방 정부의 거물인 희대의 성도착증환자인 하워드 설과 맞서 싸우는 스펙터클한 설정들과 로맨스와 갈등을 거듭하는 흥미진진한 전개가 펼쳐진다. 소설은 19금이다. 

유료 랭킹 30위권에 드는 작품은 모두 19금이다. 성인 로맨스가 강세이며 작품의 수위가 높은 편이다.

웹소설은 스마트폰으로 짧은 시간 집중해 읽는 콘텐츠인 만큼 스토리 진행이 빠르고 자극적일 수밖에 없다. 상황을 묘사하는 장황한 글보다는 짧은 문장과 대사를 통해 몰입을 이끌어야 한다는 뜻이다. 독자는 조금만 흥미가 떨어져도 쉽게 빠져나간다. 

김 작가가 웹소설을 쓰고자 마음먹고서 처음 한 일은 하루 잠을 2-3간 자면서 인기 웹소설을 읽고 또 읽으며 트렌드를 파악하고자 했다. 

이전에는 회사 대표, 사장, 이사 등과의 로맨스가 대세였다면, 최근 동향은 팀장급으로 좀더 리얼리티가 가미된 상황 설정 속에서 펼쳐지는 판타지가 인기가 있다. 

아이가 셋인 엄마지만 웹소설의 19금의 표현을 넣기 위해 야동을 보며 공부하기도 했다고. 

이제 드라마 1시간짜리도 집중해 보지 않는 시대다. 독자들은 유튜브와 웹툰을 보면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글을 쓰는 작가와 문단이 변하지 않으면 그 격차는 점차 더 벌어질 수 밖에 없다. 

드라마의 소재인 검사에 대한 내용을 쓰기 위해 발로 뛰었다. 법정에 가보기도 하고 관련 기사를 모아 조사했다. 그 기간만 약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다. 한국과 호주는 검사와 변호사 그리고 판사의 시스템, 즉 시스템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어 이에대한 숙지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사건들을 전개해 나가기 위해 상당한 조사가 필요했다. 그렇게 조금씩 소설 속 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져 갔다. 

 

44세.. 꿈을 묻다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 했던 그녀는 졸업 후 K 방송의 교양 프로그램 스크립터 생활을 하다 호주로 이민을 왔다. 결혼을 하고 아들과 쌍둥이 두 딸을 키우며 카페를 운영하며 바쁜 나날을 지냈다. 가정 생활은 평탄 치만은 않았다. 다른 생활방식과 목적의식을 가진 남편과는 점차 멀어져 갔다. 

그러던 어느날 44세, 딸이 물었다. 엄마의 꿈이 뭐냐고 말이다. 오래간만에 들은 낯선 ‘꿈’이라는 단어가 다시 삶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됐다. 

이혼을 준비했다. 그것이 남편 그리고 자녀에게도 모두를 위한 길이라 생각됐다. 카페 사업과 집 등 재산을 정리하고 싱글맘으로 아이들의 보호자로 지내는 건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센터링크에 서류접수를 위한 절차로 거의 한달간을 매일 찾아가야 했고, 한국으로 돌아간 남편 사인을 받을 수 없어 아이들 여권 조차도 쉽게 변경이 안됐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즐겁게 이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었던 것은 ‘꿈’ 때문이었다. 

2년간 주택 재건축(home renovations) 수업을 신청해 듣고 사업을 시작했고, 극단 EU에서 연극도 시작했다. 무대에 다시 서기 위해 짐을 끊어 운동을 하고 웹소설을 위해 동분서주 조사하고 다녔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렸다. 

뿌리 깊은 나무와도 같은 고택에 현대적인 옷을 입히는 작업인 ‘하우스 리노베이션’은 호주 부동산 업계에서 최근 각광받고 있다. 이미 아파트 등 많은 개발 계획으로 인해 고 주택을 현대화 해 구입하길 원하는 소비자가 상당한 것. 이를 위해 리노베이션 코스(renovation for profit) 수업을 들었다. 

해당 과정은 2년간 웹사이트를 통해(https://renovatingforprofit.com.au/) 온라인 수업을 듣는 과정이며 실습으로 호주에서 성공신화를 쓴 대표적 인물로 손꼽히는 체리 바버 (Cherie Barber) CEO의 실재 리노베이션 현장에 가서 직접 하우스 개조를 진행해 보기도 하며 오전부터 저녁까지 3일간 진행되는 세미나에서는 호주의 모든 부동산 동향과 법, 제도 등에 대한 정보를 총망라해 제공한다. 수료 이후에도 학교와 연계된 로펌, 회계법인, 건축자재 회사들과 연결 시켜주고 저렴한 가격에 자가 하우스 및 비지니스 리노베이션 모두를 진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 및 지원이 제공된다. 

3일간의 세미나 일정 중 첫 수업 첫 시간이었다. 2-300여명의 참석자중 대부분 4-60대의 호주 현지인 여성이었고 동양인은 나를 포함해 5명 정도였다. 여성으로 그것도 동양인 싱글맘으로 호주 한한인사회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남의 시선으로 인해 나의 삶을 한정 짓는다면 스스로가 스스로 가두어 무덤에 살게 된다. 

김수경 작가는 인터뷰 당일 추천하는 책이라며 파울로 코엘료의 ‘흐르는 강물 처럼’을 소개했다. 


"두려워해도 됩니다. 걱정해도 됩니다.
그러나 비겁하지는 마십시오.
두려움과 마주하고, 근심의 순간을 뛰어넘으십시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는 당신의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도울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용감하십시오. 의미있는 것들을 위해 투쟁할 만큼 용감하십시오.
남들이 아닌 바로 '나'에게 의미있는 그것을 위해"

(파울로 코엘료  '흐르는 강물 처럼' 발췌)

인형극 ‘돼지 세 친구와 늑대’,  늑대역 출연
이유극단의 찾아가는 공연 1탄은 호주밀알단체를 위해 마련된다. 2월 29일(토) 오전 11시 새순교회 안 호주밀알센터에서 열린다.

지난해 호주 밀알과 MOU를 맺은 이유극단은 문화 예술 특히 라이브 공연에 소외되어 있는 장애인과 가족 및 봉사자들을 위해 '찾아가는 공연'을 만들었다. 이전에 공연했던 어린이들을 위한 인형극 '가수가 되고픈 늑대 찰리와 돼지 세 자매'를 다시 만들어 준비했다. 원작 돼지 세 마리와 늑대를 각색해 친구들을 괴롭히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라는 채식주의 늑대의 교훈이 들어간 내용이다. 

김수경 작가는 늑대 역을 맡았다. 오래간만에 서는 무대가 장애인들을 위한 공연이라 더 뜻 깊다. 

“인형극은 표정이 없는 인형을 통해서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극 무대보다 훨씬 어려운 것 같다. 특히 한정된 공간에서 목소리로만 표현해야 하는 것으로 많은 공부가 되고 있다”고 김 작가는 덧붙였다.  
관련 문의는 0424 184 049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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