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옥 

내 이름은 
네 이름의 반경 

뭐냐고 묻는다면 
가까운 관계로는 너 밖에 없다고 
파도쳤으나 한쪽에선 소리조차 삼키는 
날마다 뒤척이는 

등 붙이며 기다랗게 누워도 
숨결 어디에도 닿지 못하는 

사는 시간이 따로 있어 
격리와 아무 상관없는 표정이 오히려 
목마름이 되기도 하는 

머릿속 주름마다 꽉 찬 모래 
네가 아니면 나도 아닌 것처럼 
해초 위로 넘쳐나는 발자국 
몸이 닿는 순간 
신종 바이러스가 이식되는 

2020년 1월과 8월 사이 

하늘에서는 드론 
지상에서는 삼성 애플 캐논을 메고 
빛의 속도 즐기는 이들이 넘볼 수 없는 경계까지 
이제 이 세상과는 

안부조차 헷갈리는 
너와 나 

수천 년을 우리는 
한 이름으로 마주한 공생의 바닷가 
그 말만 아니어도 

외롭지 않을 이 사회적 거리  

 

*시드니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해변으로 긴 반도의 끝에 있다. 마주보고 있는 두 바다의 이름인 팜비치는 Cabbage tree palm( Livistona australis)에서 유래되었으며 바다의 한쪽은 서핑으로 다른 쪽은 조용한 Pittwater로 둘러싸여 있다.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등대 (Barrenjoey Lighthouse)가 있다.

김인옥 시인
- 2017년 <문학나무> 신인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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