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 대변인 “호주 정부 반성” 촉구
호주 외교부 “요구 사항 협상 대상 아냐” 

트럼프 재선 실패 계기 
모리슨 정부, 국방-경제정책 분리 등 
‘강경 일변도’ 태도 부분적 변화 감지

계속 악화되는 호주-중국 관계

중국이 호주에 대한 불만 사항을 수록한 문건을 의도적으로 호주 언론 나인 미디어에 유출했다. 이 리스트의 주장은 과거 중국 공산당이 발표했던 성명보다 더 직설적이며 공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14건의 불만사항을 적시한 이 문건은 스콧 모리슨 정부의 외교 및 안보정책, 의회에서 나온 발언, 중국에 대한 호주 언론의 보도 등을 중국에 대한 노골적 적대 행위로 간주했다.

이 문건은 캔버라 주재 중국 대사관이 나인뉴스, 시드니모닝헤럴드, 디 에이지 등 언론사에 직접 배포했다. 이는 모리슨 정부가 주요 정책에 대한 호주의 입장을 뒤집도록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해당 문건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있다.
* 인프라, 농업, 축산 등 10개 분야에 중국인 투자 차단
* 2018년 화웨이 5G 네트워크 배제
* 증거 없는 중국의 해외 간섭 혐의
* 중국인 학자 비자 취소 등 통상적인 교류 및 협력의 정치화
* 중국을 지목하면서 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한 국제 독립 조사 요구
* 대만, 홍콩, 신장 등 중국 내정 문제에 대한 개입
* UN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호주의 비판
* 미국의 '반중' 선전과 허위 정보에 편승
* 일대일로 구상(One Belt and One Road Initiative: BRI) 훼방 및 중국을 겨냥한 해외 정부와의 협력 강화 
* 호주전략정책연구원(Australian Strategic Policy Institute)의 ‘반중 연구’를 위한 정부 예산 지원
* 호주 체류 중국 언론인들에 대한 부당한 수사
* 호주에 대한 중국의 사이버 공격 의혹 제기
* 호주 의회의 중국 공산당 비난과 중국인과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
* 언론의 중국에 대한 비우호적이거나 적대적인 보도

중국이 의도적으로 호주 언론에 흘린 호주 관련 14개 불만 사항 리스트

문서가 공개된 뒤 중국의 한 외교관은 지난 17일 캔버라에서 열린 기자 브리핑에서 “중국은 분노한다. 만약 호주가 중국을 적으로 삼는다면, 중국은 (호주의) 적이 될 것(China is angry. If you make China the enemy, China will be the enemy)”이라고 원색적인 표현으로 분노감을 표출했다. 이 외교관은 호주가 이 목록에 있는 정책들을 철회한다면 "더 나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문건은 자오 리지안(Zhao Lijian)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베이징에서 호주를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열기 직전 전달됐다. 자오 대변인은 “호주는 책임을 회피하기보다 이 문제를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원색적 공격과 비난과 관련, 모리슨 정부는 중국 대변인의 이러한 규정짓기를 거부하면서 중국 정부가 장관들 사이의 전화 통화에 먼저 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국 정부는 호주 장관들의 전화 통화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관은 “왜 중국이 호주를 신경 써야 하는가?”라며 “분위기가 나쁜 상황에서 전화 통화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그동안 호주산 와인, 소고기, 보리, 목재, 바닷가재, 석탄 등 12개 분야에 무역 제재를 가해 왔는데 이 분야의 수출 규모는 200억 달러에 달한다. 중국은 호주 수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호주의 1위 교역국이며 호주 전체 일자리의 7.7%가 중국과 관련돼 있을 정도로 호주 경제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

이에 따라 호주 경제계 리더들과 외교관들 사이에 이해가 상충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긴장감이 조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지역 침략에 대한 군사적 억제력을 유지하려는 외교부와 중국과 무역을 하기 원하는 재계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호주 정부의 조심스러운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 미 대선에서 조 바이든의 승리 시기와 맞물린다. 

모리슨 총리는 지난 18일 최근 호주가 양국의 군사 기지를 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위조약을 일본과 체결한 것이 중국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필립 로우 호주중앙은행(RBA) 총재도 25일 호주가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견고한 관계를 유지해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로우 총재는 " 호주산 자원 수입으로 중국은 이득을 봤고 호주는 중국산  제조업 수입으로 이득을 봤다."며 "중국과의 견고한 관계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양국에 상호적으로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조쉬 프라이든버그 재무장관은 “호주는 중국 정부와 상호 존중과 이익에 기반한 대화에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호주 정부가 안보 및 군사적 문제와 경제적 문제를 분리하려 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그러나 프라이든버그 장관은 어떠한 대화에서도 호주의 국가적인 이익이 양보될 수 없다고 말했다. 외교부도 중국 대사관이 유출한 문건에 적시된 14개 항목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외교부는 의회의 발언과 언론의 보도 내용에 대한 중국 측의 지적에 대해 “호주는 자유 언론과 의회 민주주의를 가진 자유 민주주의 사회다. 선출된 의원들과 언론은 자신들의 견해를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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