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생명 기원’ 인문학적 접근 
“지구 미래 함께 고민하자” 취지로 집필 
“아내 이마리 작가는 아이디어 교환하는 동지 관계” 

NSW에 거주하는 해양지질학자 김대철 박사(전 부경대 교수)가 ‘나, 박테리아야’라는 제목의 어린이 해양과학 동화를 최근 출간했다. 가장 오래된(35억년 전) 생물 화석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를 주인공으로 지구와 바다 이야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비밀스럽고 가슴뛰는 해저 탐험 판타지를 담았다.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쉽게 해양과학에 접근할 수 있도록 바다를 사실적으로 그려냄과 동시에 흡입력 있는 상상력으로 ‘과학 동화’의 매력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다음은 김대철 박사와 일문일답.

Q: 『나, 박테리아야』 독자들을 위해서 인사 겸 필자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NSW 센트럴코스트에 살고 있는 김대철입니다. 지난 33년간 부산의 부경대학교에서 교직생활을 했으며, 몇 년 전 은퇴를 하고 현재는 호주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서울대 해양학과에서 학•석사, 미국 하와이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평생을 해양학자로 살았습니다. 그간 학자로서 전공관련 서적이나 논문을 출판했는데 이번에 용기를 내서 해양과학 동화를 출간했습니다.

Q: 해양과학 판타지 『나, 박테리아야』 를 집필한 동기는?

“궁극적으로 이 책을 동화 형식으로 쓴 이유는 어린이 독자들을 위한 것도 있지만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자연과학적 내용을 일반인들도 쉽게 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나, 박테리아야』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방문하는 심해 해저화산에 발달한 생태계는 다큐멘터리에도 자주 나와서 많이들 보셨겠지만 일반인들은 왜 그런지 잘 이해가 가지 않지요.
하지만 이 심해 생태계의 발견은 지구 생명의 기원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 놓은 엄청난 사건이었습니다. 책 속에서는 주인공인 시아(시아노박테리아)가 이곳을 방문하고서 자신의 조상이 지구 최초의 생명으로 알고 있었던 생각이 흔들리게 되지요.
물론, 생명의 기원에 대한 과학적인 논쟁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이 책을 읽는 분들이 재미있고 쉽게 답을 찾아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Q: 해양과학자 배경의 동화 작가로서 특별한 ‘브레인스토밍’ 기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자연과학자이다 보니 순수한 픽션을 만드는 게 어렵습니다. 이 책도 그렇지만 과학적인 팩트가 밑바탕이 되어야 그 다음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되는데 너무 그러면 독자들이 재미없어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럴 때마다 내 글의 주인공이 되어 그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 주인공이 비록 박테리아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Q: 요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팬데믹 상황인데 독자들이 어떤 관점으로 이 책을 읽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요?

“이 책에는 몇 가지 키워드가 나옵니다. 그 키워드를 중점으로 책을 읽어 내려가면 좋은 가이드가 될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 제가 가장 중요시한 것은 ‘공생(共生, symbiosis)’입니다. 우리가 공생하면 ‘악어와 악어새’ 같은 것을 떠올리는데 여기서 소개하는 공생은 서로가 생존을 위해 꼭 필요로 하는, 말 그대로 공생입니다.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박테리아가 없었으면 오늘의 지구도 없었을 것이고 인간이 지금처럼 계속 지구환경을 파괴하면 결국 멸망이 아닌 멸종의 길로 가게 될 것이라는 점을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즉 인간은 자연과 공생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이러한 키워드를 인지하고 책을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Q: 2016년 『동화 태평양 구석구석 해저탐험』을 출간했고 2년 전 한호일보가 주최한 ‘인문학 콘서트’에서 ‘생명의 기원’에 대한 강연을 했습니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접목시켜서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내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일을 시작하게 됐나요?

“칼 세이건(Carl Sagan, 미국 천체물리학자 겸 작가)의 명저 『코스모스(COSMOS)』가 출간된 이래, 우주와 생명의 기원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아졌습니다. 거대한 우주의 비밀이 하나둘씩 벗겨져 나가는 중인데 정작 우리가 사는 지구의 깊숙한 바닷속은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습니다. 바다에서 생명이 시작된 것은 거의 확실하지만 어떻게 생명이 생겨났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이지요. 몇 가지 가설이 있기는 하지만 화석 등의 과학적인 증거가 더 필요한 상태입니다. 

칼 세이건도 그랬지만 우주와 생명의 기원을 추적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철학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자연과학과 인문학은 궁극적으로 서로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전작인 『동화 태평양 구석구석 해저탐험』이 학생들에게 바다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이 작품(『나 박테리아야!』)은 조금 더 인문학적인 접근으로 지구 생명의 기원을 전달하고, 환경파괴로 무너져가는 지구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보고자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Q: 배우자 ‘이마리’ 작가도 여러 어린이 소설 출간으로 동포 독자들에게알려진 분입니다. 부부 작가로서 어떤 도움을 주고 받으시는지..

“이마리 작가는 저에게 글을 쓰게 하는 자극을 많이 주었습니다. 자연과학적인 지식을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들과 나누는 것이 좋지 않을까하는 압력을 많이 넣었었지요. 대학교수의 본래 임무는 강의와 연구이지만 가끔 일반인들을 위한 강연도 했던 기억을 살려 제가 일반인들을 위한 글을 쓰게 하는 용기를 내게 해 주었습니다. 서로의 글에 대해 비평이나 아이디어를 교환하기도 하는 동지적 관계입니다.”

Q: 온라인에서 어린이들에게 유해한 콘텐츠가 많아진 것에 대한 우려가 많습니다. 어린이들이 책 읽는데 흥미를 갖도록 동기 유발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어린이들이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수단이 무척 많아졌습니다. 좋은 매체를 거르는 데는 물론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겠지요. 어른들도 마찬가지로 즉각적인 피드백이 있는 매체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여기에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더해져서 책하고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성인(대학생) 교육만 했기 때문에 아동교육에 대해 잘 모르지만, 부모가 책을 읽으면 자녀들도 자연스럽게 책과 가까워진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책을 읽고 서로 토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요. 또한, 과학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녀들이 자연현상이나 사물의 이치에 흥미를 갖기 시작하면 그것이 바로 과학으로의 첫걸음입니다. 자녀들이 그런데 흥미를 느끼면 질문을 하게 되지요. 그 때 같이 인터넷이나 책을 보고 지도해 주면 좋을 것입니다.”

Q: 『나, 박테리아야』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인간이 지구의 지배자가 아니고 생태계의 일부라는 것을 인식하는 좀 더 겸손한 존재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나, 박테리아야』의 주인공인 시아노박테리아가 원시지구에 불어 넣은 산소가 현재의 생태계를 만들었고, 그 덕분에 인간도 호흡하며 살고 있는 것이 과학적 사실입니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무분별하게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한번쯤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호주 동포 김대철 박사의 신간 해양과학 판타지 『나, 박테리아야』의 핵심 메시지는 생태계와 환경, 지구와 인간의 공생관계를 중요시해야한다는 점이다. 인터뷰를 한 날, 호주 빅토리아주가 코로나 지역사회 감염 확산으로 록다운을 한 주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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