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교사(反面教師)라는 말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자성어(四字成語)이다. 남들이 하는 잘못된 언행을 보고 자신의 잘못을 깨우친다는 뜻이다. 그것에 약간의 변조를 더해서 반경교사라는 언구는 필자가 흉내내 지어본 말이다. 반면이 대상을 통해서 어떤 것을 배운다는 뜻이라면 반경은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가 바라 보면서 뭔가를 다짐하고 개선해 보려는 근접적인 의지적 노력이다. 

우리 사찰엔 3 개월 전에 한국에서 특별 초대된 성화 스님이 기도하고 있다. 나와는 절친한 도반으로 바쁜 와중에서도 큰 마음 내어 왔는데 때마침 코로나 때문에 2주간 격리를 당하고 49일 생전예수재(生前豫修齋)를 봉행하게 되었다. 윤달이 든 해에 자신이 지은 허물을 49일간 스스로가 부처님께 참회하는 불교의 전통 의식 중의 하나이다. 그전 같으면 동참한 이들과 함께 기도하기 마련인데 이번엔 혼자서만이 하게 된 특이한 경우가 된 것이다. 곁들어서 지난번 산불로 희생된 사람들과 숱한 동물들의 영혼들을 위한 위령재도 함께 드리게 되었다. 

무슨 일이나 기도든지 여럿이 함께 하면 좀 수월한데 혼자서 해보면 힘이 들게 마련이다. 힘을 좀 얻은 이들은 혼자 행할수록 그 방면에 더 깊게 침잠할 수도 있다. 이 스님은 기도에 가피를 입은 분이라 처음엔 하루 10시간 4회씩 나누어 진행하다가 점점 기도 열락(悅樂)에 빠져들어 시간을 늘리게 되었다. 마지막 일주일을 남겨두곤 16 시간을 채우기로 작정하고 기도에 몰입했다. 

그 시간을 한층 더 효과적으로 채우기 위해서 법당에서 하다가 장소를 옮겼다. 큰 법당에서  복지원 골방으로 가 기도를 하게 된 것이다. 큰 공간은 기력이 산만해지기 쉬우나 작은 골방은 안정감을 주게 된다. 우리가 어머니 태중에서 10 개월을 보호받으며 성장한 그 배경이 그런 영향을 느끼게 한다는 말도 있다. 그 방엔 옷장문이 두개가 있는데 한쪽 전면이 거울로 만들어졌다. 너무 크고 보기도 좀 안돼서 내가 중앙에 큰 거울 크기로만 두고 나머지 부분은 세로판으로 막아 버렸다. 처음엔 그 거울에 졸리는 듯한 자신의 흐트려 지려는 모습을 바라 보면서 일념을 챙겨 정신을 차리다가 나중엔 세로판 전부를 걷어내 버리고 자신의 전부가 보이도록 기도를 드려보니 정신이 번쩍 들면서 기도가 그렇게 잘 되었다고 했다. 

반경교사는 그 얘기를 듣고 내가 써 본 신 사자성어인 것이다. 우린 대상을 통해서 자신을 바라보는 반면교사의 경우는 가끔씩 만나나 반경의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반면에 자신의 모습을 자기가 바라보며 개선점이나 창의력을 찾다보면 참으로 흥미로움을 느낄 때가 많다. 우선은 가깝고 깊게 응시할 수가 있기에 깊은 통찰력을 발휘하게 된다. 반면이 일회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교사라고 한다면 반경은 항상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현재적 교사가 되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로 인해서 우리 모두는 큰 불편을 겪었다. 홀로 갇혀 있으면서 거래가 중단된 상황에서 여러가지를 새롭게 느끼게 되는 내용도 많았다. ‘일실일득(一失一得)’인 것이다. 하나를 잃으면 또 다른 하나를 얻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그 어떤 큰 재난이 또 닥칠지도 모른다. 인구가 많고 과학이 발달되어 살기가 편안해 질수록 반대급부로 그 어떤 고약한 일이 발생하여 우리들을 힘들게 할지도 모른다. 

이번에 코로나가 주는 불편으로 인해서 인생과 삶이 무엇이며 우리가 어떻게 살면 그런 재앙를 물리칠 수 있을지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는다면 코로나에게 고마워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그를 환대하게 되면 코로나도 고맙다고 하면서 빨리 우리 곁을 떠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반면과 반경을 함께 아울어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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