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운석

쥐고 있는 요술주머니의 목을 놓는다

미래의 미래에 대해 
통문을 여는 사차원

ㅡ이곳을 빠져나가야겠어

은닉된 행복이 소멸하는
무아의 세상에 이르는
속속들이 신의 영역을 구원하는

숫자를 편애하는 디지털이 사라진다
헤아릴 수 없는 호사의 시간을 위해 

이미 은하에 엎질러진 물 
돌이켜 담아 놓은 
은하수를 위해

'이미'라는 말이 블랙홀에 빨려든다

얼마든지

ㅡ이제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은하가 바다로 흘러든다
마음속 까지 넓어진 한가운데
밀봉된 궤도의 들창 밖으로
중력을 벗어나 부유하는 별 가루

 

< 시작 노트 >

글을 읽어나가다 '얼마든지'라는 단어에 왠지 멈칫하고 담겨있는 무한함에 매료되었다. 영어로는 Without Limit (한정 없이) 또는 Many (굉장히 많이) 라는 말이 된다. 구속이 없는 포용력과 열려있는 넉넉함이 넘치는 말이다. 얼마나 매력적인가. 제한이 없으니 숫자를 세며 따질 욕심이 사라질 것이고, 욕심 없는 무아의 경지에 이르러 얼마든지 신의 영역을 넘볼 수 있지 않겠는가. 
인간의 한정된 언어로는 닿을 수 없는  전지전능한 세계가 열리는 순간이다. 
얼마든지!


송운석 시인
2017년 ≪한국동서문학≫ 신인작품상
2016년 제18회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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