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옥 

그게 용하다는데 
그럼 잡아봐요 

쥐들이 가을 햇살을 물어 나른다 
아버지가 큰언니의 토끼장 앞에 쥐덫 두개를 친다 
날은 소슬해지고 마침내 토끼장 옆 
엄마가 내 새끼손가락보다 가느다란 살코기를 연탄화로에 굽는다 
언니들 오기전에 얼른 먹어 
나는 아버지 팔뚝에 안겨 쇠고기를 오지게 씹는다 
고소한내가 뒤란에서 집안으로 솔솔 퍼진다 
새앙머리를 한 작은언니가 빤스바람으로 달려 나온다 
점순이가 작은언니 곁을 바람처럼 스친다 
작은언니가 꼬랑지에 걸려 나동그라진다 
토끼하고 인옥이만 예뻐한다며 눈물범벅이다 
토끼장을 향해 나무 꼬챙이를 쳐든다 
점순이도 덩달아 소란에 끼어든다 
토끼 먹이가 어지럽게 널리고 쫓기던 토끼는 쥐덫에 걸리고 
날은 자꾸 균열이 가고 
엄마의 한숨이 한번 더 번개탄에 붙는다 
꺼멓게 익어가는 살점 
작은언니가 아버지 허리에 착 달라붙어 손가락까지 쭉쭉 핥는다 
점순이가 꼬리를 좌우로 흔든다 
고기 냄새가 대문을 열고 깡총깡총 빠져나간다 
골목 어귀에서부터 큰언니가 귀밑머리 날린다 
토끼장 문을 열어젖힌다 
종일 헛물만 켜던 점순이가 큰언니 앞에서 알짱거린다 
큰언니의 책가방이 애꿎은 등짝을 내리친다 
깨갱 뒷걸음 치는 점순이를 바라보며 
들어가 숙제나 해 
엄마가 부지깽이를 쳐든다 
큰언니의 대문니가 냄새의 출처를 물고 늘어진다 
시침 떼는 옷자락을 움켜쥔다 
기필코 제자리다 
늘어선 햇빛과 바람이 슬그머니 피한다 
작은언니의 눈에서 새빨간 눈물 한 점이 뚝 떨어지고 
나는 쥐죽은 듯 손가락을 숨기고 
아버지 그림자가 뒷문을 빠져나간다 
꼬랑지 하나가 딸랑거리며 그림자 꽁무늬를 따라붙는다 

네 살 때 올챙이처럼 배가 뽈록해졌다 
한의원, 링거 병, 수두룩 쌓인 약봉지 
다 소용없는 애물단지 
뒤란의 수런거리는 음성은 그날 밤 그 다음날 밤도. 
뚝 잘라 
환갑을 바라보는 이 나이에 허리가 날씬한 것은 
쥐 보은 그 때문일 것이다 단 
그 시절 대한뉴스 제1080호 
쥐를 잡자 

다들 찍소리 마시라   


김인옥 시인
2017년 <문학나무> 신인상 등단
2020년 제22회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입상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