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드 “미국 폭스뉴스 성공.. 호주서 반복 목적” 

국토가 넒은 섬 대륙인 호주는 대도시권과 지방의 TV, 라디오 방영권이 다르다. 대도시는 공영방송 2개(ABC, SBS)와 3개의 상업용 방송(세븐, 나인, 텐 네트워크)이 시청료 없는 지상파 방송을 한다. 물론 폭스텔 등 유료인 케이블 TV도 있다.
 
호주 지방의 TV 방영권을 보유한 서던 크로스 오스테레오(Southern Cross Austereo) 네트워크가 8월부터 스카이뉴스 콘텐츠를 스카이뉴스 지방채널(Sky News Regional channel)을 통해 24시간 무료 방영할 계획이다. 스카이뉴스는 도시권에서 유료 케이블 방송이지만 호주 지방에서 무료 지상파로 방송될 예정이다. 다소 파격적인 시청료 포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스카이뉴스는 호주 출신으로 세계 미디어업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인 루퍼트 머독의 미디어 왕국인 뉴스 코프(News Corp)의 계열사다, 정치사회적으로 분류하면 강경 보수 논조를 지향한다. 때로는 극우 성향 콘텐츠도 포함된다.  
스카이뉴스는 호주에서 방송을 시작한지 25년째를 맞아 호주 지방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타운스빌(Townsville), 울릉공(Wollongong) 발라라트(Ballarat), 와가와가(Wagga Wagga), 선샤인 코스트(Sunshine Coast) 등 지방의 주요 거점 도시들을 겨냥하고 있다. 

또 스카이뉴스는 2018년부터 지방 전용 방송사인 윈(WIN) 네트워크를 통해 방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데 NSW 북부(Northern NSW)와 그리피스(Griffith), 남호주 등으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방 시청자들에게 무료 지상파 콘탠츠가 제공되면 방송 내용이 다양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정치권과 미디어 전문가들로부터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유는 정치적인 영향력 전파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뉴스 코프의 호주 미디어 독점을 앞장서 비난해온 케빈 러드 전 총리(노동당 출신)는 매우 비판적인 시각으로 우려하고 있다. ABC 방송과의 대담에서 그는 “뉴스 코프는 미국에서 케이블방송 폭스뉴스(Fox News)를 지방 도시에 저렴하게 공급하면서 극우 성향의 여론 조성에 크게 앞장섰고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도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지적받는다. 비슷한 정치 성향(강경 보수)인 스카이뉴스를 호주 지방에 무료(지상파)로 공급해 뉴스코프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는 시도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카이뉴스의 해설 팀에는 알란 존스(Alan Jones), 앤드류 볼트(Andrew Bolt), 크리스 케니(Chris Kenny), 폴 머레이(Paul Murray), 토니 애봇 전 총리의 비서실장 출신인 페타 크레들린(Peta Credlin) 등 쟁쟁한 인물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은 호주의 대표적인 강경 보수 논객들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정치인 인터뷰도 압도적으로 자유당내 강경 보수 성향 위주다. 과거 토니 애봇 전 총리가 단골이었고 요즘은 티퍼 더튼 국방장관 등이 자주 등장한다, 스콧 모리슨 총리는 이들의 눈치를 보며 비우맞추기에 여념이 없다는 비난을 받는다. 이들의 눈 밖에 벗어나 맞섰다가 결국 총리직에서 퇴출당한 말콤 턴불 전 총리의 쓰라린 정계 은퇴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바로 그 과정에서 자유당내 중도 온건파의 지지를 얻어 총리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러드 전 총리는 “지방 도시나 농촌에서 지역 신문/잡지사들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곳이 급증하면서 지방 독자들은 뉴스에 목마른 상황이다. 이런 빈틈을 케이블TV인 스카이뉴스가 무료로 장기 공략할 경우, 지방 여론의 강경 보수화가 우려된다. 이미 미국에서 폭스뉴스를 통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쪽 방향(강경 보수 성향)으로 극단화(radical polarisations)되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지역사회 여론의 양분화(community polarisation)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멜번대 언론발전연구소(Centre for Advancing Journalism)의 미디어 전문가 데니스 물러(Denis Muller)는 “스카이뉴스 콘텐츠는 대부분 대도시 관련이고 사실상 지방 채널을 이용할 뿐이며 지방 연관성은 거의 없다. 지방 도시의 지역 신문이 망한 빈틈에 정치색이 강한 방송이 끼어들고 있는 모양새”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 만들기 1등 공신인 폭스뉴스.. 같은 소유주의 비슷한 정치 색채인 스카이뉴스가 이제 호주 지방 공략을 서두르고 있다. 여론 조성 후 어떤 정치적 목적을 얻어내려고 무료 방송을 마다하며 뛰어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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