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된 의료서비스로 ‘스트레스’ 가중 
가족 등 주변 ‘축하 기회’ 박탈
산후 우울증 사례도

빅토리아에 거주하는 티프 월쉬와 그의 두번째 아기 테디

첫 코로나 환자가 보고된 지 벌써 1년 3개월이 지났다. 록다운으로 세상이 잠시 멈춰 버린 것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새생명의 탄생으로 사회에 활력을 주고 있다.

2020년 코로나 베이비들이 태어난 환경은 이전과는 달랐다. 전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퍼지고 일상 활동의 제약을 받으면서 출산을 앞둔 산모들의 환경도 달라졌다. 

국경이 폐쇄돼 부모나 가족이 있는 출신국에서 출산을 원했던 산모들은 이를 포기해야 했다.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병원에 입원하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또한 급변하는 환경으로 인해 재정적인 상황 등 갑작스럽게 생긴 여러가지 문제로 임신을 마냥 축하할 수 없는 가정도 늘었다. 

서호주 커틴 대학(Curtin University)이 세계 최초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출산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코로나로 인한 의료시스템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스트레스였다. 

애들레이드에 거주하는 모스(Moss) 가족은 코로나가 다가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쌍둥이 주드(Jude)와 매브(Maeve)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내인 에이미 모스는 “쌍둥이들은 예정일보다 5주전 태어나 합병증을 겪었고 소아과병원의 특수 치료실에서 장기 치료를 받았다. 당시 나 혼자만 병원을 방문할 수 있도록 허가됐다. 남편 팀조차 코로나 규정 때문에 아이들을 볼 수 없었다. 1명의 방문자만 허락됐기 때문이다. 모유 수유를 해야했기 때문에 엄마인 나만 병원 출입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인해 병원 방문이 제한되면서 남편 팀 모스는 학수고대했던 첫 목욕과 옷 입혀주고 재워주는 등 기억에 남을 첫 순간들을 놓쳤다. 

팀은 “아내가 혼자 두 아이의 병원 문제부터 육아 부분을 다 감당해야했기 때문에 매우 힘든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애들레이드에 거주하는 모스(Moss) 부부와 쌍둥이 주드와 매브

모스 부부는 “코로나 상황으로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철저한 의료 시스템에 감사했다. 엄격한 규칙과 규제 덕분에 코로나로부터 안전하게 신생아들이 의료 서비스를 받게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빅토리아에 거주하는 티프와 팀 월쉬 부부(Tiff and Tim Walsh) 부부는 코로나로 인해 끔찍한 출산 과정을 겪었다. 
그들의 두번째 아기인 테디의 출산 시기는 빅토리아주가 주전역을 록다운했던 규제가 심했던 때였다. 

제왕절개 분만후 24시간이상 아기를 보지 못했고 그 후 몇 달동안 록다운으로 인해 갇혀 지내다시피 지냈다. 

테디가 태어난 뒤 가족도 친구도 만날 수 없었고 대부분 지원 프로그램으로부터 단절됐다. 아내인 티프 월쉬는 모유 수유 과정에서 두번 감염 증세가 있었지만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했다. 

병원으로부터 수유 전문가와 상담 일정을 잡아준다고 연락이 왔는데  전화 통화로만 상담이 가능했다. 

티프 월쉬는 “모유하는 자세에 문제가 있는지, 아이의 현 상태가 모유에 적절하지 않는지 등을 어떻게 전화로만 상담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또 어렵게 산모 보건 간호사(maternal child health nurse)가 집을 방문할 때는 나는 다른 방에 있어야만 했다. 아이의 컨디션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인한 록다운 상황에서 출산은 정신 건강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다. 
티프 월쉬는 “출산 이후의 끔찍한 경험은 우울증을 겪게 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 기간 중 출산 경험은 부모에게 높은 수준의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갖게 했다. 

설문조사의 수석 연구원인 조 브래드필드(Zoe Bradfield) 박사는 “약 5천명이 설문조사에 응답했고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로 인해 극심한 불안감을 느꼈다고 답변했다. 특히 축하를 받고 사랑을 받아야 할 출산임에도 가족이나 친구와도 단절된 생활을 해야하며 외로운 시간을 견뎌야 할 뿐만 아니라 출산 서비스 등의 방식도 달려져 제대로 된 케어를 받지 못하는게 가장 큰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코로나로 인해 불안감을 느낀적이 있는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그는 “출산에 대해 자율성을 박탈당하고 제한을 받는 것부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어디서, 언제, 어떻게 아이를 맞이할지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 갖는 압박감과 충격이 클 수 있다. 
설문에 참여한 여성의 1/3은 코로나로 인해 임신 계획을 변경했다.  1/3은 코로나 상황 속에서 힘겹게 아이를 출산했으며 그중 70%는 태아를 위한 준비과정과 출산에 대한 교육과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이 연구에 참여한 한 산파는 “가정폭력을 당하는 여성의 경우, 코로나상황에 더 취약하며 영어 이외의 언어를 사용해 온라인 및 전화 등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로 합병증의 위험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브래드필드 박사는 “아기들이 아플 경우 원활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모들이 갖는 슬픔과 좌절이 매우 크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가장 축복받아야 하는 출산에 대해 좋은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좀 더 체계적인 출산서비스제도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