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투표 개표, 반드시 결과 승복해야”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4일(현지시각) 사실상 ‘매직넘버’(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수) 270을 확보하며 승리에 다가섰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당선에 결정적인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핵심 경합주인 위스콘신•미시간•펜실베이니아를 겨냥한 개표 중단 소송전에 돌입했다. 바이든이 0.6%포인트 이긴 위스콘신주에서는 재검표를 요구했다. 

소송 탓에 대통령 당선자를 확정하지 못한 채 개표 분쟁으로 치닫게 되면, 가뜩이나 분열된 미국 사회에 불확실성이라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 때부터 투표 당일까지 당선자가 확정돼야 하며, 그 이후 진행되는 개표는 부정이라고 주장해왔다. “대법원에 갈 것”이라는 트럼프의 발언은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를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에서 진행 중인 개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미국 전역에서 투표는 이미 종료됐는데, 트럼프가 ‘투표 중단’을 언급한 것은 우편투표 등 사전투표에 대한 개표가 조작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호주 정치인들 다수가 “미국의 불안정과 혼란의 여파가 호주-미국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모든 투표를 개표하고 두 후보는 그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모리슨 정부의 각료들은 트럼프가 지난 4년 호주와 관계를 손상했다는 일각의 주장을 강력히 반박했다. 

스콧 모리슨 총리는 “선거의 불확실성 가운데에서도 나는 미국 민주주의와 제도를 크게 신뢰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 결과에 대해 “호주는 미국의 파트너이지 관여자(협동자 participant)가 아니다"하고 말하며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앤소니 알바니즈 야당대표는 “대미 관계는 호주의 가장 중요한 점이다. 우리는 옵서버로서 결과를 천천히 기다려야 한다”면서 “트럼프의 미시간 개표 중단 요구는 민주주의 중단으로 우려되는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마리스 페인 외교장관은 “중요한 점은 모든 투표가 계산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개표 중단 소송으로 선거가 훼손됐나(undermined)라는 질문에는 코멘트를 사양했다.    
페니 웡 야당 외교담당의원도 “모든 투표가 개표되는 것이 호주의 국익”이라고 말했다. 말콤 턴불 전 총리는 트위터에 “모든 표를 개표하라(Count every vote)”고 간략히 촉구했다.
 
전 이스라엘주재 호주 대사를 역임한 데이브 샤마 자유당 의원 은 ‘우리가 이미 승리했기 때문에 우편투표의 개표가 중단되어야 한다’는 트럼프의 주장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면서 “인내(patience)와 겸손(humility)이 필요하다. 민주주의 지도자는 유권자의 심판, 과정의 존엄성, 필요한 경우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용이하게하는 것을 존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재무장관을 역임한 조 호키 전 주미 호주대사는 “트럼프가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미국 선거제도가 문제가 많은 혼돈 상태였고 선거 부정 가능성이 충분했다”면서 트럼프가 질 경우 순조로운 정권 교체가 어려우며 큰 진통이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강경 보수 성향인 조지 크리스튼센 의원(국민당)은 4일 트럼프 승리 예상 후 5일 ‘민주당 투표 부정(Democrat vote fraud)을 주장하고 나서 트럼프 진영의 주장에 동조했다. 

반면 진보 성향인 녹색당의 자넷 라이스 상원의원은 모리슨 총리에게 “개표 마감 전 일방적 승리를 선언해 물의를 빚은 트럼프를 비난하라”고 요구했다. 케빈 러드 전 총리도 “미국 양당에게 선거 결과를 존중하라는 국제적인 요구에 모리슨 총리도 목소리를 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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