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 안녕하세요? 오늘도 새로운 주제로 어르신들을 뵙게 되어 너무 설렙니다. 오늘은 아주 멋진 옛 사람들의 풍류에 대해서 한 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우선 어르신들께서는 친구분들을 만나실 때 무엇을 하시는지 편하게 말씀해 주시겠어요?
A : 대체로 커피마시면서 수다를 많이 떨지요^^.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를 하면서요.
L : 한국 사람들 모임에서는 음식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다들 만나면 점심이나 저녁을 먹죠.
P : 그냥 지인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등산을 가거나 골프를 치기도 해요.
H : 편하게 만나는 모임들도 있지만, 봉사활동을 같이 하는 모임도 있어요.
T : 여러 가지 성격의 모임들이 많이 있으신 거 같아요.^^ 그러면 조선시대 선비들은 벗을 만나면 무엇을 했을까요? 먼저 1784년에 그려진 <백사회야유도>라는 그림을 통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L : 옛 사람들은 항상 자연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거 같아요. 주변에 소나무가 운치있게 굽어 있고, 꽃이 피어 있네요.
P : 중앙에 갓을 쓴 선비들이 빙 둘러앉아서 이야기도 하고, 뭔가를 준비하는 거 같아요.
A : 옆에 시냇물도 졸졸 흐르고, 완연한 봄인 것 같네요.
H : 그런데 선비들이 앉아 있는 중앙 바닥에 물건들이 놓여 있어요. 음식 같기도 하고, 필기류 같기도 하고요.
T : 네, 아주 자세히 잘 보셨습니다. 이 그림 속 선비들은 봄에 운치 있는 야외에 나가서 시를 짓는 시회(詩會)를 열고 있는 모습입니다. 중앙에는 붓, 먹, 벼루, 종이 등의 필기류가 놓여 있고, 주변에 서서 담소를 나누는 선비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H : 조선시대 선비들은 늘 공부를 했으니까, 노는 모습도 굉장히 학구적인 거 같아요.
T : 이렇게 시를 지으며 노는 모임을 시회(詩會)라고 하는데, 오늘은 특별히 시회의 재미난 모습들을 살펴보려 합니다. 선비들은 종복과 나귀 한 마리를 거느리고 필기류와 술 등을 챙겨옵니다. 그리고 나무 그늘 아래에 자리를 정한 후, 정해진 시간 내에 시를 지어, 늦게 짓는 사람들은 벌주를 마시기도 했어요. 
L : 벌주를 마시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네요.
모두들 : 하하하
A : 그럼 누가 그런 법칙을 정하고 감독하나요? 시간을 정했다고 했는데, 조선시대는 정확한 시간을 잴 수는 없었잖아요. 그저 해시계나 물시계로 대략의 시간만 알지 않았나요?
T : 맞습니다. 정확한 시간을 알 수는 없었지만, 이들은 아주 기발한 생각을 해냈어요. 나무에 가늘고 긴 끈을 걸어놓고, 거기에 엽전을 매답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 세숫대야 같은 놋쇠그릇을 놓아둡니다. 모두들 시를 지을 준비가 되면, 한 사람이 그 끈에 불을 붙여요.
P : 어머나! 그럼 그게 지금으로 치면 타이머 기능인 거네요. 그 끈이 떨어지면 엽전이 떨어지면서 소리를 내는 거죠?
T : 네 맞습니다. 엽전이 ‘쨍’그랑‘하는 소리를 내기 전까지 시를 빨리 짓는 사람이 이기는 거예요.
H : 와! 굉장하네요. 그렇게 짧은 시간에 한문으로 시를 짓는 거예요?
A : 다들 과거시험을 준비하니까 실력들이 대단한 건 알겠는데,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짜릿하고 떨리고 그러네요.  
T : 호주에서 사시면서 시티에 야경을 보러 나가시는 경우가 종종 있으시죠? 
P : 이스터나 크리스마스 때는 특별한 행사를 많이 하니까 종종 다녔어요. 아휴...그런데 요즘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이젠 안가요. 화장실 줄도 너무 길고, 돌아오는 길도 너무 오래 걸리고...집이 최고예요.
T : 조선시대 선비들 역시 낮에만 시를 짓고, 풍류를 즐기며 놀았던 건 아닙니다. 밤에도 쏟아지는 별빛 아래서 벗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요.
A : 그런데 조선시대에는 통금시간 같은 게 있지 않았나요? 드라마에 보면 밤에 군사들이 딱딱이를 치면서 돌아다니던데요.
T : 네, 물론 아주 늦은 밤에는 다닐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들 모여 술 한 잔을 거나하게 마시고나서 쏟아지는 별빛 아래서 놀았던 낭만적인 기록이 남아 있어요. 우선 조선시대 후기 홍대용이라는 선비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홍대용은 손가락이 아주 길고, 거문고를 잘 탔던 선비입니다. 어디를 가든 거문고를 꼭 챙겨서 들고 다니다가, 멋진 풍광을 만나면 즉석에서 거문고를 연주하던 감성을 지닌 선비입니다.
L : 너무 멋있네요. 조선시대에 선비들은 그저 공부만 하고, 예술이나 음악을 천하게 여기는 줄 알았어요. 요즘에 기타를 등에 메고 다니는 젊은 사람들이 떠오르네요. 
T : 그렇죠?^^ 그런데 어느 겨울 밤, 벗들과 함께 거나하게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가다가 소복소복 쌓이는 눈이 너무 멋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홍대용은 수표교(오늘날 청계천 다리)에 앉아서 쏟아지는 별빛과 달빛을 받으며 거문고를 연주하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흥에 겨운 벗들이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기도 하고, 생황을 연주하며 흥이 다하도록 놀았어요. 어찌나 신나게 놀았는지 갓과 도포가 젖는 줄도 몰랐다는 기록이 있어요. 이 때 얼마나 재미나게 놀았던지 이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가서 모두 그 날의 일을 글로 남겼어요. 
H : 그렇게 취했는데도, 집에 돌아가서 또 글을 썼다니까 너무 재미있네요.^^ 
T : 그렇게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사랑했던 사람들이 바로 조선시대 선비들이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조선시대 선비들의 ‘책 사랑’에 대한 일화를 잠시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시간까지 건강하세요.   

천영미
고교 및 대학 강사(한국) 
전 한국연구재단 소속 개인연구원
현 시드니 시니어 한인 대상 역사/인문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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