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짱이 

정예지

헛것들만 먹고 사는구나 

구(句)와 절(節) 터질 때면 
입 터질 듯 욱여놓고
뜬구름 하나 휘이 저어 마시고
돈 안 되는 소리 구워 썰어 먹고  
코웃음 쳐진 과자 봉지 탈탈탈
신맛 나는 현실 역류해
쓰린 낭만 부여잡는다 
  
쓰레기통에서 꺼낸 감정들 빚어
끄적거리던 만년필과 한잔 걸치면
허기가 배짱이 된다
고개 들어 하늘 젖힌 소절 
너희가 알 리가 없지

헛배 부른 베짱이
초록 낙서 가득한
죽은 가죽 태우니
시인 연기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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