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것도 반년이 넘었다. 그동안 우리들은 ‘자가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행하고 있어서 친구나 가족들 간의 왕래나 접촉이 예전과 같지 못하고 대인관계마저 소원해졌다. 최근 캐나다의 한 연구에 의하면 6주간만 서로 격리되고 고립되어 있어도 불행해질 뿐 아니라 여러 가지의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키게 되고, 특히 소외감에 빠져든다고 한다. 소외감은 고독감을 오게 하고 고독감은 불행을 가중시킨다.
 
캐나다에서 코로나 때문에 고독감이 증가하는 것은 분명하다. 작년 1월 캐나다 사람의 20%가 고독하다고 CBC가 방송했다. 비록 설문조사기구가 다르지만 금년 4월에는 글로벌뉴스에서 캐나다 사람 중 54%가 고독을 느낀다고 보도했다. 코로나 발생 전후를 통한 고독감의 차이를 나타내는 정보를 한국에서는 찾기 힘들다. 다만 고독감은 한국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 같다. OECD는 고독함을 ‘어려울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친척이나 친구가 있는 사람의 비율’로 측정을 한다. 이 OECD의 측정에 의하면 2010~18년간 50세 이상의 사람들 중 도움을 청할 사람이 있다고 한 비중이 캐나다가 92.4%, OECD 평균이 87.2%인데 비하여 한국은 63.1%로 OECD 국가들 중에서 제일 낮다. 즉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는 사람(고독한 사람)이 캐나다는 7.6%인데 비하여 한국에서는 무려 36.9%가 된다. 
 
이런 고독감은 무서운 질환과 같다. 고독감은 정신적인 건강(우울증, 불안장애, 치매)에 나쁘고 그 중에 특히 치매에 걸릴 확률을 배로 높인다. 육체적인 건강(심장병, 뇌졸중, 당뇨병, 만성통증, 피로감)에도 해롭다. 결과적으로 고독감은 담배를 하루에 15개비 피우는 것, 또는 비만보다 더 나빠서 사망 가능성을 30% 증가시킨다고 한다. 이런 무서운 고독감과 그에 따른 정신적, 육체적 질환은 처음에는 본인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서서히 온다.
고독감은 악순환을 가져온다. 고독한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꺼리기 때문에 자연 친구들을 잃게 되어 고독감이 더 깊어진다. 또 고독감은 주위로 전파되어 고독한 사람은 배우자나 친구, 그 친구의 친구까지 고독하게 할 확률을 높이면서 악순환이 반복된다. 심지어 장기간의 고독감은 우리 유전자에도 입력되어 다음 세대까지 전달된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사람들과 유대관계를 계속하면서 이런 고독감을 줄이고 우리의 행복감을 유지할 수 있을까? 물론 고독감은 고립이나 소외감뿐 아니라 유전자도 큰 몫을 하여 사람들이 느끼는 고독감의 절반은 유전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를 뒤집어 생각해 보면 우리가 고독감을 느끼게 되는 것을 절반 이상 우리의 행동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독감은 고립된 것보다 의사소통이 되는 친근한 대인관계가 없다는 주관적인 정신상태를 의미한다. 정신상태를 행동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심리학이 실증하고 있다. 그래서 고독감을 방지하기 위하여 실증분석문헌에 기초를 두고 고독감을 다스리는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해 볼 수 있다.
 
1. 우선 요즘 대인관계에서 느끼는 우리의 생각을 바꾸어야 하겠다. 남이 다가오면 감염자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기고 무서워지니 자연 우리의 스트레스가 높아진다. 필경 상대방도 그렇게 느낄 것이니 지나가는 사람 모두가 긴장되고 스트레스가 심해진다. 감염자가 남이 아닌 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같은 조심이라도 남을 위한 배려가 된다. 배려하는 마음과 행동은 더 많은 친구를 갖게 하고 공동체의식과 시민의식을 높인다. 우리가 공동체의 하나라는 것을 인식하면 코로나 같은 전염병이 유행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회적 거리를 두는 것도 시민 각자의 의무이고 당연한 것으로 믿어진다. 
 
2. 일상생활에서 목적을 정해 놓고 그것을 달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료하고 하릴없다는 생각은 초조감을 야기시키고 고독감을 가중시키는데, 목적 설정과 실행은 할 일을 만들게 된다. 목적 있는 삶이란 의미 있는 생활로 목적 달성이란 결과뿐 아니라, 달성하려는 행동자체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고독감을 줄여 준다. 목적이 원대할 경우 그것을 세분하여 그날그날 달성할 목적을 세워야 된다. 가령 원대한 목적과 관련되는 습관을 기르겠다고 생각해 보자. 웬만한 습관은 한두 달 매일 반복하면 형성된다. 습관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두 요소가 신호(cue)와 보상이다. 만일 걷는 습관과 책 읽는 습관을 기른다고 생각하면, 하루 중 어떤 시간을 신호로 정한다. 아침 7시를 나가서 30분 걷는 것과 저녁 9시를 책 50페이지를 읽는 신호로 정하는 것과 같다. 보상으로 걷는 것은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좋고, 독서는 인지능력을 유지하고 지적발전에 좋다는 것이 입증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보상은 먼 훗날 서서히 오기 때문에 습관을 기르기 위한 보상으로 역할을 잘 못한다. 차라리 달력에 두 가지를 성취한 표시를 매일 해 두면 성취한 표시가 쌓이는 것을 보면서 많은 자극(보상)이 된다. 이렇게 두 습관을 달성하였다면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몇 가지의 다른 습관을 정하여 매일 할 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3. 정신상태인 고독감은 행동으로 예방이나 치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의 책임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내 스스로 하는 행동을 통하여 아는 사람과 유대감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연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해보는 것도 유대감을 갖게 한다고 한다. 유대감을 유지하기 위한 차선책으로 전화, 이메일, 문자 등 여러 통신 매개체를 통하여 가족 및 친구들과 계속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상호관계를 유지할 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을 위하여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디지털기기를 과도하게 쓰면 오히려 고독감과 우울증을 높인다고 하니 조심할 일이다. 유대감을 높이고 고독감을 줄이기 위하여 사람들뿐만 아니라 애완동물이나 화초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적극적으로 애완동물이나 화초를 보살피고 가꾸면서 애정을 담아 접촉하고 대화를 하면 고독감은 감소되고 행복감이 증가한다고 한다.
 
4.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최근 설문조사에 의하면 좋은 부부관계가 우리들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행복한 가정은 고독감을 방지한다. 따라서 코로나 재앙 하에서 부부간의 관계를 좋게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자가격리를 시행하고 있으니 실업자가 많이 생겼고, 직장을 갖고 있어도 자택근무를 하니 부부가 온종일 같이 집에 있게 된다. 이럴 경우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정불화나 폭력이 빈번히 일어나고 이혼율도 높아져 불행과 고독을 초래한다. 따라서 전통적인 부부관계나 가정생활에 연연하지 말고 부부가 협동하고 상부상조하는 가정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집에서 청소, 세탁, 음식 만들기 등을 함께 하는 것이 부부관계를 좋게 할 뿐 아니라 고독감을 이기고 정신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5. 육체적인 운동이 우울증과 불안감을 감소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는 데 특히 치매 예방을 위하여 중요하다는 연구가 많다. 고독한 사람은 무기력하게 느껴 육체적 활동이나 운동을 할 동기를 잃고 밖에 나가는 것도 꺼린다. 그래서 하루에 30분 이상 한 번씩 나가는 것을 생활의 원칙으로 정하여 습관적으로 실행하기를 권한다. 
 
6. 봉사활동을 한다. 봉사활동은 크고 작은 여러 가지의 이타적인 행동으로서 사람들과 접촉을 하게 하여 고독감을 줄일 뿐 아니라 우울증 예방, 치매 예방, 수명 연장, 행복감 증진에 도움이 된다. 봉사활동은 특히 직장에 나가지 않는 사람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성취감을 갖게 하며 고독감을 줄이고 행복으로 이끌어 준다. 또 여러 사회단체(동창회, 노인회, 여성회 등)에 가입해서 활동하는 것도 봉사활동과 같이 우리의 고독감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7. 긍정적 정신태도(Positive Mental Attitude)를 갖는다. 고독감은 부정적인 생각과 연결되어 있다. 코로나에 대한 신빙성 있는 정보를 이해하고 불필요한 걱정이나 부정적인 생각을 억제한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 깊은 호흡을 하고 명상을 하면서 마음을 바꾸고 여러가지로 긍정적인 표현이나 행동을 하면서 긍정적 정신태도를 유지한다.  
위에 제시한 바와 같이 실증분석에 기초를 둔 여러 문헌들이 고독감을 방지하는 갖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코로나 위험 상황에서 서서히 침투하는 고독감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특히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친지들의 고독감도 줄이고 그들의 행복감을 높이기 위하여 고독감 방지책을 실천하겠다는 결심이 필요하다. 필자도 여러 가지의 고독감 방지 지침을 수행해 나간다고 자신한다.
 
권오율(캐나다 사이몬 프레이저대학 경영대 겸임교수)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