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 정부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과감한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실업률 25%를 기록했던 ‘경제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 1929~1939년)’ 시절만큼 경기 불황이 악화될 것이다.”

미시간대 경제학자 저스틴 울퍼스 교수의 섬뜩한 경고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여러 나라들이 경기부양책을 앞다투어 발표하고 있다.  

호주중앙은행(RBA)은 3월 3일에 이어 19일(목) 기준금리를 또 다시 0.25% 내리는 비상조치를 취했다. 한 달에 2회 금리를 인하한 것은 RBA 역사상 처음이다. 그만큼 비상사태라는 의미다. 
11일 호주 정부는 26억 달러의 의료 지원방안, 12일 176억2천만 달러의 경기부양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호주 연간 GDP(국내총생산)의 1.2%에 해당하는 220억 달러를 국내 경제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 중 약 110억 달러는 복지수당 수혜자 등 저소득층에게 1인당 일시불로 $750의 생활 보조금을 지불하는 ‘재정 주입’이다. 

미국 행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충격 완화를 위해 미화 1조 달러(약 1천24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이어 미국 기관들(보건부, 보훈부, 국방부)을 지원하기 위해 의회에 미화 458억 달러(약 57조6천억원)를 추가로 요청했다. 

2008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 상원의원은 16일(현지시간) 미국의 모든 성인에게 1인당 1천달러(1,780 호주달러)씩을 주자고 ‘재난기본소득’을 제안했다. 그는 “2001년과 2008년 경기 침체 때도 의회가 비슷한 조처를 취했다”고 강조했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은 기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15%에 해당하는 3천300억 파운드(약 496조원) 규모의 정부 보증 대출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뉴질랜드도 급속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총생산의 4%에 해당하는 121억 뉴질랜드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랜트 로버트슨 뉴질랜드 재무장관은 “거대한 재정지출로 국가부채가 크게 높아질 수 있지만 분명한 경기 침체에 조기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도 19일 비상시책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서민경제의 근간이 되는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의 도산 위험을 막고 금융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첫 번째 조치로 50조원(미화 약 390억 달러) 규모 특단의 비상금융조치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도록 정부와 한국은행은 물론 전 금융권이 동참했고, 가용 수단을 총망라했다"면서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의 자금난을 해소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호주는 글로벌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 9월 케빈 러드 정부(노동당)가 연소득 8만 달러 미만 납세자 전원에게 $950의 현금을 지원하는 등 약 4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동원해 세계를 놀래켰다. 그 덕에 선진국 중 거의 유일하게 불황을 모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당은 러드 전 총리의 ‘현금 살포’를 10년 이상 조롱했지만 이제 어쩔 수 없이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호주는 1차 경기부양책으로 코로나 충격을 완화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주요 국가 중앙은행들의 ‘빅 컷’(금리 대폭 인하)과 유동성 공급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호주와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주식시장 폭락세는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제 유로존, 주요 7개국(G7), 뉴질랜드, 대만, 호주 등이 막대한 규모의 ‘재정 주입’에 나섰다. 공포를 이겨낼 수단은 사람들에게 직접 돈을 쥐여주는 재정뿐이라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호주의 경기부양책은 GDP의 1.2%에 불과하다. 역부족일 수 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1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는 것을 막는 게 최우선“이라며 ”지금의 위기가 통상적 상황이 아닌 만큼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신속하게 결정하고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주 정부도 비슷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 재계를 포함해 모든 가용 수단을 총망라해 ‘근로자 삶의 근간인 일자리’가 붕괴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게 집권 정부의 의무이자 존립의 목적이다. 2008년 GFC 위기에서 선진국 중 표본이 된 케빈 러드 정부의 비상조치처럼 과감하고 통 큰 경기부양책이 나와야 한다. 
물에 빠진 사람은 살려놓는 것이 우선이다. 다른 명분, 정략적 계산은 모두 뒷전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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