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만으로 소비자 관심 못 얻어”  

패밀리레스토랑 '씨즐러(Sizzler)'가 지난 11월 15일 호주에서 완전히 문을 닫았다.

뷔페식 샐러드바와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끌었던 씨즐러는 1990년대 전성기를 구가하다 이후 하락세를 겪었다. 2015년 이후 19개 매장이 폐업했고 남아있던 나머지 9개 매장도 15일 사업을 종료했다.

1950년 후반에 미국에서 시작한 씨즐러가 1985년 브리즈번 교외의 애널리(Annerley)에 호주의 첫 영업장을 연지 35년 만이다.
씨즐러는 코로나-19 전부터 매출 감소를 겪어 왔다. 1990년대 이후 음식의 가치와 취향에 대해 달라진 관점을 반영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퀸즐랜드공과대학교(박사과정)의 캐서린 커크우드(Katherine Kirkwood)는 “지난 25년 동안 호주 가정들의 식단이 급격히 변화했다. 가족 친화적인 대형 식당 대신에 작고 다양한 문화권의 음식점을 더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커크우드는 씨즐러의 폐업에 대한 요인을 분석해 몇 가지를 제안했다. 그에 의하면 씨즐러 전성기 이후, 호주 소비자들은 '푸드 프로비넌스(food provenance)' 곧 음식이 어디에서, 어떻게,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지는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씨즐러 같은 뷔페식당에서 나오는 음식 쓰레기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가공식품을 최대한 줄인 자연식 식단을 의미하는 ‘클린 이팅’(clean eating)과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큼’ 사진이 잘 나오는 음식도 씨즐러와 어울리지 않았다.

구즈만 앤 고메즈(Guzman y Gomez)와 그릴드(Grill'd)와 같은 빠르고 간편한 식당들(fast-casual dining)이 인기를 얻게 된 상황도 씨즐러를 압박했다. 두 프랜차이즈 식당은 윤리와 건강에 초점을 맞추어 고객들에게 어필했다.

유행에 민감한(trendy) 중간급 식당(mid-tier)들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씨즐러와 같이 ‘가성비가 양호한(value for money)’ 전통 뷔페 방식의 식당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됐다.

‘가격 대비 좋은 음식’에 대한 개념 역시 변화했다. 양보다는 질로 가치의 개념이 바뀌면서 사람들은 양질의 음식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경향이 생겼다. 

커크우드는 “이제 씨즐러에서 평균적인 맛의 스테이크와 샐러드를 먹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30이 비싸게 느껴지는 시대가 됐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