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모은 쓰레기가 유리 한 병’. 쓰레기 없는 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하는 제로웨이스트 운동의 상징인 mason Jar

코로나 팬데믹으로 일회용품 소비가 급증하면서 ‘제로웨이스트(zero-waste)’, ‘플라스틱 프리(plastic-free)’ 등 ‘지속가능(sustainability)’을 목표로 하는 환경운동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제로웨이스트’는 최근 수년간 환경운동의 중심이 되고 있는 키워드다. 8년동안의 쓰레기를 모은 유리병 한 병의 사진이 제로웨이스트 운동의 상징이다. 패키지 프리(package free)의 대표인 로렌 싱어(Lauren Singer)의 작은 실천으로 십여년 전 시작해 수십만 팔로워가 동참하며 범세계적인 환경운동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으로 외출이 제한되고 식재료 벌크 구매가 어려워지면서 제로웨이스트 운동의 지속 가능성에 관심이 쏠렸다. 싱어는 “십여년간 이어온 생활방식이 잠시 주춤했다”고 고백했다.
코비드위기로 환경운동에 제동이 걸린 것이 사실이지만 환경운동 실천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여전히 견고하다. 

벌크숍에서 각종 식재료를 유리병에 담아 구매할 수 있다.

제로웨이스트의 대표적 운동가 중 한 명인 콜롬비아대 도시개발센터의 재클린 클로프 공동대표는 이런 위기의 시간을 통해 “공동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위해서는 모두가 함께 노력하고 계속 서로 격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드니 이너웨스트에 위치한 소스 벌크숍 (Source Bulk shop)의 업주 게빈은 “사회적 봉쇄 조치가 완화되면서 고객수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최근 벌크 구매에 관심을 갖는 시민들이 연간 20%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고 반겼다.

벌크숍에서는 기름류부터 곡물류까지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만큼 소비자가 덜어서 구매할 수 있다. 샴푸, 바디샴푸도 원하는 양을 컨테이너에 담아갈 수 있다. 컨테이너는 집에서 사용하던 것을 가져올 수 있고 유리로 된 제품을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구매방식에 익숙치 않은 시민들을 위해 게빈은 ‘작은 시작’을 추천했다. 예를 들어 밀가루와 같은 한 종류부터 시작하여 익숙해진 후 또 다른 카테고리로 넓히는 방법이다. 

시드니 동포 이효진씨는 수년 간 제로웨이스트를 실천 중이다. 평상시 동물보호에 관심이 있었는데 “플라스틱 빨대가 코에 박혀 고통스러워하는 거북이 영상을 보고 경각심이 들어 시작했다”며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가장 어려운 점으로 대형마트의 과도한 비닐포장을 지적한 이 씨는 “개인의 실천에만 맡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기업들도 동참해야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로웨이스트를 완벽히 실천하려다 보면 오히려 스트레스로 중단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작은 것부터 실천하기를 제안했다.

현재 이 씨는 화장지 대용 와입스와 재사용빨대를 파우치에 늘 휴대하고, 화장솜 대신 와입스로, 액상 세재 대신 설거지 비누로 대체하는 등 하나씩 노력하여 바꿔가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코로나 사태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이 급증해 안타깝지만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자. 조금 불편해도 괜찮아라고 스스로 독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저귀, 물티슈 등 육아에 필요한 물품에서도 일회용제품을 거부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학교 축제에 일회용 포크 대신 자연분해 제품 사용을 시행한 학교, 커피컵 사용을 거부하고 개인컵을 소지하는 시민들, 시판 생수 구매를 중단하고 개인물병을 사용하는 시민들이 증가하는 등 개인적인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이러한 시민의식 향상에 발맞춰 다양한 제품들도 출시되면서 제로웨이스트 실천에 용이함을 더하고 있다.

최근 급성장하며 막대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는 버블티 판매업체들도 개인컵 사용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추세다.

버블티 음용에 적합한 컵들이 출시되고 있다.

버블티 음용에 적당한 컵과 부속품을 판매 중인 ‘법컵(BubCup)’의 신디 유안CEO는 버블티 판매업체들과 꾸준히 대화하며 개인컵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그는 “현재 23%의 고객이 NSW주에 위치한 업체들이다. 공차(GongCha), 차타임(Chatime) 등 다수의 업체들이 개인컵을 허용하고 있다. 현재 일부 매장 내 자사품 판매를 위해 협의 중이며 7월 중으로 결정이 될거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 동안 일부 업체에서 개인컵을 금지하고 있지만, 상황은 금새 나아질 것”이라며 희망적인 의견을 전했다.

다만 대부분의 버블티 판매업체에 개인컵 허용에 대한 안내문이 사실상 없어 향후 적극적인 홍보활동이 필요해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바이러스 전파에 대한 우려로 개인컵 사용을 금지하는 카페들이 늘어났다. 그러나 ‘책임있는 카페(responsible café)’의 사라 윌슨 홍보대사는 수잔 지 호주 보건장관의 의견을 바탕으로 “일회용 컵이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데 더 효율적이라는 증거는 없다”며 일각의 우려를 일축하고 개인컵 사용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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