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세 청년 도미닉 무어 맨발로 시작.. 생식∙노숙으로 버텨 
“낯선 이들의 친절 가장 큰 힘 돼” 고마움 인사

한 멜번 남성이 74일동안 멜번에서 브리즈번까지 걷는 대장정(약 2,500km)을 펼쳐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작년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깬 도미닉 무어(27). 멜번에서 브리즈번까지 걸어가는 꿈을 꾸었다. 그리고 그는 그 자리에서 즉시 ‘어디 한번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로부터 6주 후인 11월 26일 도미닉은 배낭 하나 달랑 메고 길을 나섰다.

일체의 경비 없이 시작한 ‘무전여행’이었다. 처음엔 맨발로 도전했다. 그러나 300km를 지나 온전히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발바닥에 물집이 잡혀 치료를 위해 어쩔 수 없이 12일간 모텔 신세를 졌다. 운동화도 사 신었다. 그리고 럭셔리 생활은 그걸로 끝이었다. 남은 기간에는 방수포 한 장과 침낭에만 의존해 잠을 잤다.

하루 여정은 오전 5시에 시작됐다. 2~3시간 간격으로 쉬어가며 자정이 될 때까지 걷고 또 걸었다. 음식은 주유소 미트파이와 소세지롤 외 최대한 간편한 생식단을 선호했다. 생감자, 생브로콜리 등 대부분 생으로 먹었다. 

아무 동기 없이 무작정 걸은 것은 아니었다. 평소 호주 원주민 문화와 자연, 땅에 대한 열정이 컸던 그는 ‘원주민 마라톤 재단’(Indigenous Marathon Foundation)을 위한 기금조성을 계획했다.

도미닉은 그의 여정에서 가장 큰 힘을 준 것은 사람들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친절한 이들을 많이 만났다”며 “특히 빅토리아 골든 비치(Golden Beach)에 도착했을 땐 이미 나를 위한 만찬이 마련돼있었다. 15명 남짓의 주민이 내 소식을 미리 알고 준비해준 것이었다. 지역 주민들이 기부금도 모아주었다”고 말했다. 

목표 모금액은 1만 달러였다. 그러나 눈앞에 놓인 생존의 현실로 인해 모금행사 및 SNS 홍보가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그저 매일 살아남는 데 집중해야 했다. 다른 생각할 기운조차 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대장정을 통해 약 3천 달러를 모금했다. 목표액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언젠간 달성할 수 있기를 바랬다.

멜번 플린더스 스트리스 역(Flinders Street Station)에서 브리즈번 사우스 뱅크(South Bank)까지 74일이 걸렸다. 마라톤 경기 56회를 뛴 것과 맘먹는 거리였다. 11일 오후 브리즈번에 도착한 그는 “내일부터는 닥치는 대로 뭐든 먹을 거다. 푹신한 침대에서 자고 아침엔 늦잠을 잘 것”이라고 소박한 소감을 전했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