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를 읽다 

김인옥

그걸 읽을 수 있겠니 

숨 가쁘게 저 기차 
이만치서 보니 한발짝 
내처 달려왔으면 그만이지 
소리에 소리를 물고 끼어들려는 

그건 기적이 아니지 
이사할 때처럼 울면 시끄러울 뿐 

고요 속으로 
부시터키 허둥대는 
검추리 검은피 흘러내리는 
그 소리를 듣는 일이 숲에겐 
깨진 얼굴로 엇갈린 사람에 대한 일 
목적지도 방향도 잃어버리는 곳 

절묘한 지점 
앞은 매끄럽지 않아 

몇 개의 가능성에 대하여 
때론 두 갈래 길 
허락도 받지 않고 가슴의 나무를 베어낸 
캄캄한 소리를 끌어안고 
지금은 막다른 길을 통과하는 중 
숲을 빠져나와 기적을 지르는 기차 
여기까지의 고요 

아픔 없이 그걸 읽을 수 있겠니

김인옥 시인
2017년 <문학나무> 신인상 등단
2020년 제22회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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