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요즘 코로나 이슈는 온통 빅토리아 관련이다. 빅토리아에서 시작해 끝이 난다고 할정도다. 
8월 25일 기준으로 6월 1일 이후 호주에서 19,014명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는데 이중 18,125명(약 95%)이 빅토리아 거주자들이다. NSW에서는 742명(3.4%)에 불과했다. 
이같은 신규 확진자의 압도적 차이 외에도 감염 경로에서 두 주는 확연하게 다르다. 빅토리아 확진자의 0.5%만이 호텔에 격리 중인 해외귀국자들이다. 95%가 국내감염(경로 확인 72%, 경로 불분명 23.5%)이다. 
반면 NSW에서 해외 감염 비율이 56.5%를 차지했다. 국내 감염은 41.3%(감염 경로 확인 31.7%, 경로 불분명 9.6%)이다. 
빅토리아 확진자들의 대부분이 국내 감염자들이며 이중 상당수가 경로 불분명 사례로 추적이 어려워 보건당국이 애로를 겪고 있다.  

빅토리아주의 확진자는 약 80%가 직장에서 감염됐다. 10명 이상 감염된 집단감염(cluters) 사례가 거의 40개에 달한다. 특히 요양원을 필두로 도축장, 창고/물류센터, 병원/학교가 가장 많다. 빅토리아주의 최저 소득층이 몰려 있는 정부임대아파트단지도 감염을 피해가지 못했다.

요양원 중에서 에핑가든 211명, 세인트 바실(포크너 소재) 195명, 웨리비 소재 침례교 윈드햄롯지 요양원 169명, 에스티아(아디어 소재) 159명 순으로 미완치 환자가 많다. 80명 이상인 곳이 12개에 달한다. 모두 민간운영 요양원들로 시설과 인력관리가 열악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세인트 바실 사태와 관련, 다니엘 앤드류스 주총리가 “이런 곳에 나의 어머니를 모시고 싶지 않다”고 개탄할 정도였다.
  
주요 직장 집단감염지는 버토치 스몰굿(토마스타운 소재) 211명, 섬머빌 리테일 서비스(토텐햄 소재) 167명, JBS(브루클린 소재) 158명 등이다. 그 외 울워스 물류센터와 창고 등 여러 곳이고 병원 중에서는 로얄멜번병원 155명, 학교 중에서는 알-타크와 칼리지 210명, 어린이집도 집단감염 사례가 있다.  

1차 감염 확산 때처럼 집단 감염이 재등장한 곳은 제한된 공간 안에 많은 사람들(특히 임시직, 교대 근무)이 일을 하는 환경이었다. 

광역 멜번시에서 서부와 북부는 임시직과 단기간 일자리 종사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소득이 낮은 경제사회적으로 가장 불리한 지자체(most disadvantaged municipalities) 5개 중 4개(윈드햄, 브림뱅크, 흄, 휘틀시)에 미완치 확진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한다.

이런 통계로 유추할 수 있는 결론은 소득 격차와 직업 안정성에 따라 코로나 감염률이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흑인과 히스패닉 계열의 저소득층이 가장 높은 감염률을 보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과장된 표현으로 하루 벌어 하루 끼니를 해결해야하는 최저소득층은 코로나 2차 감염 펜데믹에서 안전(보건)과 식사 해결 중 선택의 여지가 없는(make impossible choices) 상황에 직면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출근을 해서 본인과 가족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멜번 서부지역 커뮤니티 법률센터인 웨스트저스티스(WEstjustice)의 캐서린 헤밍웨이 소장은 “취약 계층 근로자들을 보호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일하는 공급망(supply chains) 작업장의 규정 위반에 대해 기업들이 책임을 지도록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실질적으로는 피고용인(employees)이지만 하청계약자로 일하며 제대로 대우(휴가. 병가 등)를 받지 못한 사례가 많다. 임시직 근로자와 하청계약자 보호도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웨스트저스티스 서비스 이용자의 70%가 임금체불을 경험했다고 한다. 

1차 록다운 이후 더 많은 근로자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 반면 저소득층 근로자들은 출퇴근과 교대 근무지 이동으로 시간이 더 길어졌다.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 록다운 기간 중 이동이 많아지면서 감염 가능성도 높아졌다. 
상당수 호주 저소득층에게도 생활비 마련 또는 감염 위험 모면 중 사실상 선택의 여지는 극히 제한됐다. 이것이 서글픈 ‘호주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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