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슨 종전 주장 반복하며 ‘변화 요구’ 거부

14명의 태평양 도서국 지도자들이 공개 서한을 통해 호주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기후대책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호주 정부를 향해 태평양 도서 국가 전현직 지도자들이 한목소리로 비난하고 나섰다.

태평양 도서국의 전직 대통령과 총리, 외교장관, 추기경 등 14명의 전현직 지도자들은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에게 공개서한을 통해 “선진국인 호주가 기후변화에 후진국보다 더 못한 수준으로 대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재차 직격탄을 날렸다. 이들은 모리슨 총리에게 2050년 ‘넷제로(탄소중립)’를 선언하고 교토의정서 배출감축 목표의 이월 공제를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모리슨 정부를 비난한 공개 서한에는 아노테 통(Anote Tong) 전 키리바시(Kiribati) 대통령, 에넬레 소포아가(Enele Sopoaga) 전 투발루(Tuvalu) 총리, 힐다 하이네 Hilda Heine 전 마샬 제도(Marshall Islands) 대통령, 랄프 리젠바누 (Ralph Regenvanu) 바누아투(Vanuatu) 전 야당 지도자, 파푸아뉴니기(PNG)의 수도 포트 모레스비의 가톨릭 대주교인 존 리바트 추기경(Cardinal Sir John Ribat) 등이 참여했다.

호주는 2030년까지 2005년 수준에서 최소 25%선을 감축하겠다는  종전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호주는 파리기후협약 이전 체제인 교토의정서의 감축목표 초과 달성(4억1100만 메가톤)을 파리기후협약 달성 목표에 이월할 것이라고 발표한 유일한 나라다.

호주는 기후변화 대응에서 태평양 도서국들과 계속 갈등을 빚어왔다. 이 국가들은 기온 상승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의 일부가 바다물에 잠기는 등 글로벌 기후변화로 직접 피해를 당하는 나라들이다. 과거 호주의 노동당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책을 마련한 반면 탄소 배출의 주범인 석탄과 전력 산업의 지원을 받는 자유-국민 연립 집권당의 기후변화 정책은 국내외에서 큰 비난을 받고 있지만 미온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태평양도서국포럼(Pacific Islands Forum, PIF)에서 프랭크 바이니마라마(Frank Bainimarama) 피지 총리는 “호주는 고집불통이며  예의도 없다”고 원색적으로 호주를 성토했다.

해수면 상승으로 바다물에 잠긴 키리바티의 마을들

그러나 모리슨 총리는 “호주는 기후 보호 목표치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나가고 있으며 오히려 초과 달성하고 있다”고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이어 “태평양 지역의 경제 및 사회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3억달러 규모의 코로나-19 대응 프로그램을 설정했으며, 기타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이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돕기위해 세계 백신 개발 및 배포 프로젝트 '코백스'(Covax)에 8천만 달러를 약속하는 등 태평양 네트워크를 위한 노력 및 환경보전에 앞장서고 있다”고 해외원조를 강조하면서 기후변화 요구를 퇴색시키는데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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