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딸 소피의 감동 스토리
세계 화제 모은 발레 무용수 커플 호주 이민
리 쿤신 퀸즐랜드발레단 음악감독 활동
발레 포기했던 어머니 메리도 공연 준비  

소피 리(Sophie Li)는 음악과 함께 숭고한 아름다움의 예술이 가득한 가정 속에서 자라났다. 음악은 그녀의 부모인 리 쿤신(Li Cunxin)과 메리 맥켄드리(Mary McKendry)의 삶의 일부였고 소피의 삶 속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하지만 운명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아버지 리 쿤신은 영화 ‘마오의 라스트 댄서(Mao's Last Dancer)’의 실제 주인공으로 현재 호주 퀸즐랜드발데단(Queensland Ballet)의 예술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머니 메리 맥켄드리도 유명 발레리나였고 부모는 미국 휴스턴 발레단(Houston Ballet)의 남녀 수석 무용수로 활동했고 결혼했다. 리-맥켄드리 가족은 미국에서 활동을 하다가 호주로 이민을 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발레 무용수 부부의 딸 소피는 “부모가 보여준 발레 공연은 위대한 작곡자들이 작곡한 음악 위에 초월적인 육체적 표현이었다. 나의 삶에서 예술은 유산과도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가난한 시골 소년에서 세계적인 발레리노로 성공한 리 쿤신의 스토리는 그의 자서전 <마오의 라스트 댄서>와 영화 및 많은 공연을 통해 세계적으로 감동을 선사했다.
리-메리 커플은 1987년 휴스턴에서 결혼했고 2년 후 소피가 태어났다. 메리는 “그 어떤 예술보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을 만났다고 느꼈다”라고 출산 후 처음 소피를 안아봤을 당시를 회고했다. 

미국 휴스턴 발레단의 남녀 수석 무용수로 활동했던 당시

하지만 소피가 17개월되면서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음악이 멈춰버렸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을 하기 위해 호주를 방문했을 때  공원에서 선물받은 빨간 풍선이 엄청난 폭음과 함께 터져버려 모두가 놀란 상황 속에서 소피는 미동조차 없었다. 

리 쿤신은 “반응이 없는 사람은 소피뿐이었다. 소피의 무반응에 마치 심장이 떨어져 나가는 듯 했다”고 말했다. 

휴스턴으로 돌아온 뒤 소피는 심각한 청각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부모는 치료법이 없다는 진단을 믿으려하지 않았다. 중국 최고의 침술사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중국으로 소피를 데려가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리와 메리는 수화를 가르치기보다는 보청기를 맞추라는 의학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첫 마디 말을 뱉을 수 있도록 교육에 전념하기로 했다. 수화를 먼저 가르치면 말을 아예 하지않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딸에게 온전히 집중하기 위해 메리는 발레를 멈추기로 결정했다. 전세계에서 공연 초청 러브콜이 왔지만 포기했다. 

소피는 4살 때 달팽이관 이식 수술을 받았는데 4년동안 제대로 듣지 못했다. 이상한 소리들로 고통이 시작됐을 뿐이었다. 

발레를 포기했던 어머니 메리도 공연 준비에 한창이다

소피는 “처음엔 힘들었지만 지속적인 언어치료와 훈련을 통해 소리에 익숙해져 갔다. 자라면서 엄마와는 애증의 관계였다. 과정이 너무 힘들었고 친구들의 관계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부모의 끝없는 믿음과 사랑으로 지금의 나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두번째 달팽이관 이식 수술로 언어능력이 많이 향상되었고, 공부에 소질이 있었던 그는 좋은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했다. 

사회에 나와서는 학창시절보다 더 끔찍했다. 첫 취업 면접은 청각 장애인이라고 거절당했고 첫 직장은 장애인 시설이 따로 없다보니 바쁜 사무실에서 언제나 동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람이 되어갔다. 잘 안들리기도 했고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했다. 사회적 도태는 우울증으로 돌아왔다. 

2012년 7월 리 쿤신은 퀸즐랜드 발레단의 예술감독이 됐고 브리즈번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소피와 남동생 톰은 멜번에 머물렀다. 소피에게  처음으로 부모 손을 떠나 삶을 개척해 나가야 하는 시기가 찾아왔다. 

여전히 상실감과 싸우고 있을 때 청각장애 청소년을 위한 자선 단체인 ‘Hear For You’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삶이 변화됐다. 그는 수화를 배우기 시작했고 억지로 들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대화할 수 있었고 전혀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들을 돕는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수화가 편해지고 청각장애인들과 지내는 시간이 좋다 보니 자연스레 가족과 말로 대화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가족간의 갈등도 많았다.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발레 무용수 커플의 청각장애인 딸 소피의 이야기가 감동을 전하고 있다.

“딸이 말을 할 수 있게하기 위해 발레의 삶을 포기했는데 수화를 시작하면서 말을 하지 않으려는 딸이 원망스럽기도 했다”고 메리는 회고했다. 

가족들은 갈등과 원망을 키워나가기 보다 서로를 이해하기는 방향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가족들은 수화를 배웠고 소피는 조금씩이라도 말로 대화해 나가려 했다. 

메리는 잊고 지냈던 발레의 추억을 다시 꺼냈다. 2013년부터 퀸즐랜드 발레단의 교사이자 코치로 일을 시작했다. 

딸에게 말을 가르치기 위해 무대를 떠난지 29년이 지난 지금 퀸즌랜드 발레단 공연 무대에도 설 예정이며, 자서전 ‘메리의 마지막 춤 (Mary's Last Dance)’을 출간했다. 

소피는 현재 디지털 라이프 스타일 가이드 ‘The Urban List’에서 프로젝트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나의 삶의 여행은 때때로 힘들었지만 가족의 사랑이 서로 성장해 나가며 이 모든 변화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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