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스포츠 경기를 보면 원주민 선수들은 경기 전 국민의례인  애국가 제창 때 노래를 하지 않는다. 이유는 1984년 영국 국가(God Save the Queen)를 대체한 호주 애국가(Advance Australia Fair) 가사의 첫 소절 때문이다. 

어드반스 오스트레일리아 페어는
“Australians all let us rejoice, For we are young and free;“로 시작한다.

원주민들이 4만년 이상 호주 섬 대륙에서 살아온 나라인데 ‘젊은(young)’ 나라라는 표현은 애국가의 가사부터 원주민의 존재를 인정하기 않는다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본 것이다.

1월 26일 오스트레일리아 데이(Australia Day) 선정도 원주민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 밖에 없다. 영국 군인들이 죄수 유배지 목적으로 시드니만에 도착한 ‘백인들의 침략’ 기념일을 호주 건국의 날로 경축하는 것에 원주민들이 강력 반대하고 있다. 매년 원주민들은 이날을 ‘침략일(Invasion Day)’로 규정하고 항의 행진을 한다. 호주 주류사회에서도 이 주장에 동의하며 날짜 변경을 요구하는 여론이 점차 커지고 있다. NSW와 빅토리아주의 일부 카운슬들은 1월 26일 시민권 수여식을 거부하고 있다.   

호주의 주류사회(앵글로계 및 유럽계 백인 위주)는 이처럼 원주민들의 원한과 정서를 고려하지 않았다. 

1920년대는 원주민 보호정책이라는 명목으로 원주민 부락(거주촌)을 따로 만들어 격리했다. 1937년부터 원주민을 백인사회에 동화시킬 계획으로 원주민 자녀들을 부모의 동의 없이 경찰이 강제로 빼앗아 백인 가정이나 종교단체에서 자라도록 했다. 
1970년까지 자행된 이같은 강제 이산 및 백인사회 동화 정책은 '빼앗긴 세대(Stolen Generaions)'로 부른다. 피해 자녀들은 ‘빼앗긴 자녀들(Stolen Children)'로 불렸다. 단어 의미대로 원주민 부모와 자녀 입장에서는 ’자녀와 부모를 도둑맞은 세대‘였다. 

거의 10만명의 원주민 자녀들이 강제로 백인 가정으로 보내 졌다. 이들은 거의 강제 노동(집안일, 농장일 등)에 시달렸고 상당수가 성폭력의 희생자가 됐다. 
호주 사회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역사였던 ‘빼앗긴 세대’의 공권력 집행과 관련, 보수 성향이 강한 자유당 정부는 최근까지 사과를 거부, 회피해 왔다. 

2008년 2월 13일 케빈 러드 총리(노동당)가 피해자들이 당한 부당한 공권력 집행(학대)에 대해 의회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아 국가의 공식 사과를 했다.  

이 땅의 원래 주인들인 원주민의 참정권도 매우 늦게 인정됐다. 1967년 5월 총선에서부터 원주민을 호주 시민으로 인정했다. 호주 헌법에는 아직도 원주민 인정 조항이 없다. 수십년동안 헌법 개정 필요성이 거론돼 왔지만 번번이 립서비스로 끝났다. 특히 자유당 안에서 반대 의견이 많다. 언젠가 이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2016년 인구조사 결과, 자신이 원주민 혈통이라고 말한 호주인은 75만9,705명으로 전체 인구 중 약  3% 선이다. 이들은 노던테리토리준주(NT)에 약 30.3%가 거주한다. 타즈마니아는 5.5%, 퀸즐랜드는 4.6%. 서호주 3.9%, NSW 3.4%, 남호주 2.5%, ACT 1.9%, 빅토리아 9.9%가 살고 있다. 

전체 호주 원주민 자녀들이 학교에 등교하는 비율이 83.2%이다. 원주민이 아닌 호주인의 비율은 93%로 약 10%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내륙 오지나 벽촌에 사는 원주민들이 절반 이상( 58,5%)인데 원주민 자녀의 등교율은 21.2%에 불과하다. 12학년 졸업률이 39%로 비원주민 75%의 절반 수준이다.

이처럼 원주민들의 처우 개선에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이다.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발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질식사 사건(5월 25일)이 전세계적인 인종차별 규탄 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호주 원주민은 지난 30년 동안 432명이 경찰서나 구치소/교도소 수감 중 사망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15년 데이비드 던게이(25, David Dunggay) 사망 사건이다. 시드니의 롱베이교도소(Longbay Prison)에서 숨진 던게이는 정신질환으로 교도소 안의 병원에 입원했다. 당뇨환자인 그는 인슐린 주사를 맞았다. 그런데 음식을 충분히 먹지 않는 상태에서 많은 양의 인슐린 주사를 맞아 당이 떨어지면서 당분이 있는 음료수나 음식을 먹어야 했다. 그가 비스켓을 먹으려 하는데 그를 감시하던 경찰이 이를 제지하면서 던게이는 인슐린 과다 쇼크로 사망했다.

6월 6일(토) 시드니 시티(타운홀)에 약 2만명의 시민들이 모여 ‘Black Lives Matter(흑인 목숨도 중요하다)’ 운동을 지지하는 시위를 했다. 조지 플로이드 질식사를 계기로 호주에서도 원주민 가혹 행위(사법차별)를 시정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빼앗긴 세대’가 중단된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원주민 차별에 대한 시정은 아직 요원하다. 이번에는 이 고질적인 사회문제가 가시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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