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2주)에 이어 브리즈번, 퍼스, 다윈, 애들레이드 모두 스냅 록다운 상태에 진입했다. 2020년 3-4월 코로나 사태 이후 거의 전국적인 록다운은 이번이 처음이다. 4개주와 1개 준주가 록다운 조치를 취하자 ‘나라가 칼 날 위에 서 있다(the country's on a knife's edge)’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왔다. 

전염력이 강한 코로나 텔타 변이(Delta variant) 바이러스가 호주 도시권을 강타하고 있다. 마스크. 록다운, 이동 제한, 감염 통제, 백신 접종률, 핫스팟 등.. 요즘 미디어의 키워드들이다. 

보건전문가들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집중 공략하면서 그동안 탄탄했던 호주 감염 체계의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 이번 주(6월 마지막 주)가 호주 코로나 위기에서 중요한 모멘트(critical moment)일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호주가 강적(formidable enemy)을 만났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노출을 줄이면서 감염을 더욱 확산하고 있다. 호주 보건 체계가 텔타 변이 공격에 밀리고 있다.” 
NSW대 전염병전문가인 메리-루이스 맥로(Mary-Louise McLaws) 교수의 진단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문가인 그는 델타 변이에 대응해 정부에게 강력하고 신속한 행동을 촉구한 보건자문단 중 한 명이다. 그는 “델타 변이 감염자가 있는 동안은 접종률이 낮은  상태에서 록다운이 완화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여러 날 추가 감염자 제로가 계속되어야 한다. 작년 빅토리아 2차 파동 때  매우 강력한 조치로 대응해 극복했다. 이번 델타 변이 감염으로 시드니는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도에서 시작된 델타 변이는 이미 80개국에서 발병했고 세계적으로 감염자가 수백만명이 넘는다. 호주에서는 6월 중순 시드니 동부 본다이에 거주하는 60대 남성 리무진(국제선 항공기 승무원 전용 버스) 운전자로부터 시작됐다. 본다이집단감염(Bondi cluster)은 29일 기준으로 175명이 됐다. NSW는 6월 20일 이후 매일 10명 이상의 지역사회 신규 감염자가 나온다. 시드니를 거쳐 다른 주로도 번졌다. NSW 보건부는 이번 주 추가 확진자 증가  후 누그러지는 시나리오를 기대하고 있는데 이런 예상이 맞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작년 팬데믹 발병 모델을 연구한 시드니대 컴퓨터과학자인 미카일 프로노펜코 교수(Professor Mikhail Prokopenko)는   “시드니 감염 곡선의 향후 움직임 예측은 아직 시기상조다. 작년의 경우, 호주의 감염 곡선이 평평해지려면 인구의 80-90%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해야 했다. 현재 델타 변이 감염 상태에서 이 비율이 사실상 거의 100%로 확대되어야 한다. 따라서 록다운 외 별 옵션이 없는 상황이다. 광역 시드니도 록다운 없이 감염을 억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NSW대 커비연구소(Kirby Institute)의 생체안보연구프로그램(Biosecurity Research Program) 책임자인 레이나 맥킨타이어 교수(Professor Raina MacIntyre)는 “호주가 더 많은 발병 위험 상태에 처해있다. 이번 주말경 어디서 감염자가 나오는지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다면 억제 가능할 것이지만 그렇지 않고 계속 증가하면 감염 통제가 상당 기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주가 지금처럼 코로나 감염자 제로를 추진한다면 전문가들은 올해 후반 국민 다수가(약 70%) 백신 접종을 할 때까지 계속 감염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버넷연구소(Burnet Institute)의 소장인 브렌단 크랩 교수(Professor Brendan Crabb)는 “호주에서는 호텔 격리(hotel quarantine)의 맹점에서 모든 문제가 발생했다. 지방의 신축 격리시설 없이 이 허점을 개선하지 않고는 겨울철을 감염 없이 보낼 수 없다. 호주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영역에 있다는 점에서 위기다. 이번 주를 지나며 록다운 효과를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강경 대응조치가 충분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디킨대 전염병학자인 캐서린 베넷(Catherine Bennett)은 “호주도 코로나 환자 제로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상황에 접근하고 있다. 백신 접종 속도가 강조되어야 한다. 이것만이 유일한 완화 방안이 될 것”이라고 권고했다. 

브렌단 크랩 교수도 베넷의 주장에 동의하면서 “현재 매우 위험한 기간이다. 60세 이상 노인층이 완전 접종을 마쳐야한다. 그리고 일선 보건 근로자, 요양원 종사자, 호텔 격리 관계자 등 접종 완료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6월말 현재 호주의 백신 접종률은 1차는 30%이지만 2차 완료는 6%에 못 미쳤다. 매사에 서두름이 거의 없는 호주 사회에서 백신 접종만은 다그쳐야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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