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일찍이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니 즐겁다”고 했다. 우리는 친구들뿐 아니라 가족 간에도 서로 만나 즐거움을 갖고 시간을 같이하면서 친구 간 우정도 쌓고 가족 간의 사랑을 도탑게 하면서 살아간다. 

우리의 행복을 과학적으로 연구한다는 긍정심리학에 의하면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서 서로 관계를 맺고 미래를 상상하며 살기 때문에 행복해지려면 재미도 있어야 되고, 좋은 관계도 뺄 수 없고, 미래지향적인 삶의 의미도 있어야 된다고 한다. 

공자의 말씀이 현대 행복론에 적중한 것 같다. 멀리서 온 친구를 만나니 우선 즐겁고, 관계도 좋아지고, 친구를 만나러 먼 길을 걸어가는 것은 의미 있는 행동이라서 우리가 행복하게 된다는 말과 같다. 한국의 한 심리학자의 실증분석에서 우리가 연인, 가족, 친구와 여행을 하는 것이 우리를 제일  행복하게 하는 행동이라고 한 것도 일맥상통한다. 

인간은 서로 접촉하고 관계를 형성하며 진화되었다. 이런 접촉을 통하여 애정과 감정을 표시하고, 서로 돕고, 친절을 베풀면서 즐겁고 의미있는 행동을 통하여 관계가 좋아지고 번성하면서 진화되었다. 따라서 접촉을 통한 상호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욕망이 유전자에 입력되어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전화, 이메일, 텍스트, 영상통화뿐 아니라 페이스북, 트위터 등등 여러 매개체가 사람들 간의 의사전달이나 상호작용을 돕고 있지만, 우리의 유전인자에 깊게 저장되어 있는 대면해서 느끼는 정서를 잊지 못한다고 한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친구나 가족들 간의 왕래를 못하게 하니 우리의 행복요소를 앗아간다. 이렇게 서로 격리되어 있으면 여러 정신질환의 위험을 높이고 불행해질 뿐 아니라 소외감을 느끼게 한다. 소외감은 고독감을 오게 하고 고독감은 불행을 가중시킨다. 고독감을 느끼는 사람은 친구와의 접촉을 꺼려 친구를 잃게 되어 고독감이 더 심화된다. 고독감은 주위의 친구, 이웃, 부부 간에도 전파되어 고독한 사람은 배우자나 친구, 그 친구의 친구까지 고독하게 할 확률을 높이면서 악순환이 반복된다.   

다윈의 진화론이 지적한 것처럼, 인간은 코로나와 같은 재앙을 맞아 그 역경을 이겨내기 위한 기발한 재간을 고안하여 그 재앙에 적응하고 생존하면서 진화하여 만물의 영장이 되었다. 코로나의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여러 창의력을 발휘하여 적응하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가 서로 격리되어 있어 대면을 못하게 되니 발코니나 창문이 대화나 의사전달의 매체가 되었다. 여러 큰 건물 밑 공간에서 노래를 하고, 악기를 연주하고, 운동, 요가 및 댄스 코치를 하기도 한다. 심지어 여러 창문에서 연주자들이 따로따로 앉아 악기를 연주하는 것을 모아 하나의 콘서트 연주로 만들어 제공하기도 한다. 건물 안의 사람들은 발코니에 나오거나 창문을 열고 손뼉을 치고 냄비, 쟁반 등을 꽹과리를 치듯 두드리면서 감사를 표시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최일선에서 자신들의 위험을 무릅쓰고 봉사하는 의료진들의 노고에 대한 칭찬과 감사의 표시도 발코니와 창문을 통해 표시하고 있다. 위험하고 격리되어 있을 때 이렇게 상호의 마음과 기분을 조화롭게 하는 것이 정신적 건강을 위하여 최선책이라는 연구도 있다. 우리는 이렇게 재앙에 적응하는 지혜를 발휘하여 상호관계를 유지하면서 우리의 복된 삶을 지탱해 간다.  

우리집에 손님이 온 지도 한참 되었다. 이웃에 사는 아들딸 가족들도 서로 조심하면서 자가격리를 하고 있으니 얼굴을 못 보고 지낸 지도 오래 되었다. 비록 전화, 이메일, 텍스트, 영상통화를 매일 하고 있지만, 서로 얼굴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우리 가족들도 기발한 생각을 해냈다. 아들딸 가족이 따로따로 내가 사는 건물의 창문 밑으로 오고, 나는 4층 발코니에 나가서 덕담과 정담을 나누고, 머리 위에 두 팔로 하트를 크게 그리며 웃는다. 올라오지도 내려갈 수도 없어 안타까움이 크지만 이렇게 라도 하면서 가족 간의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어 즐겁고 다행스럽다. 

이 코로나 재앙 속을 헤쳐 나가는데 또 어떤 기발한 착상들이 나와 우리들의 관계를 유지 개선하고 고독함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을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권오율

(사이몬 프레이저 대학 경영대 겸임교수,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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