첸징예 주호주 중국대사

소고기, 와인 등 호주산 수입 통관 방해는 가능 
호주 정부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초기 감염에 대한 국제적인 독립 조사를 촉구하지 며칠 후 쳉징예(Cheng Jingye) 주호주 중국대사가 호주에 대한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내 놓자 호주 언론들이 일제히 이를 성토하고 나섰다.

쳉 대사는 “만약 그럴 경우 중국인 관광객들이 호주 방문을 재고할 것이며 중국인 부모들은 ‘친절하지 않고 적대적이까지 한(not so friendly, even hostile)’ 국가에서 자녀를 교육 시키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호주 정부가 정치적 의도가 있는 제안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유학과 관광 분야에서 호주 경제가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는 협박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치적 문제를 호주 경제와 연결시키려는 중국 정부의 ‘보이콧 외교’는 이미 전례가 있다. 지난 2017년 호주 정부(말콤 턴불 총리 시절)가 중국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해외 개입 금지법을 통과시키려 했을 때 중국 정부가 ‘보이콧 위협’을 가했다. 같은 해 한국도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사드)을 배치하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절반 미만으로 격감했고 자동차, 화장품 등 한국산 제품이 중국 시장에서 보이콧의 희생양이 됐다. 당시 중국 정부는 보이콧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부인하면서 ‘국민들의 강력한 반한 감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보이콧의 피해가 큰 분야는 비교적 대체가 가능하면서도 판매자가 빠른 시간 안에 새로운 시장을 찾기가 어려운 품목들이다. 대체 생산자를 찾기 어려운 철광석과 같은 원자재(호주)나 반도체와 같은 부품 산업(한국)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을 편이다.

쳉 대사는 호주산 철광석, 석탄, 천연 가스 등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호주의 관광 산업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중국이 호주의 대학 교육을 보이콧을 하려면 대체 시장을 찾아야 한다.

최근 중국 대학의 수준이 계속 높아지고 있지만 타임즈 대학 평가에 따르면 세계 100대 대학 중 중국 대학은 3개뿐이며 250대 대학 중에는 7개뿐이다. 호주는 100대 대학에 6개, 250대 대학에 12개가 랭크돼 있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반중, 반이민정책도 호주 유학시장에 유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  

호주 관광산업이나 교육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은 중국 정부의 제재가 아니라 호주의 반아시안 인종주의이다. 인종 차별은 중국인들이 호주에서 환영 받지 못하고 안전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호주가 관리할 수 있다.

쳉 대사는 소고기나 포도주 등을 거론하기도 했지만 중국 소비자들이 이러한 상품들을 의도적으로 보이콧할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중국 정부가 세관 검사를 까다롭게 하는 방식으로 호주 상품을 차별적으로 대할 가능성은 있다.

쳉 대사가 언급한 산업은 코로나 사태로 이미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관광과 교육산업이 지금보다 더 타격을 받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더욱이 중국은 이미 세계 모든 나라에 대한 단체 관광을 금지시켰다. 규제가 풀린 후에도 건강에 대한 염려로 상당 기간 동안 해외여행이 예전처럼 활성화되지는 못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쳉 대사 발언에 내재된 ‘보이콧 위협’은 호주 경제에 큰 타격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호주는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중국 소비자들의 보이콧을 걱정해서가 아니라 중국 정부가 다양한 방법으로 호주 수출업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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