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 안녕하세요? 일주일 동안 건강하셨지요?^^ 오늘은 어르신들께서 좋아하시는 과일이 무엇인지 편하게 말씀 나누시면서 강의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L : 나는 더위를 많이 타는데, 여름에 수박이 그렇게 맛있어요. 혼자서 한 자리에서 한통을 다 먹을 때도 있어요.
P : 젊을 때는 새콤달콤한 귤을 좋아했는데, 나이가 드니까 너무 시어요. 요즘에는 망고가 제일 맛있는 거 같아요. 씹기도 편하고.^^
H : 저는 호주 처음 왔을 때 제일 신기한 게 배였어요. 한국 배는 둥글고 과즙이 많은데, 호주 배는 돌배처럼 딱딱하고 무 같은 거예요. 그 맛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A : 저는 한국포도가 그렇게 맛있어요. 호주 포도는 먹을 때 씨가 없어서 편하긴 한데, 껍질을 꾹 누르면 나오는 달콤한 맛이 없잖아요. 
T : 맞아요. 한국 과일이랑 호주 과일의 맛이 많이 다르죠. 저도 처음에 호주 딸기를 맛보고 깜짝 놀랐어요. 하나도 안 달더라고요. 그럼 이번엔 수수께끼를 하나 내 보겠습니다. 이 과일이 무엇인지 생각해주세요. ①이 과일은 조선시대에 아주 귀해서 중국 사신들이 행차한 경우와 국가의 종묘 제사에서 사용했습니다. ②왕족들과 성균관 유생들에게만 허락되었던 과일이에요. ③이 과일의 껍질은 향이 좋기도 하고, 귀한 약재로 사용되기도 했어요. ④이 과일은 아주 따듯한 땅에서만 자랍니다.  
A : 제주 감귤 아닐까요? 귤껍질은 향이 좋아서 말려서 차로 쓰기도 하거든요.
H : 옛날에는 비닐하우스가 없었으니까, 따듯한 제주도에서만 귤이 자랐을 것 같아요. 
T : 맞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귤나무에 얽힌 역사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조선시대 세금정책은 지금처럼 세금을 돈으로 내지 않고, 각 지방의 특산물을 조정에 바치는 ‘공물’ 방식이었어요. 각 지방의 특산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H : 경기도 이천은 쌀이 유명하죠. 지금이야 건강 때문에 잡곡을 많이 먹지만, 사실 우리 어렸을 때만 해도 부잣집 애들만 흰쌀밥을 먹었어요.
P : 영광은 굴비요.
A : 상주는 곶감이 유명해요.
L : 횡성은 한우죠.
T : 네. 이렇게 각 지방의 특산물을 세금으로 바쳤는데, 제주도에서는 귤을 세금으로 바쳤어요. 그 밖에도 제주도는 독특한 기후와 토양 때문에 내륙지방에 없는 전복, 미역, 표고버섯, 노루, 사슴꼬리, 말 등등 세금으로 바쳐야 할 품목이 너무 많았어요. 먼 바다로 전복을 따러 나가는 어부들은 풍랑에 휩쓸려 죽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조정에서 거둬가는 세금의 양은 줄지 않았습니다. 제주도에 어떤 현상이 생겨났을까요?

L : 남자들이 많이 죽으니까, 제주도에 여자들이 많았을 것 같아요. 그래서 해녀들도 생긴 거 아닐까요? 남자들이 없으니까 여자들이 직접 바다에 들어가서 생계를 꾸려야 하잖아요. 지금은 해녀들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지만, 사실 그분들의 삶이 너무 평생 고단했잖아요.
T : 맞습니다. 바다로 나갔던 장정들이 많이 죽자, 해녀들이 직접 전복이나 미역을 따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제주도의 여인들이 강인하기로 유명했죠. 남자들이 하는 일들의 대부분을 여인들이 거뜬히 해냈던 거예요. 
H : 목숨을 잃으면서까지 그곳에 살 필요가 있었을까요? 다른 곳으로 이전을 하면 더 나을 수도 있었을 텐데..
T : 중요한 지적을 해주셨어요. 사실 조선시대에는 자신이 태어난 땅을 함부로 떠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제주도에서 도망치는 백성들의 숫자가 늘어나자, 조정에서는 아무도 제주도를 떠날 수 없도록 ‘출륙금지령’을 내렸거든요. 
A : 쯧쯧. 어쩔 수 없이 살아야 되는 땅에서 삶을 일구는 거네요. 그야말로 생지옥이네요. 
P : 조선시대 백성들은 신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가 없으니까. 조상이 농부면 자손도 대대로 그 땅에서 농부로 살아가는 거겠죠? 아비가 노비면 자식도 노비인거고. 왜 그 미스터선샤인이라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노비의 아들로 나오잖아요. 미군 장교로 조선 땅에 다시 들어오는 거.
T : 네, 맞습니다. 그 드라마에서 한 명은 노비의 아들이고, 나머지 한 명은 백정의 아들로 나오죠.^^ 그런데 제주도 농부가 길러냈던 귤나무는 백성들 사이에서 ‘저주의 나무’로 불렸어요.
L : 향긋하고 맛있는 과일이 열리는 나무라서 좋을 것 같은데, 왜요? 국가에서도 중요시 여긴 과일이면, 제주도 사람들의 자부심도 대단할 것 같은데요.
T : 농부들이 아무리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어쩔 수 없이 과일이 손상될 수 있는데, 그건 어떤 상황일까요?
A : 예를 들면, 비가 많이 오거나 바람이 불어서 열매가 일찍 떨어질 수도 있지요. 제주도는 바닷바람이 세잖아요.
H : 새가 날아와서 쪼아 먹을 수도 있어요. 우리 집 정원에도 레몬이 열리면 새들이 그렇게 몰려와서 망쳐놔요.
T : 그런데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도 농부들은 정해진 귤의 수량을 맞춰서 세금을 내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각 집에 정해진 숫자가 200개 인데, 지금 수확량이 150개면 나머지 50개는 빚을 져서라도 사서 메꿔야 하는 거지요. 수량을 채우지 못하면 관아가 끌려가서 곤장을 맞는 일이 허다하게 많았습니다.
A :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인데도 그렇게 가혹했나요?
T : 네. 그래서 농부들은 몰래 귤나무 주변에 펄펄 끓는 뜨거운 물을 부어서 귤나무를 죽이기도 했고, 또 그러다 끌려가서 곤장을 맞았어요.   
P : 늘 손쉽게 귤을 사먹으면서도, 이렇게 슬픈 역사가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L : 그저 관광 상품으로 ‘제주감귤’이 유명하다고만 생각했네요.
H : 오늘 배운 귤나무를 통해 제주도 백성들의 고되었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T : 다음 시간에도 나무와 관련된 재미난 역사이야기를 소개해 드릴게요.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천영미
고교 및 대학 강사(한국) 
전 한국연구재단 소속 개인연구원
현 시드니 시니어 한인 대상 역사/인문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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