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팩과 업무제휴 발표 후 $100 돌파
“글로벌 확장성 가치 평가” vs “한계 봉착할 것” 

호주의 대표적인 BNPL 브랜드 애프터페이

지난 주 호주의 대표적 ‘선구매 후지불(BNPL)’ 플랫폼인 애프터페이(Afterpay)의 주가가 $100를 넘어선 가운데 이 회사의 미래에 대한 전혀 다른 두 가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호주 4대 은행 중 하나인 웨스트팩과의 제휴로 애프터페이를 통한 기본적인 은행 업무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발표 직후인 지난 26일 이 회사의 주가는 $100를 넘어섰다.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가 제공는지에 대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투자자들이 일단 사고보자는 매수에 나선 것. 

이로써 애프터페이의 주가는 2016년 호주증권거래서(ASX) 상장 직후의 2배, 저점이었던 올해 3월과 비교하면 무려 10배 폭등한 셈이다. 시가 총액도 300억 달러를 넘어섰는데 작년 매출이 5억1900만 달러에 불과하고 아직 순이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회사로서는 큰 규모로 평가됐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지 않아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UBS (스위스유니온은행: Union Bank of Switzerland)가 애프터페이의 미래가 어두울 수도 있다는 투자자들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조사 결과를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UBS가 지난달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BNPL 사용자 중 호주 정부의 경기부양책인 잡키퍼(JobKeeper, 일자리유지보조금)와 잡시커(JobSeeker, 구직 수당)를 받는 비율이 비사용자보다 훨씬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BNPL 사용자 중 잡키퍼 수령자의 60%, 잡시커 수령자의 40%가 정부 보조금이 없었다면 채무불이행(default) 상태에 빠졌을 것이라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이는 전체 BNPL 사용자 중 약 22%에 해당하는 것으로 정부 부양책이 종료되면 애프터페이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에 힘을 실어주었다.

애프터페이의 주가는 지난 2월에도 최고치인 $40까지 오른 후 코로나 팬데믹(록다운)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불과 몇 주 만에 $8.90까지 급락한 전례가 있다.

BNPL 업계의 경쟁자들

당시 급락은 BNPL 사업 모델이 불경기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검증된 적이 없다는 근본적인 질문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BNPL 고객들이 정부 보조에 의지하고 있다는 UBS분석이 정확하다면 이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잠시 미뤄지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오랫동안 애프터페이에 투자해 온 오피르 자산운용(Ophir Asset Management)의 앤드류 미첼 펀드매니저는 “파트너쉽으로 인해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가 늘어나서 애프터페이 고객들의 참여도와 충성도가 늘어나게 되고 애프터페이는 더 많은 고객 정보를 축척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이는 분명히 긍정적인 일이지만 상세 내용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얼마나 흥분되는 일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반면 윌슨자산운용 (Wilson Asset management)의 토바이어스 야오 펀드매니저는 이번 발표를 애프터페이의 도약을 위해 유의미한 전략으로 봤다. 그는 고객 정보의 깊이가 깊어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로 인해 거래를 승인하기 전 고객의 신용 위험을 판단하는 애프터페이의 능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애프터페이의 높은 주가는 이 회사가 세계 결제 시장에 주고 있는 영향이 평가된 것이다. 시장 규모가 커짐에 따라 앞으로 10년간 애프터페이도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도 애프터페이가 은행서비스를 추가하면서 더 많은 고객 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모건스탠리는 애프터페이의 지속적인 글로벌 확장과 실적 향상을 기대하며 적정 주가를 $106에서 $115 선으로 상향 조정했다.

긍정적인 전망 속에 여전히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사람들도 많다. 헤지펀드 메니저인 존 헴튼은 그의 투자회사인 브론테 캐피탈(Bronte Capitial)이 애프터페이에 대한 공매도(short selling)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져야 투자자가 돈을 버는 구조의 투자 방법이다. 

투자 회사 모닝스타(Morningstar)도 애프터페이의 주식 매도를 추천하고 있으며 적정 주가를 $35.10로 보고 있다. UBS의 분석팀도 적정 주가를 $28.25로 평가한다. 

UBS나 모닝스타 모두 애프터페이를 ‘나쁜 회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진입 장벽이 거의 없고 대규모의 자금 조달이 필요하며 BNPL 업계의 경쟁이 심해지고 있고 잠재적으로 규제가 강화될 수 있는 BNPL 시장에서 애프터페이의 주가가 너무 높게 형성되고 있다는 우려인 셈이다.

모닝스타는 “애프터페이에게 앞으로 2년은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세계적인 불황이 계속되고 경쟁과 규제 감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매출을 늘려야 하는 숙제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닝 스타는 애프터페이가 확장성이 뛰어나 소비자들과 기업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끌어내고 있지만 경쟁이 심화되면서 해외 시장에서 호주에서와 같은 성과를 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아직 남아 있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애프터페이가 과연 경기 침체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윌슨자산운용의 야오는 “리스크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애프터페이가 앞으로 12개월동안 신용 리스크를 잘 관리해 낸다면 이 사업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증명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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