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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지평 ‘시’] 밥힘
한호일보 | 승인 2021.02.18 14:48

밥힘

박기현

겨울은 오고 있어
삶은 대체로 모호하지
발 밑을 구르던 행성이 제자리로 돌아와 며칠을 울고
빗물 젖은 저녁을 새들은 걸어 잠궈
창문마다 바람의 간격을 두었지
그리운 것들을 부르기엔 호흡은 너무 짧아
슬픔의 크기만큼 가슴이 조율되면 좋겠어

그러면 뒷마당 잡초를 뽑는 일이 수월할 텐데
뿌리를 따라 엄마 손이 자꾸 올라
일당 오 천원 비닐하우스 상추 물 든 손으로
호주를 가겠다는 아들에게 밥상을 내주고
베란다에 앉아 담배를 태우는 엄마

밥때 놓치지 마라
그래놓고는 언제 한 번  배 따시게 드시긴 하셨나
엄마의 등이 땅속으로 꺼져가고 있어

사람없는 골목은 바람보다 빨리 저물지
별의 그림자를 본 적 있어
겨울바람이 갉아 먹은 숨소리로 부르는 이름
자음과 모음은 바다에 표류하고
폐선을 안고 귀환하는 밤

별의 그림자에 숨어
밥물을 맞추고 찌개를 끓였어
지구보다 무거운 숟가락을 들어
아직 남은 엄마의 온기를 먹겠어

겨울은 오고 있어

  
박기현 시인
캥거루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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