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과 격리된 ‘코쿤족’ 늘지만 
공동체의식도 커져 
“삶의 의미 재점검 시기”

멜번 세인트 킬다지역 해변가에 위치한 ‘베지 아웃 커뮤니티 가든)’

지난 9개월 동안 호주인들의 생활 패턴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다. 이 연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하나의 삶 방식으로 참고할 수 있다.  

타티아나 타라소바(Tatiana Tarasova)는 멜번 세인트 킬다(St. Kilda) 지역 해변가에 위치한 ‘베지 아웃 커뮤니티 가든(Veg Out Community Gardens)’에서 10년간 정원을 꾸몄다. 
그는 “정원 가꾸기는 나의 삶의 일부이며 좋아하는 일이지만 특별히 코로나 기간동안 편안함을 가져다 주었고 공동체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줬다”라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남은 음식을 가져오기 시작했고 가든에 더욱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인근 주민들은 퇴비에 보태기 위해 음식물 찌꺼기를 모으기 시작했고 공동체 의식도 커져갔다. 

멜번에서 거주 중인 예술가 크리스틴 버햄은 황량한 시간을 의미있게 사용하기 위해사진설명집 주변에 더 많은 꽃을 심기 시작했다.

지역 주민들은 록다운으로 인한 이동 제한 조치로 생활권에 많은 제한이 생기면서 가정과 지역사회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됐다. 작은 일이지만 함께 나누며 지역사회에 참여하고자하는 의식이 커진 것. 
이러한 문화사회적 현상은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찾아온 변화지만 백신 접종 공급으로 잠잠해 지더라도 생활패턴에 계속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월 첫번째 록다운조치가 취해졌을 때, 컨설턴시회사  피프티파이브5(Fiftyfive5)의 연구원들은 호주인들의 감정과 행동 패턴을 파악하기 위한 9개월간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연구원들은 2020년 3월부터 2021년 1월까지 매일 전국 200여명과 대화를 나누며 3만 8천여건의 온라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설문조사에서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집에 가까이 머물고 싶어하는 일명 ‘코쿤족’ 성향을 띠었는데 이는 재택근무 조치 때문이 아니라 불확실한 시기에 안정감을 느끼기 위함이다. 

코쿤(cocoon)은 누에고치를 뜻하는 영어 단어로 외부 세상과 분리해 자신만의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일컬어 '코쿤족'이라고 한다.

Fiftyfive5의 대표이자 이번 설문조사의 리더인 미셀 뉴튼(Michelle Newton)은 “이러한 패턴의 변화는 긍정적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3월과 9월 사이 응답자의 37%가 코로나 기간 동안 집안에 정원을 꾸몄다고 답변했다. 요리하는 사람은 42% 증가했고, 과자 등을 만드는 베이킹을 하는 사람은 32% 늘었다. 

“삶의 의미와 가정의 소중함 등 진정한 가치에 집중했고 빠르게 변화는 시간 속에서 속도를 늦추고 뒤돌아 보는 반성의 시간이 됐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등의 긍정적인 변화를 마주하기도 했다.” 

또한, 해외 제품보다는 호주 국내 생산 제품, 더 나아가 지역사회 제품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구매가 이어졌으며 이러한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불안전한 현상 속에서 자급자족을 하고자 하는 성향이 짙어 지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멜번에서 식품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마크 라코스테(Marc Lacoste)는 상품의 품질이 보장되고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지역 농산물에 초점을 맞춰서 운영하고 있으며 코로나 기간동안 지역사회의 더 큰 관심을 받았다.

“지역주민들이 필요한 물품에 대해서 더욱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직원들과 고객 사이의 관계도 더욱 좋아졌다. 또한, 새롭게 시도한 밀가루 반죽으로 판매는 엄청나게 늘기도 했다. 반면 그동안 붐볐던 멜번 CBD는 사람의 발길이 멈춘 듯 고요했다. CBD에 위치한 대형마켓도 현저히 매출이 줄었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은 호주 기업들이 상당히 발빠르게 생활의 변화에 맞춰 기업문화를 바꿔나간다는 점이다. 

뉴튼은 “비즈니스는 빠르게 발전했고 소비자들 역시 매우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쇼핑으로 옮겨간지 얼마 안됐지만 코로나는 그 속도를 가속화시켰고 소비자들은 금방 익숙해졌다. 또한, 재택근무를 위해 도움이 되는 용품이나 툴 사용도 빠르게 찾아나갔다”고 설명했다.

정원 가꾸는 일을 하는 타티아나 타라소바는 코로나로 인해 공동체 의식이 커졌다고 말한다.

설문 응답자들의 절반 가량은 코로나가 반성할 시간을 주었다고 답변했다. 59%는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더 깊이 생각할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뉴튼은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 및 명상 앱을 다운로드하고 있다. 웰빙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했다. 사람들은 우선적이어야 할 공동체가 지역사회와 가정으로 더 집중되어졌다”고 말했다. 

멜번에서 거주 중인 예술가 크리스틴 버햄(Kristin Burgham)도 황량한 시간을 의미있게 사용하기 위해 집 주변에 더 많은 꽃을 심기 시작했다
 “이웃들이 지나갈때마다 보는 예쁜 꽃들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많이 받았다. 정원을 가꾸면서 이웃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길을따라 싹이 돋아난 길 잃은 묘목을 파내 작은 상자에 담아 이웃에 나눠주기로 했다. 잡초처럼 버려진 묘목에 새생명을 주었고 이웃과 나누니 기쁨은 배가 됐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어 빠르게 소진됐고, 사람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에 감사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도 손 세정제 사용과 일정한 사회적 거리유지, 요양원 등지에서 플라스틱 스크린(칸막이)을 통한 대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한 상황의 어려움 속에서 삶의 가치와 의미를 재점검하고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기임은 분명하다.  

코로나로 변한 생활패턴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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