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오스트레일리아 데이는 하나의 관점” 주장 

1월 26일 오스트레일리아 데이는 호주 원주민 입장에서 ‘침략’이 시작된 날로 기억되며 경축을 항의하는 시위가 매년 열린다

호주 공영방송 ABC가 1월 26일 ‘오스트레일리아 데이(호주의 날)’ 행사 안내 기사 제목에 원주민들이 주장하는 ‘침략의 날(Invasion Day)’ 타이틀을 병기해 논란이 일자 해당 문구를 삭제했다.

문제의 헤드라인은 1월 24일 ABC 온라인판 기사로 게재된 ‘호주의 날/침략의 날 2021 행사 가이드 - 시드니, 멜번, 캔버라, 애들레이드, 호바트, 그리고 다윈”이라는 기사였다.

방송을 주관하는 폴 플레처 연방 통신장관은 25일 성명을 통해 “ABC의 온라인 기사는 오스트레일리아 데이에 대한 부정확한 표현이다. ABC는 분명히 잘못 알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그의 비난 요지는 ‘오스트레일리아 데이’라는 용어를 ‘침략의 날’이라는 용어와 동등한 지위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플레처 장관은 “오스트레일리아 데이의 명칭은 잘 이해되고 지지받고 있다. ABC가 다른 제안을 하는 것, 곧 어떤 면에서 침략의 날과 오스트레일리아 데이가 교환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라며 ABC에 해당 기사를 수정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ABC는 25일 홈페이지에 “ABC의 정책은 항상 그랬왔듯이 오스트레일리아 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ABC는 “일부 잘못된 보고”에 대해 “편집 지침에 따르면, 다른 용어들은 특정 상황에서 적절한 때에 사용될 수 있다. 이는 그 용어들이 서로 교환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ABC는 1월 26일을 가리키는 공식적 용어가 주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NSW에서는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남호주에서는 ‘1월 26일’, 서호주와 타즈마니아는 ‘오스트레일리아 데이(1월 26일)’이다. 

ACT, 퀸즐랜드주, 노던테리토리준주, 빅토리아주는 “1월 26일(오스트레일리아 데이)’다.

특히 ABC는 “맥쿼리 사전과 호주 옥스퍼드 사전(Australian Concise Oxford dictionaries) 모두 ‘생존의 날’과 ‘침략의 날’을 오스트레일리아 데이와 동의어로 나열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에 따라 ABC는 용례의 다양성과 상이한 관점을 고려해 한 가지 용어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스트레일리아 데이라는 용어도 하나의 관점이라는 주장이다.

원주민 출신인 린다 버니(Linda Burney) 연방 야당 원주민 담당 의원은 ABC를 지지했다. 그는 채널7 네트워크와 대담에서 “ABC가 증명했듯이 더 많은 호주인들이 이 날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ABC는 해당 기사의 제목을 “많은 사람들에게 논쟁적인 오스트레일리아 데이. 1월 26일에 열리는 행사”로 변경했다.

플레처 장관은 이를 ‘합리적인 결과(sensible outcome)’라고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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