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시기 ‘희생양 찾기’ 되풀이
호주서도 ‘크고작은 해프닝’ 증가 추세
주류사회 일부 ‘암묵적 동의’ 우려  
호주인권위 “2월 접수 3분의 2 코로나 관련”
AAA “두달동안 인종차별 380여건 발생”

호주에서 첫번째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한 지난 1월 이후, 호주 사회는 급증하는 인종차별 사례를 목격했다. 호주인권위원회(Australian Human Rights Commission)에 따르면 지난 12개월 중 2월에 접수된 인종차별 피해신고가 가장 많았는데 3분의 2가 코로나-19와 관련된 인종차별 신고였다. 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안 얼라이언스(Asia Australian Alliance: AAA)는 최근 두달 간 약 380건의 인종차별 사건이 발생했다고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우려했다.

인종차별은 역사적으로 호주와 분리하기 어려운 고질적인 사회문제다. 다문화주의를 채택한 호주가 감수해야할 필수불가결한 부분이 됐다. 여러 법규들이 제정돼 있지만 인종차별 해프닝은 호주인들의 일상 안에서 은밀하고 빈번하게 표출돼왔다.

특히 최근에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빈번해지고 행태가 더욱 대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우려되는 점은 특정 대상에 가해지는 인종차별적인 공격에 대해 주류사회 일부에서 ‘암묵적인 동의’와 공감대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시사 저널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의 수잔 카랜드 기자는 인종차별 발생률과 경기침체의 연관성을 재조명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로 촉발된 경제침체로 인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대공황(1930년대) 당시 이탈리아와 영국에서 인종차별사례가 급증했던 것처럼 국가의 경제침체를 직면하게 된 계층이 불안감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희생양’을 찾는 심리가 향후 호주 사회에서 커질 가능성에 주목했다.

지난 3월 시드니 이너 웨스트지역인 메릭빌에서 발생한 사건과 맬번에서 발생한 인종차별 사건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며 코로나 사태가 만들어낸 반아시아 감정의 심각성이 조명됐다. 

멜번의 한 중국계 이민자 집 차고 문에 빨강색 페인트로 코로나와 중국을 연관지어 욕하는 낙서가 쓰여졌다.

한인들 사이에서도 마스크 착용으로 인종차별성 언어폭력을 당했다는 소식이 공유됐다. 지난 5월 공영 ABC 방송에서 수집한 피해사례에서도 동양계 커뮤니티가 직면한 불안감과 동시에 호주 사회에 퍼지고 있는 위험한 정서를 감지할 수 있다. 
경멸하는 듯한 눈총, 수근거리며 뒤에서 웅얼대는 욕설 등의 소극적인 행위부터 운전 중 음식물을 투척하거나, 가정집 차고 문에 행해진 반달리즘, 대형 마트에서 벌어진 위협, 거리에서 자행된 신체적 폭력 등 범죄의 선을 넘나드는 행위까지 차별의 정도는 다양했다. 표적이 되는 대상도 아이와 함께 있는 여성까지 포함될 정도로 구분이 없었다.

사회공동체 반응, 관심이 문제 해결의 열쇠
정부 대응, 언론 공정 보도 중요

우리가 좀 더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는 점은 인종차별성 공격이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사회공동체의 반응’이다. ABC 사례 인터뷰 중 필리핀계 이민자 루이스는 수퍼마켓에서 한 백인 여성으로부터 언어폭력을 당한 경험을 제보하며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다가와 준 것이 심리적 안정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인종차별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에 사회공동체가 합의하고 적극적인 대항의 필요성에 공감할 때 피해 대상은 안전할 수 있고, 문제해결 가능성 역시 높아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표적이 되는 커뮤니티가 요구하는 점은 인종차별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과 언론의 객관적인 보도다. 정부가 공감하고 언론이 지지할 때 대중의 공감대가 견고해져 필요한 안전망이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종주의와 차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문제 완화의 지름길이란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중국 커뮤니티는 또한 “정부가 중국 정부와의 관계에 대해 좀 더 신중히 발언할 것”과 “국제정세 속 중국정부에 대한 비판과 재호주 중국인 커뮤니티와는 별개라는 점을 명확하게 알릴 것” 그리고 “호주 주요 방송사가 중국에 관한 뉴스를 전달할 때 중국 커뮤니티와의 무관성을 분명히 할 것” 등을 요청했다. 

코로나 팬데믹 선언 후, 중국식 생활의 문제점, 중국 우한 축산시장의 비위생성, 화장지 대란을 야기한 사재기 문화, 마스크 착용 이슈 등, 지난 수개월간 생산된 다수의 뉴스들이 중국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방향으로 정보와 의견을 전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호주사회가 상기해야 할 점은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이러한 성격의 보도가 분노와 증오를 증폭시키고 분노를 공공연하게 표출하는 일부의 행태에 대해 자칫 잘못된 합리화의 장을 마련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책임에 대한 청문회 이슈로 국제사회에서 호주와 중국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경제 제제(무역 보복)가 호주에게 위협이 되고 있는 시점에서 언론이 좀 더 신중하고 객관적이며 공정한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경기 침체로 인한 불안감으로 희생양을 찾고 싶어하는 정서가 커지고 있는 지금, 특정 커뮤니티에 대한 불공정한 편견과 차별로 한 커뮤니티가 기본적인 안전을 위협받지 않도록 언론은 더욱 신중하고 공평해야 한다. 

지난 5월초 채널7 뉴스는 학생들의 학교 수업 재개를 보도하면서 마스크를 착용한 동양계 학생들에게 포커스를 맞춘 이미지를 내보냈다. 이 이미지는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시청자들에게 유쾌하지 않은 감정을 줄 수 있었다. 5월 11일 한 온라인 한인 카페에 방송이 보도한 관련 이미지가가 올라왔고 논쟁 거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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