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최근 로고를 바꿨다. 기존의 것을 쓴지 23년 만이다. 새 로고는 필요한 것만 남긴 투명한 실루엣이 인상적이며, 3D에서 2D로 달라진 것도 눈에 띈다. 비단 BMW만이 아니다. 미니(Mini), 폭스바겐(Volkswagen)에 이어, 몇 주 전엔 기아(KIA)까지 새 로고를 공개했다. 새로운 로고들의 공통점은 하나였다. 단지 평평해졌을 뿐이다.

그럼 왜 기업들은 멋진 3D 대신 2D 로고를 쓰는 걸까?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평평한 로고가 디지털 시대에 더 적합해서다. 현재 우리는 많은 시간을 모니터 앞에서 보낸다. 공부는 물론, 놀이, 쇼핑 등 밖에서 즐기던 모든게 화면 안으로 들어왔다. 디지털 세계로 사람들이 몰리니 광고 산업도 본진을 옮기기 시작했다. 모니터는 새로운 광고지가 되었다.

이러한 행보를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 전략(이하 디지털 퍼스트)’이라고 한다. 디지털 퍼스트는 미국 뉴욕타임스에서 등장한 용어다. 기존 종이 신문 위주의 ‘페이퍼 퍼스트(Paper First)’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디지털 콘텐츠가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실제로 오늘날엔 인터넷에 먼저 기사가 실리고 이후 종이로 출력된다. 사람들은 화면 안에서 정보를 먼저 본 후 나중에서야 실물을 접한다. 그만큼 디지털 콘텐츠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디지털 세계에서 3D 로고는 불필요한 존재다. 3D 로고는 빛의 방향이 담겨있어 빛이 없는 평평한 세상에선 살아남기 어렵다. 유난히 튀어나와 있는 것도 3D의 단점이다. 사람들이 광고 속 메시지가 아닌 로고에 먼저 주목하게 된다. 반면 2D로고는 배경과 관계없이 잘 어울린다. 지면에도 잘 스며들어 사람들을 콘텐츠 자체에 집중시킨다. 로고는 자연스레 뒷순위로 밀려난다.

물론 기업이 로고를 바꾸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다. 기업에게 로고 변경이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장기 프로젝트다. 전 세계에 퍼진 간판, 공식 문서를 전면 고쳐야 하는 것은 물론, 자동차 회사의 경우 앞으로 생산할 부품과 금형마저 바꿔야 한다. 애써 바꾼 로고가 소비자에게 잘 먹히면 다행이다. 평가가 부정적이라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간다. 그러니 선뜻 나서는 기업이 많지 않다.

그런데도 위 회사들은 과감했다. 그들은 널따란 가상 공간에 미래를 그렸고, 결국 2D가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로고는 아직 낯설지만 금방 온 세상을 덮을 것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태어난 로고는 이제 현실로 걸어 나와 실물 차에 적용되고 있다. 전자화된 오늘날의 자동차를 보니 평평한 로고도 제법 어울린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새로운 바람이 자동차 업계에 분다. 0과 1로 이뤄진 새로운 세상에서 온 녀석이다. 사람들이 바람을 반길지, 등질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우리 삶이 어떻게 변할까 기대될 뿐이다. 새 로고가 가져올 새 미래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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