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 센슈어스에 장착된 1.6 터보 가솔린 엔진. 워즈오토에서 선정한 ‘2020 세계 10대 엔진 & 동력 시스템’에 뽑히기도 했다.(사진=현대자동차)

국제 유가가 올랐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마침 계기판을 보니 기름도 바닥입니다. 분명 전기차의 시대가 온댔는데, 현실은 기름값에 한숨만 늘어갑니다. 내 차는 기름 없이 앞으로 가질 못하고, 주변에서도 전기차 타는 사람은 손에 꼽으니 말입니다. 아마 자동차가 기름으로 달린다는 공식은 향후 몇 년간 유효할 것 같습니다. 자동차에 쓰이는 기름으로는 휘발유와 경유가 대표적입니다. 가솔린엔진(이하 가솔린)엔 휘발유가, 디젤엔진(이하 디젤)엔 경유가 사용됩니다. 그럼 나한텐 어떤 엔진이 어울릴까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주행거리로 고르는 것입니다. 보통 자신이 연 2만km(약 12,400mi)를 기준으로 그 이상 주행하면 디젤, 이하는 가솔린이 적합합니다. 이는 연비의 영향 때문입니다. 디젤은 연비가 가솔린보다 약 40% 좋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차량 사용이 잦거나 주행거리가 긴 운전자들은 디젤로 유류비 부담을 낮출 수 있습니다. 보통 부품 수가 많아 차량 가격이 비싼 디젤이지만, 기름값을 아끼면 찻값 걱정은 금세 사라집니다.

주행 습관에 따라 고르는 방법도 있습니다. 가솔린과 디젤은 사용하는 RPM(revolutions per minute, 분당 엔진 회전수)의 범위가 다릅니다. RPM을 높여 고속주행을 즐긴다면 가솔린, 빨리 달릴 일이 적다면 디젤이 낫습니다. 가솔린 차량의 RPM 게이지는 7~8천 회까지 표시되어있으나, 디젤 차량은 5~6천 회에서 그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디젤 차량이 안 좋다는 것이 아닙니다. 디젤은 엔진을 과하게 돌리지 않고도 출력을 낼 수 있습니다. 출발할 때 큰 힘이 필요한 차들과 함께 진가를 발휘하죠. 트럭이나 버스 등 대형 차량에 디젤이 많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프랑스 브랜드 푸조의 SUV 2008. 디젤엔진을 장착해 공인연비 17.1km/l(약 40mi/g)를 낸다.(사진=푸조)

소음에 예민하다면 가솔린이 적합하겠습니다. 디젤은 힘이 좋은 대신 가솔린에 비해 소음과 진동이 큽니다. 압축된 공기와 연료를 폭발시켜 힘을 얻기 때문인데요. 압축 없이 점화 플러그로 연료를 폭발시키는 가솔린은 디젤보다 정숙할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은 기술의 발전 덕에 디젤 차량도 꽤 조용해졌습니다. 최근 시승한 신차 중엔 디젤인지 가솔린인지 헷갈리는 차도 더러 있었을 정도입니다.

엔진의 차이는 이 정도로 하고, 유가 얘기를 해봅시다. 휘발유와 경유는 가격에서도 차이를 보입니다. 특히 나라마다 값이 다릅니다. OECD 회원국 중에서도 호주, 미국, 영국, 스웨덴 등은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보다 높습니다. 이유는 단연 환경 문제 때문입니다. 디젤은 환경에 취약합니다. 디젤엔진은 휘발유 엔진보다 불완전 연소가 자주 일어나는데, 어쩔 수 없이 질소산화물(NOx)과 이산화탄소(CO2) 등 환경에 유해한 물질을 더 많이 배출하게 되죠. 위 국가들은 국민에게 환경부담을 지우고, 최종적으로는 디젤 차량을 줄이기 위해 경유 가격이 더 높은 것입니다.

반대로 한국에선 경유 가격이 더 저렴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경유에 붙는 세금이 휘발유보다 덜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디젤엔진은 주로 큰 힘이 필요한 버스나 트럭에 장착됩니다. 이런 차들은 한 국가의 물류와 운송을 책임지는 동맥 역할을 하며, 유류 소비량도 많은 편입니다. 경윳값이 비싸지면 산업 근간이 어려워지고 국민 생활이 불편해질 수 있죠. 그런 이유로 한국 정부는 예전부터 경유 가격을 싸게 책정했고, 지금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가솔린과 디젤은 둘 중 하나가 특별히 좋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저 내게 어울리는 엔진을 고르는 게 정답입니다. 길게 쓰긴 했지만 자동차는 모름지기 ‘탈 것’입니다. 머릿속으로는 알아도 실제 탔을 때 느낌은 다를 수 있습니다. 가까운 전시장에 들러 꼭 시승해보고 고르는 게 나와 어울리는 엔진을 선택하는 방법입니다. 전기차의 시대가 곧 온다지만, 내연기관의 해는 아직 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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