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
엽세요 잘 있나
네
잘 있음 됐다 끊자 뚝
뚜뚜뚜
이제
알았습니다
서울 촌년이 인제야 쪼매 알 것 같슴더
쪼이지도 않던 넥타이
연신 바닥까지 풀어대던 경상도 사나이에게
머시 그리 중헌지를
뭣이 당신을 환하게 하였는지
무엇이 철렁이게 하였는지를
서투른 즛가락질
백점짜리 종잇장
당신 똑 닮은 미소
넘어져 까진 무르팍
걸핏하면 흘리는 내 눈물에
슬퍼서 한 잔
기뻐서 한 병이었지요
달이 길던 금요일 저녁이면
술 취한 시장통 닭 한 마리 되어
바싹 튀겨진 채
현관에 비틀비틀 발자국 남기기도 전
자식 같은 토끼들은 낼름낼름 킁킁대다
다리 살 잽싸게 베어 물고 방으로 들어가고
굳은살 박힌 구두 벗지도 못한 채 주저앉아
먹고 있는 모습만 멍하니 바라보셨지요
잠들고 나서야 이마에 와 닿아
까끌거렸던 수염은 조용해졌고
벽력 같던 구두도 바래졌습니다
근데 아부지요
당신 허리 밟고 걸어온 세월 출렁대니
소주병이 찡한데
어찌 그런지 또 모르겠습니다
정예지 시드니 동그라미 문학회 대표
한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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